1.
이제 산방식구들께는 털어 놔야겠다
내~ 어제부터 백수됐다고
근데, 엄청 행복하다고~
12월 초순에, 이제 더 이상 항공대장 노릇할 의욕도, 명분도 없어
그만두려 한다고~ 말하자
다들 말렸다
왜 그러시냐고, 밖은 지옥이라고
죽은 사람은 죽은 거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순간 그런가 싶기도 했는데
아닌 기라~
매일 아침 잠깨어 사무실에 들어가는게
죽는 거 보다 싫은 데, 그걸 어쩌나
(아마 뫼사랑께서는 피부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실감하실께다)
2.
맞아요~
그 정도 되면 마나님들도 OK 해줘야 돼요
안그러면 목매거나,
음주 사고 내거나,
돌아버려요
다행히 간호사인 마눌이 내 심각함을 간파했다
흔쾌이 OK했다
내가 벌잖아, 하면서~
3.
12월 초에 팬션에 가서 돌 몇 개 나르다
허리 병신됐다
별거 아니겠거니 생각하고, 입원 1주일만에 집에 왔는데
왠 걸~~
5주가 지났는데도 아직 맨손체조도 어렵다
자~
집안 꼬라지 보자
퇴직 1개월 전부터 거실 한가운데 자리잡고 누운 남자
밥 먹으러 일어날 때마다
아구구구~~~~ 소리가 먼저 나오는 남자 인간
직이고 싶겠지
난 좋다
넘어진 김에 쉬어 가련다
내가 이렇게 누워 있어도
강원도의 연말연시가 전혀 이상없이 굴러간다
헐~~
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헛심이었냐구?
뭐라구?
그 대신 누워있어도 연금 준다구~~~~~~~~~~~~~~~~?
땡큐라구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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