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날이 추워져서인가?
아니면 한 해가 저물기 때문인가~12년된 갤로퍼가 자꾸 돈을 쓴다
2주 전에는 본넷 위의 공기흡입구 커버가 떨어져 나가더니 어제는 뒷타이어 휠캡이 달아났다
저번 달에는 창문유리가 작동되지 않아 스윗치를 교체했다
퇴직을 앞두고 차를 바꿀까하는 맘을 눈치채고 투정을 부리는 가 보다
12년을 같이 붙어 다니며, 주인의 흥하고 망하는 꼴을 다 겪었으니
비록 생명이 없는 물체이나 얼핏 생명체인 가족처럼 느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이치이리라
2.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메릴 스트립,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디어 헌터"에서의 매력적인 모습~
나이들어 모질고 독한, 그러면서도 성공한 직장여성으로서의 외로움을 절절하게 연기한 연화
그 영화에
패션으로 통칭되는 명품 백, 명품 의류,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 리얼하게 묘사되어 있다
제3자의 시각으로 그 세계를 경험하던 순박한 시골처녀 앤 해써웨이는 다행히
그 세계에의 열망을 과감하게 집어 던지고, 본래의 꿈인 저널리트가 되지만~
(그래서 이 영화가 모두에게 위안이 된 걸 게다, 모두의 희망인 해피 엔드였으니까~)
3.
내게 있어 명품에 대한 욕구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다
'78년 내 손으로 돈을 벌게 된 이후~
멋진~ 아주 멋진~ 차를 한 대 사야겠다는 바램이 오래도록 가슴속에 자리하고 있다
'86년 결혼 후 처음 마련한 포니를 시작으로
프라이드, 스쿠프, 에스페로, 소나타2, 소렌토, 갤로퍼, 소나타N20 까지
10여대의 차를 바꿔탔지만 정작 마음 속에는 늘 다른 차를 그리고 있었으니
50 즈음까지는 크라이슬러 사의 "체로키" "였고
지금은 "랭글러 루비콘"에 꽃혀 있다
다음 번에 반드시 이 차를 사겠다고 벼르고 벼르지만, 그때마다 돈은 모자라고
차량 가격은 비쌌다
명품에 대한 열망을
내는 이런 차에 대한 열망으로 이해한다
그러니 프라다 백에 대한 똑소리님의(그리고 우리 산방 모든 님들의) 열망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꼭~ 이루어지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두 손을 모아~
4.
기실 퇴직을 며칠 앞 둔 월급쟁이 깜냥으론 그 꿈은 이미 물건너 간 것과 같다
그리고 꿈을 미뤄야 하는 경험은 이미 오래 전부터 반복되어 온 터라 새롭지도 않다
그렇다고 그 꿈을 버리지도 않을 것이지만~
(꿈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며칠 새, 퇴직에 대해 이것저것 구체적인 생각을 하다
프라다 백 얘길 읽고 몇자 적는다
사람 사는게 다 같구나 하는 씁쓸함과 함께~
ㅎ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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