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0.26이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문득 눈길이 머문 달력에서
그렇군~~
평소처럼 집을 나선다
이제 겨우 일상을 회복해가는 집사람 자극할까봐~
갑자기 “우리도 가족인데 몇 년에 한 번 만나는 친척들이
되려 우릴 죄인 취급한다“ 던 대원 말이 생각난다
그 분들은 이제 많이 회복되었겠지~
2.
사무실
사고 뒷처리 대충 끝낸 8월말, 직원들이 다들 흩어져 갔다
직원들의 PTSD를 고려한 인사발령이다
갈 곳 없는 나와
헬기운항에 직접 관계가 없는 서너명의 직원만 남았다
그들의 마음고생도 나와 다르지 않으니
사무실에 들어서서도 묵묵히 하루 일을 시작한다
3.
오후에 모 신문사에서 취재 나온다는 연락이 온다
다 늦게 뭔 취재를 또~~
어쩌랴?
고귀한 인명과 국가재산을 망실한 죄인인데
앳돼 보이는 기자
4.16일 이후 3개월여 진도에서 취재를 해왔단다
취재기자들도 PTSD 증세를 호소해
자기네도 취재팀을 전부 교체하고 자기만 남았다면서
사고 100일에 즈음 해 남아있는 직원들 심정을 기사화하고 싶다는데
거기다 뭔 말을 하나~~~?
4.
집에서는 가족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다른 직원들 자극할까봐
유족들에게는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미안스러워서
가능한 언급을 안하며 산다고~~
그래야
비오는 날 문득 남편생각이 난다는 유족의 카톡에도
울컥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답장할 수 있겠기에~
무엇보다
그들을 계속 품고 살다가는
내가 인간 노릇을 못할 것 같아
이제 조금씩 기억을 덜어내려 노력한다고~
어제는 그들과 나눈 카톡을 몇 개 지웠다고~
대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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