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100일~~

언덕위에 서서 2014. 11. 1. 07:58

 

1.

10.26이 다른 의미를 갖게 됐다

문득 눈길이 머문 달력에서

그렇군~~

 

평소처럼 집을 나선다

이제 겨우 일상을 회복해가는 집사람 자극할까봐~

 

갑자기 “우리도 가족인데 몇 년에 한 번 만나는 친척들이

되려 우릴 죄인 취급한다“ 대원 말이 생각난다

 

그 분들은 이제 많이 회복되었겠지~

 

 

2.

사무실

사고 뒷처리 대충 끝낸 8월말, 직원들이 다들 흩어져 갔다

직원들의 PTSD를 고려한 인사발령이다

 

갈 곳 없는 나와

헬기운항에 직접 관계가 없는 서너명의 직원만 남았다

그들의 마음고생도 나와 다르지 않으니

사무실에 들어서서도 묵묵히 하루 일을 시작한다

 

 

3.

오후에 모 신문사에서 취재 나온다는 연락이 온다

다 늦게 뭔 취재를 또~~

 

어쩌랴?

고귀한 인명과 국가재산을 망실한 죄인인데

 

앳돼 보이는 기자

4.16일 이후 3개월여 진도에서 취재를 해왔단다

취재기자들도 PTSD 증세를 호소해

자기네도 취재팀을 전부 교체하고 자기만 남았다면서

 

사고 100일에 즈음 해 남아있는 직원들 심정을  기사화하고 싶다는데

거기다 뭔 말을 하나~~~?

 

 

4.

집에서는 가족 때문에

사무실에서는 다른 직원들 자극할까봐

유족들에게는 살아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미안스러워서

가능한 언급을 안하며 산다고~~

 

 

그래야

비오는 날 문득 남편생각이 난다는 유족의 카톡에도

울컥하지 않고

밝은 모습으로 답장할 수 있겠기에~

 

무엇보다

그들을 계속 품고 살다가는

내가 인간 노릇을 못할 것 같아

이제 조금씩 기억을 덜어내려 노력한다고~

 

어제는 그들과 나눈 카톡을 몇 개 지웠다고~ 

대답해 주었다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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