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춘천 살면 1년에 열번 가까이 도로통제 입간판과 마주쳐야 한다.
무슨 마라톤, 무슨 마라톤~~ 이름도 , 시기도 다양한데, 코스는 항상 같다.
종합운동장에서 시작해 의암호를 한바퀴 돌아 춘천댐-사농동 (우리아파트앞),
소양2교를 지나 종합운동장에서 끝나는 ~~
내가 사는 아파트는 항상 교통통제구역에 속해 매번 이런저런 불편을 겪는다.
(그러나 어쩌랴? 그런 대회 한 번 열릴 때마다 춘천시에 몇만명이 몰려오고
춘천 상경기에 얼마 만큼의 영향을 미친다고, 한 입으로 외쳐대는 분위기에
우리같은 소시민의 작은 불편을 어떻게 들이대겠는가 말이다.)
2.
오늘, 일요일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자~ 세 식구 모처럼 함께 목욕하러 가자.
도로로 나오자, 한쪽 차로에 원뿔들이 쭉 놓여있고,
온 천지 경찰관들, 해병대 자원봉사자, 기타 등등이 쭉 배치돼 있다.
오늘은 또 뭔고? 저기 있네. 인라인 스케이트 대회구만~~
쌍룡회관(군복지시설) 목욕탕으로 간다.
안개때문에 출동이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버릇대로 휴대폰을 챙겨 탕으로 들어 간다.
얼마 후~~
아들 놈과 기분 좋게 등을 밀고 나온다.
집사람이 나오길 기다리며, 회관안을 어슬렁 거리는데~~
아까부터 계속되는 호각소리가 신경을 긁는다.
4거리에서 교통 통제하는 경찰관이 불어대는 호각 소리인데
주변에 밀집한 빌딩에 메아리쳐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휙, 휙, 휘~익, 휙",~~~~ "휙, 휙, 휘~익, 휙." ~~~~
마치 " 하나,둘, 세~엣,넷"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불어 제낀다.
의경인 것 같은데~~ 쟤, 정말 신나겠다. 호각소리도 크게 들리지,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 피해 한쪽에 몰려있던, 차량물결이
자기 손신호에 의해 착,착 움직이지~~~
그러니 제 흥에 겨워, 저렇게 숨이 넘어 가도록 자꾸, 자꾸~~~
불어 제끼는 거지.
3.
나도 그랬었다.
군인 도시인 원주가 고향이라~~
어릴 때부터, 번쩍이는 헬멧에 양어깨에느 금술을 두른 헌병 아저씨가
네거리에서 은빛 호각을 멋지게 불어 제끼는 모습을 보며 컸고
운동회때마다,
하얀바지에 흰 장갑을 낀 체육 선생님 목에 걸린 호각.
하얀 꺼즈로 끈을 했었지.
그렇게 호각과 관련된 장면들은 대부분 내 가슴을 설레게하는 것들이었다.
그런 내가 드디어 모든 사람들 앞에서 호각을 불 기회를 잡았다.
고2때 밴드부장이 된 것이다. 얼마나 멋진가?.
뒤에 24명의 악대원을 거느리고, 그 앞에서 호각을 불어대는 내 모습.
온통 나만을 쳐다보고 있다는 우쭐함에~~ 휘~휙, 끊임없이 호각을 불어댔었다.
4.
그 무렵~~
군사독재, 계엄, 인권탄압, 무력진압~~~~~ 이런 표현들이 우리의 일상이 됐고
얼룩 무늬 군복과 곤봉.
이런 이미지가 호각에 합쳐지면서, 호각에 대한 내 감상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호각소리"란 곧, "금지"와 "통제"를 상징하는 소리였다는
얘기를 읽고 난 후.
그러고 보니, 호각을 부는 사람은 거의 반드시 완장을 차고 있었구나~~~
말 되네. 완장체질이라는~~~
더러 화면에 비치는 우리만 못한 나라들 모습에서 미뤄 보건데
이즈음, 호각소리는 후진국의 이미지와도 연결되고 있는 듯하다.
호각소리~~
운전하면서 유의해 보라. 우리 사회에도 호각부는 사람들 얼마나 많고
남에 대한 배려없이 제 흥에 겨워 얼마나 엄숙하게 불어 제끼고 있는지~~~
주차위반 단속하는 사람, 도로공사장에서 차량통제하는 사람.
기타 등등.
5.
헌데, 불행히도 난 아직도 그 호각을 가까이 두고 산다.
이유인즉,
헬기가 사고현장에 가까이 가면 , 헬기소음으로 인해 사람 목소리로는 대화가 안되고
무전기도 쓸 수 없다.
손짓, 발짓으로 의사전달을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일단 상대가 나를 쳐다봐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내 조종석에는 항상 호각이 준비돼 있다. 필요시 상대의 주의를 내게 돌리기 위해서~
한 땐 자랑스러웠고, 그 후엔 완장과 연결되어 보기 싫었고,
이젠 필요에 의해 덤덤한 마음으로 곁에 두고 있는 호각.
그 호각과 관련하여 "Whisle Blower"란 맘에 드는 표현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허긴 위에 등장한 모든 이들, 나름대로는 다 "호각부는 사람"이라 믿고 있을테고
그런 의미라면 나도 평생 "Whisle Blower"가 맞다.
"Whisle Blower "라~~~ 쉽지 않은 일이지.
안개 낀 일요일 아침.
호각소릴 듣다가 실없는 소리 길게 늘어 놓았다.
춘천 살면 1년에 열번 가까이 도로통제 입간판과 마주쳐야 한다.
무슨 마라톤, 무슨 마라톤~~ 이름도 , 시기도 다양한데, 코스는 항상 같다.
종합운동장에서 시작해 의암호를 한바퀴 돌아 춘천댐-사농동 (우리아파트앞),
소양2교를 지나 종합운동장에서 끝나는 ~~
내가 사는 아파트는 항상 교통통제구역에 속해 매번 이런저런 불편을 겪는다.
(그러나 어쩌랴? 그런 대회 한 번 열릴 때마다 춘천시에 몇만명이 몰려오고
춘천 상경기에 얼마 만큼의 영향을 미친다고, 한 입으로 외쳐대는 분위기에
우리같은 소시민의 작은 불편을 어떻게 들이대겠는가 말이다.)
2.
오늘, 일요일 아침, 안개가 자욱하다.
자~ 세 식구 모처럼 함께 목욕하러 가자.
도로로 나오자, 한쪽 차로에 원뿔들이 쭉 놓여있고,
온 천지 경찰관들, 해병대 자원봉사자, 기타 등등이 쭉 배치돼 있다.
오늘은 또 뭔고? 저기 있네. 인라인 스케이트 대회구만~~
쌍룡회관(군복지시설) 목욕탕으로 간다.
안개때문에 출동이 어려울 것 같긴 하지만, 버릇대로 휴대폰을 챙겨 탕으로 들어 간다.
얼마 후~~
아들 놈과 기분 좋게 등을 밀고 나온다.
집사람이 나오길 기다리며, 회관안을 어슬렁 거리는데~~
아까부터 계속되는 호각소리가 신경을 긁는다.
4거리에서 교통 통제하는 경찰관이 불어대는 호각 소리인데
주변에 밀집한 빌딩에 메아리쳐 그 소음이 장난이 아니다.
"휙, 휙, 휘~익, 휙",~~~~ "휙, 휙, 휘~익, 휙." ~~~~
마치 " 하나,둘, 세~엣,넷" 하는 것처럼
끊임없이 불어 제낀다.
의경인 것 같은데~~ 쟤, 정말 신나겠다. 호각소리도 크게 들리지,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 피해 한쪽에 몰려있던, 차량물결이
자기 손신호에 의해 착,착 움직이지~~~
그러니 제 흥에 겨워, 저렇게 숨이 넘어 가도록 자꾸, 자꾸~~~
불어 제끼는 거지.
3.
나도 그랬었다.
군인 도시인 원주가 고향이라~~
어릴 때부터, 번쩍이는 헬멧에 양어깨에느 금술을 두른 헌병 아저씨가
네거리에서 은빛 호각을 멋지게 불어 제끼는 모습을 보며 컸고
운동회때마다,
하얀바지에 흰 장갑을 낀 체육 선생님 목에 걸린 호각.
하얀 꺼즈로 끈을 했었지.
그렇게 호각과 관련된 장면들은 대부분 내 가슴을 설레게하는 것들이었다.
그런 내가 드디어 모든 사람들 앞에서 호각을 불 기회를 잡았다.
고2때 밴드부장이 된 것이다. 얼마나 멋진가?.
뒤에 24명의 악대원을 거느리고, 그 앞에서 호각을 불어대는 내 모습.
온통 나만을 쳐다보고 있다는 우쭐함에~~ 휘~휙, 끊임없이 호각을 불어댔었다.
4.
그 무렵~~
군사독재, 계엄, 인권탄압, 무력진압~~~~~ 이런 표현들이 우리의 일상이 됐고
얼룩 무늬 군복과 곤봉.
이런 이미지가 호각에 합쳐지면서, 호각에 대한 내 감상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호각소리"란 곧, "금지"와 "통제"를 상징하는 소리였다는
얘기를 읽고 난 후.
그러고 보니, 호각을 부는 사람은 거의 반드시 완장을 차고 있었구나~~~
말 되네. 완장체질이라는~~~
더러 화면에 비치는 우리만 못한 나라들 모습에서 미뤄 보건데
이즈음, 호각소리는 후진국의 이미지와도 연결되고 있는 듯하다.
호각소리~~
운전하면서 유의해 보라. 우리 사회에도 호각부는 사람들 얼마나 많고
남에 대한 배려없이 제 흥에 겨워 얼마나 엄숙하게 불어 제끼고 있는지~~~
주차위반 단속하는 사람, 도로공사장에서 차량통제하는 사람.
기타 등등.
5.
헌데, 불행히도 난 아직도 그 호각을 가까이 두고 산다.
이유인즉,
헬기가 사고현장에 가까이 가면 , 헬기소음으로 인해 사람 목소리로는 대화가 안되고
무전기도 쓸 수 없다.
손짓, 발짓으로 의사전달을 해야 하는데, 그럴려면 일단 상대가 나를 쳐다봐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내 조종석에는 항상 호각이 준비돼 있다. 필요시 상대의 주의를 내게 돌리기 위해서~
한 땐 자랑스러웠고, 그 후엔 완장과 연결되어 보기 싫었고,
이젠 필요에 의해 덤덤한 마음으로 곁에 두고 있는 호각.
그 호각과 관련하여 "Whisle Blower"란 맘에 드는 표현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허긴 위에 등장한 모든 이들, 나름대로는 다 "호각부는 사람"이라 믿고 있을테고
그런 의미라면 나도 평생 "Whisle Blower"가 맞다.
"Whisle Blower "라~~~ 쉽지 않은 일이지.
안개 낀 일요일 아침.
호각소릴 듣다가 실없는 소리 길게 늘어 놓았다.
댓글 8 개 이 글을...(0)
심장병 수술 최고 권위자인 송명근교수님이, 어느신문에 자신을 ' 대낮에 복면쓰고 남의 심장에 칼을 꽂는 사람' 이란 재미있는 표현을 쓰셨더군요.ㅎㅎ 같은 도구가 가장 선하게도 가장 악 하게도 쓰여집니다. 늘 좋은쪽에 조명을 비추려 노력합니다. 08.04.28 00:43
그렇게 살아야할 듯합니다. 흔히하는 말로, 아무리 돌밥이라해도, 돌보다는 쌀이 더 많다고 하지않습니까? 필요하니까, 그렇게 불어대면 세상이 더 안전해질 것이라 믿으니까 불어대는 것이지요. 어쩌면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향해, 투명하지 못한 양심을 향한 외침일 수도 있겠구요. 08.04.28 11:15
호각소리 저도 참~많이 듣고 삽니다 인천 문학경기장 부근이라 경기가 있는날이면(꼭 주일날)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이젠 으응~오늘은 무슨 종목이지~하곤 하죠 08.04.27 19:48
그렇지요. 호각소리 참 많이 들립니다. 그게 사회가 불안하여 통제가 필요하다는 뜻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소리 안 들으며 살 수 있으면 더 큰 행복이 없을 듯하구요. 08.04.28 11:15
호각..... 필요악이죠 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서 소음이 될수도 인명구조를 위해 유용하게도 질서 유지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도하구요. 저도 배낭에 호각이 항상 달려있습니다. 유사시에 사용하기 위해서 ㅎㅎㅎ 08.04.27 20:31
친구 준? 친구가 준? 아님 친구에게 준? ㅋㅋㅋ 08.04.30 0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