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목욕탕에서~

언덕위에 서서 2006. 12. 22. 10:10
1.
물 좋은 춘천이지만 내가 사는 강북엔 목욕탕이 별로 없다. 해서 ‘89년 이래 단골인
쌍용회관(군인들 회관) 목욕탕엘 다닌다.
시설이 별로 좋진 않지만, 이윤 남기자는 곳이 아닌지라 요금도 저렴하고,
차대기도 편해서 이적 그곳으로 다닌다.

다 벗고 있는 상태에서도,
누가 이 목욕탕 고참인지 알려줘야 하니까, 주위가 지저분하면, 근무자들한테
잔소리도하고 (군에서 하던 버릇대로), 그게 여의치 않으면 구석에 세워진 청소기를
직접 돌리기도 한다.

탕 안에서 수영하는 녀석들이나, 소리치고 돌아다니는 애들 군기 잡는 것도 내 몫이다.
요즘 젊은 것들 애 키우는 꼬라지 보라며 속으로 욕을, 욕을 해가면서~~

근데, 얼마 전부터 4~5살은 되어 보이는 딸내미가 남탕에 들어와 활개를 치며
돌아다니는 것이다. 요즘 애들 그 나이면 알 것 다 알텐데~
그리고 그 애비 되는 놈은 또 어떤 놈인지, 무식하거나 멍청한 놈이 틀림없을 게다.

헌데, 이 용감한 군기반장도, 이제 19, 14살인 두 아들앞에선 차마
그 아이나, 애비(아마 내보다 10여년 어린놈이겠지만)한테 대놓고 뭐라 하기가
좀 그래서~~~
망설이다, 시설관리관을 불러 점잖게 얘기했다.
10대 남자애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그 이후로, 그 여자애는 별로 볼 수가 없는데, 애비가 어디로 전근을 갔던지,
뭐 그렇기 때문 일게다. 관리관이 뭐라 했을 수도 있고~~
(속으로, 다 군인가족이고, 한 동네 살면서 어떤 놈이 그런 불평을 했냐고
욕했을지도 모르지만~)


2.
엊그제 역시 두 아들을 데리고 탕에 들어갔더니,
어렵쇼? 이번엔 열 댓살은 충분히 되어 보이는, 예쁘장한 여자애가
탕속에서 얼굴만 내놓고 앉아있다.

머리는 귀밑 15센티 남짓 내려와 있고, 눈매며, 볼따귀가 여지없이 계집애고,
물이 찰랑대는 사이로 봉긋한 가슴곡선도 선명하다.

“이게, 우째 이런 일이~~~ 이 딸내미 애비는 또 어떤 놈이고?”

기회를 보아, 또 군기 잡을 라고 벼르고 있는 차에, 이놈이 탕밖에 있는
아빠한테 뭐라고 말을 건넨다.

“아빠, 등 쪽에 비누거품 안졌어요~~” 목소리도 기집애가 분명하다.

“이거, 이거~~~, 세상이 우째 될라꼬?”

디립다 소리를 지르려다가, 옆에 앉아있는 작은 놈에게 살짝 물어본다.
“쟤, 남자 같니, 여자 같니?”
“안 보여요~~” “뭐, 왜? ” “안경 벗었잖아요”
“안경 벗으면, 요 거리에서도 안 보이냐?”
부자가 어쩌고 저쩌고 있는 사이, 문제의 그 여자애(?)가 슬그머니 일어나 탕 밖으로
나간다.

"앗!! 이눔이~~~",

그 때 나는 보고 말았다. 엊그제 뫼사랑이 올렸던 사진과 꼭 닮은 그 놈의
“멕시코 고추를~~”

희유~~ 큰 실수 안한건 다행이지만,
그래도 아직 그 애비 욕할 건덕지는 남아있다.

지는 단정한 육군규정이면서, 왜 사내새끼 머리를 저 꼴로 만들어 놨는가 말이다.
생기기도 기집애같이 생긴 놈을~~


3.
에휴~~· 남의 자식 신경끄고, 내 자식 두 놈, 등판이나 밀어야겠다.
이젠 두 놈 다 손아귀가 억세져서, 누가 밀어도 시원하긴 하지만
내가 지들 등 다 밀어줬으니, 내도 두 놈 다한테서 서비스를 받아야겠다.
아무리 부자사이라지만, 품앗이는 품앗이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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