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비데~~

언덕위에 서서 2006. 12. 22. 10:09
1.
4식구가 사는 집에 화장실이 2개인데도, 아침엔 화장실 때문에 늘 불편하다.
이유인즉, 문간방 쪽 화장실은 나 혼자 쓰니 탱탱 비는데,
안방(공부방으로 꾸몄다) 화장실엔 항상 3명이 몰리기 때문이다.

8시 20분, 이때쯤이면 아침 다 지어 놓은 아내가 부지런히 화장할 시간인데,
(그래야 30분에 나가지~~ )
오늘은 싱크대앞 바닥에 앉아 신문을 뒤적이고 있다.
거기가 제일 따뜻하다나? 어떻다나하며~~

“출근 안 해?”, “화장실에 작은 애 들어가 있어~”
이놈들, 10분만 일찍 일어나면, 즈 엄마 월요일 아침부터 바쁘게 하지
않아도 될 텐데, 꼭 이 바쁜 시간에 화장실 차지하고 있다.

엄마 옆에서 한없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큰놈에게,
“큰 아들! 너는 이쪽 화장실에 가서 씻어”,
”네~~ “

이제나 저제나 둘째 나오길 기다리는데, 웬 헤어드라이어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이눔이? 머리는 밖에 나와서 말려도 되는 거 아냐?” 한마디 하려다,
월요일 아침이라는 이유로 참는다.
그렇게 다들 바쁜 월요일 아침을 치루고, 세상밖으로 돌격한다.

한참 후~~
비번인 내는 3식구 모두 출발하고 나서, 느긋하게 신문을 챙겨들고 화장실로 간다.
가만! 오늘은 나도 비데 달린 안방 화장실 좀 써 볼까나?

좋다, 엉덩이도 따땃하고~, 불이 밝아 신문도 잘 보이고~~
가만, 가만~~ “세정”은 뭐고 “비데”는 뭐꼬?
둘 다 밑에서 물 쏘는 건 똑 같은데?
이걸 누르고, 저걸 눌러봐도 도저히 차이를 모르겠다.

“건조는 또 뭐꼬?”, 꾹 누른다.
“훼~~~ㅇ“ 모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아이쿠야~”
아침에, 화장실 안에서 머리 말린다고 소리 안 지르길 천만 다행이다.
무식, 만천하에 공개될 뻔 했다.~~~


2.
11시. 집 전화가 울린다.
둘 중 하나일 거다. Telemarketing 이던지, 아님 잘못 걸려온 전화던지~

“여보세요?", " 네~, 정수기 코디인데요, 4시쯤 방문 드리겠습니다. ”
“그때 집이 빌지 모르니 다시 전화해 주세요~~~”

4시면, 아이들 학교와 학원에서 돌아 올 무렵이고, 거기 맞춰 내도 집으로
돌아올 즈음이니 두 번 걸음 안 해도 될 듯싶다.

4시~~
통화를 하고 있은데, 현관 벨이 울리고, 아들이 문 열어 주고, 코디양반이 들어온다.
내는 눈인사만 건네고 계속 통화한다. 지난 달에 온 양반이 아니다.
(이 일도 많이 힘든 모양이구나, 수시로 사람이 바뀌는 걸 보니~)

통화를 끝낸다.
사람 들어오는 데 전화기 붙잡고 있었던 게 미안해
주방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새삼스레 인사를 건네며~~
돌아온 대답.
“아나운서세요?“
“네? ~~~~~~~~~”

이거 뭔 소리? 아무리 벌건 대낮에 남자가 집안에 좀 있기로 서니,
아님, 통화 좀 길게 했기로 서니~~~~~~
정수기 점검이나 하고 가지 또 호구조사야?
이럴 때마다 불편한 사람, 놀리는 거야? 뭐야?

“네~ 목소리가 너무 좋으셔서요.~”
“ (흐미~~) 아, 네, 감사합니다. 목소리 좋다는 소리, 울 엄니한테 듣곤 첨이네요~~”

사실, 결코 그럴 리가 없다.
생도 때, 구령 부치느라 하도 소릴 질러, 허스키에, 높이는 잘 올라가지도 않는다.
우쨋거나,
이제까지 정수기 점검오던 양반들 바뀔 때마다, 누누이 설명했던 내용 되풀이 한다.
대충~, 프리랜서는 아니고 그렇다고 백수도 아니라고.

키가 작달막한 이가, 손이 맵다. 물을 빼고, 정수기를 열고, 휠터를 교환하고,
다시 결합하는 일련의 과정이 잽싸고, 숙달됐다.

헌데~~
힐끗 싱크대 안을 보니~~~~
후라이팬이며, 죽 냄비며, 나무 주걱에 볼만하다.
(으이그~~ 진즉 설거지라도 하는 건데.)

“집사람이 일을 나가 맨 날 이러고 삽니다." (미치겠다)
“저희는 더 해요, 제가 맨 날 나와 있으니~~~”
아따, 이 양반 손 맵고, 사람 기분 좋게하는 재주 있고, 대단하네~~

일하던 중간에,
벌건 물이 담긴 컵을 내미는데, 뭐냐니까, 모래 걸러주는 1번 휠터에 고여 있던
불순물이란다.
2번은 염소성분 걸러주는 거고, 오늘 1,2번 교환했는데, 2개월후 3번 교체할 거고~~등등
똑소리가 난다. 장사를 하면 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다 됐습니다.” 서명이라도 빨리 해 주려고 옆에 서 있는 내게 뭘 내민다.

"뭡니까?" 물에 적시면 넓게 펴지는 콤팩트형 행주란다.
아이한테는 초코렛을 하나 꺼내 준다.

“이런, 이런~~, 고생한 양반한테 제가 대접을 해야 도린데~ 우째 이런 일이“
당황하여 한마디 한다. 이 양반 정말 대단하다 싶다.

건네받은 선물 포장에, 뭔가 안내문이 붙어 있다.
“꼭 100점 주세요, 아주 만족함"이요~~~~

후후~~ 암 100점 드리고 말고, 꼭 선물이 아니더라도,
내 목소리 좋다고 할 때부텀 기분 좋았응게로~~
돈 드는 거 아닌데, 암~~~꼭 100점 드리야지.


3.
가만, 이 양반~~~~
비데하나 제대로 쓸 줄 모리는 내를

목소리 좋다는 말로~~~
잔뜩 홀리 놓고 간 건 아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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