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고생하십시오~

언덕위에 서서 2006. 12. 16. 14:35

고생하십시오, 광자(字) 수자(字), 아시는 분, 틀리다에 열받다.

1.
한반도에서, 1개 도(道)를 2지역으로 구분해, 별도로 일기예보를 해야 하는 유일한 곳이
강원도이다. 또 통상 그 2개 지역의 기상현상은 서로 다르다(틀리다가 아니다).

예를 들면,
“서울, 경기, 강원 영서지역은 서쪽에서 다가오는 맑은 구역의 영향을 받아,
대체로 맑겠으나, 강원영동, 경북 영동지방은 지형적인 영향으로 구름 많고,
곳에 따라 눈, 또는 비가 조금 내리겠습니다.”식이다.
여기서 지형적인 영향이라는 것은 백두대간(白頭大簡)을 의미하는 것이고~~

1997년, 헬기 1대로 강원도에서 산악구조를 시작했는데,
이 백두대간을 넘어 동, 서를 횡단하며 구조하기가 대단히 힘들었다.
지형이 기상현상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주는지 온몸으로 느껴야 했고~~

몇 년 지나자, 헬기 1대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 1대 더 사자고했더니,
우여곡절 끝에 좀 더 큰 헬기를 사 합이 2대가 됐다.
그 2대를 영동에 1대, 영서에 1대 배치했다.

한결 나았다.
돌아 다닐 구역이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구분이 됐으니까~~~

내가 근무하는 영서지역을 1팀, 영동지역을 2팀이라 명명했다.
명색이 대장이다 보니, 이쪽저쪽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까지
수시로 보고 받고, 잔소리하고, 더러 칭찬하고, 격려하곤 하며 산다.

최근 영동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전화보고 끝에, 몇 년을 참았던 내 울화가
마침내 터지고 말았는데, 그 줄거리는 이렇다.

이 친구, 공수부대 출신이라 체력도 있고, 주사도 좀 있고 하나, 평소 전화 통할 때는
수줍고, 깍듯하기가 처녀 저리가라다.

그런데~~·통화 다하고 마지막에 하는 인사가 영~ 내 심기를 긁어 놓는 것이었다.

뭐냐고?
“ 그럼, 대장님, 고생하십시오.” 이었다.

처음 한,두번은 “허허”하고 넘어 갔는데, 그 다음부터는
“이 새끼는~~허구 많은 인사말 중에 ‘고생하시라니~~?’”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급기야 “이게 지들보다 근무시간이 더 많은 대장을 아주, 조직적으로 약 올리자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까지 드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잘하고 정성껏 인사 잘하는 직원한테, 통화 잘한 끝무렵에,
뭐라 잔소리 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고~~~

하여간 통화 끝내고 혼자 씩씩거리길 어언 5년~
엊그제, 맘먹고, 통화 끝내려는 직원을 불러 세웠다.

“ 어이~~ 하고 많은 인사 말, 예를 들면, 건강해라, 부자 돼라, 진급해라,
것도 아니면, 성생활 왕성하시라 등등 온갖 좋은 인사말 다 젖혀놓고,

가뜩이나 근무많은 나한테, 고생하시라는 인사가 제대로 된 인사냐?
앙! 어떻게 생각해?
담엔 멋진 인사 말 생각해 놨나, 통화 끝난 후에 대장 기분 좋게 해줘 봐” 했다.

얼마 후, 그 직원과 전화 통화 후,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인사하는데,
"그럼 대장님, 몸조심 하십시오~~”였다. “
뭐? 그래~, 좀 낫다~~”




2.
헬기가 뜨려면 사전에 관제기관에 비행계획서를 제출한다.
일정한 양식에 맞춰 전화로 내용을 불러 주는데, 거기에 조종사 이름을 통보하는 란이
있다.

같이 근무하는 한 조종사는 , 그 부분, 자기 이름 불러줄 때, 꼭 자(字)자를 붙힌다.
“김字 광字 수字" 식으로 말이다~~

본래, 자(字)자는 어른들 함자 댈 때, 극존칭의 의미로, 성에는 안 붙이고 이름자에만
붙이는 아주 세련되고 기분 좋은 접미사(?)인데~~

자기 이름에다 붙이니 정 반대의 느낌이 들었다.
이 경우, 직접 내게 대고 하는 소리가 아니니 뭐라 하기도 좀 그렇고~~
대충 그러고 산다.

대개 존칭의 표현이 없다고 알고 있는 영어에도 사람이름과 관련하여
이와 비슷한 예절이 있다.

현역 시절에 미항공장교들과 회의를 하는데,
예하장교가 자기 지휘관이 있는 곳에서 그 이름을 대야할 경우가 있었다.

그러자 이 장교, 중령인 자기 대대장 이름을 대야할 부분에서
“~ Excuse me sir, Col James~ 어쩌고 저쩌고~~” 식으로 표현했다.
아마 우리의 접미사 자(字)자에 해당하는 예의가 아닌가 싶었다.




3.
헬기 1대 더 산다니까, 국내 헬기판매 대리인들이 온통 비상이 걸렸다.
그럴만도 한 것이, 헬기 1대 값이 100억이 넘어가니~~한 건만 성사시키면
10% 마진만 생각해도 10억이다,

그렇다 보니 벌떼처럼 몰려와, 서로 자기네 헬기가 좋다고, 입에 거품이 생기도록
설명을 하게 마련이다. 인맥, 학력 다 동원해서~~ 그 중 어떤 세일즈맨.

“본부장님 존함이 000씨이신가요?
아니요. 왜 그러시는데요?
아, 예~~ 혹시 제가 아시는 분인가 하고요~
뭐요? 댁이 아시는 분이요?“

그 사람 돌아 간 다음,
“어이 저 양반이 가져온 자료, 다 버려~~~”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외국 헬기 제작사에다 대고 우리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겠는가?

헬기라는 게 한번 사면 10년 이상을 사용해야하고 , 그 기간 내내, 제작사에
질질 끌려 다녀야하는 장비인데~~(수리부속 공급, 정비지원 등등)

기본적으로, 위엣 사람 찾는 세일즈맨, 날라리이기 쉽고, 그 사람이 추천하는 장비,
엉터리일 확률 매우 높다.

“우리~, 다른 헬기 구매처와 일하는 방식 많이 틀립니다.
헬기 운영할 실무진들의 의견이 절대적이지요~~“

목에 힘이 들어가 한마디 한다.
“뭐? 틀려요?
아! 다르다는 의미지요?“

ㅋㅋㅋㅋ~~
다르다= Different, 틀리다= Incorrect, 결국 나도 비슷한 수준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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