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11월

언덕위에 서서 2006. 11. 4. 13:02
1.
"11"이라는 숫자는 참 외로워 보이는 숫자다.
같은 두획으로 이루어진 글자라도 사람 "人"자는 얼마나 안정되고
서로 의지하는 듯한 모양새인가?

"11"자를 유심히 보면, 서로 속내를 먼저 들어내지 않으려,
꼿꼿하게 버티고 선, 두사람의 모습 같아  각박하다.

그게 당신과 나건, 세상살이의 모든 구도를 의미하건~~

달력을 봐도 올 11월은 막막하다.

1일부터 8일까지 온통 붉콰한 색깔로 채워졌던 10월과 달리
이 달엔, 휴식과 설레임의 빨간빛은 달랑 4개뿐~~~

정말이지 외롭고 막막한 11월이다.
( 어떤이에겐 그 11월이 안도의 한숨을 쉴 여유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11월이면 대부분 등산로가 산불방지 명목으로 폐쇄되기 때문에,
구조업무는 다소 줄어 들지만, 그 대신 다른 일이 한가지 더 는다.
산불~~~~그래, 사실 여유라고까지 말하기는 좀 그렇다.)


2.
춘천에 "11월"이라는 아주 소박한 까페가 있다.
( 춘천얘기만 자꾸해서 미안하다.)

삼악산 기슭, 의암호가 내려다 보이는 멋진 장소에,
아마 20년도 더 넘은 불란서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곳인데~

삼악산가며, 그 집 주차장에 차 대놓으면 주차료 절약되고,
산행 끝내고 느긋하게 차 한잔 마시기에도 딱 좋은~~
그런 곳이다.

젊은 부부가 조용히 서빙을하는데~~
차맛도 좋고, 더러 하산주로 맥주를 청해도 된다.

그 집 간판이 좀 색 다른데~~~

영화 "OK 목장의 결투"에 나오는 목장입구처럼 생겼다.
입구 양옆에 기둥 높게 올리고, 그 기둥 사이를 널빤지로 연결한 다음
그 널판지에 글자를 써 넣은~~~

(기둥과 연결되어야 할 울타리는  1m도 없다.)

그 높고, 넓고, 휑한, 입구겸 간판에 덩그마니 써 있는 글자.


"~~~~~~~~~~~~~~~~11월~~~~~~~~~~~~~~~~~~"

그 글자도 외롭다.
쥔 내외가 외로운 걸 좋아해서 그런 이름을 붙혔을까?





3.
올해 군 동기 중 2명이 처음으로 장군이 됐다.
76년, 1500여명이 " 준비~~~ 땅!" 동시에 군 생활을 시작했는데,
30년이 지난 2006년 11월, 2명이 별을 달았다.

그 둘이 30년전 내랑 앞방, 옆방에서
징징거리며 생도생활 시작한 사람들이라~~

정말로 반갑고, 고맙고, 가슴이 싸~~해지는 일이다.

너무 잘아는 사람들인지라, 오히려 실감이 나지 않는,
아니 기특하고, 장하게 여겨지는~~ 그런 일이다.

그 중 한 친구,
매스컴에 ' "일병"이 장군되다'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는 "유"모군~~~

공교롭게도 큰 주목을 못받는 "11군단"에 근무하며 진급의 영예를 누렸다.

"11"이라는 숫자가~~~~~~

내겐 외롭고 조용한 슬픔인데~~

그 친구에겐 환희와 절정의 숫자가 될 것이 분명하다.
평생을 기억하게 될~~~~~~~~~~~~~~~

이 11월이, 다른 이들에겐 어떤 의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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