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December~

언덕위에 서서 2006. 12. 16. 14:33
1.
안 떨어지는 발길을 재촉해, 차의 시동을 걸고, 사무실로 향한다.
춥다~~~~ 추운 휴일 아침, 움직임 없는 아파트 주차장.

“이거, 뭐하는 짓인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10년 전, 우쩌자고 남들 쉴 때 같이 쉬고, 남들 일할 때 같이 일하면 되는,
보수 높고, 고참 끝발 인정해주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고?

더러는 장군도 되고, 대령도 되고, 그렇지 못한 친구들도 지난 10년간,
내가 이곳에서 할 짓, 못할 짓 다하며 노심초사 할 때,
익숙해진 그 자리에 남아, 느긋하게 아이들 잘 키우고, 차분히 인생 설계했고,
이적 그 마당에 남아있는데 말이다.

왜 그런 무모한 결정을 했었지?
왜 남들 뒤치다꺼리할 생각에 그토록 흥분했었지?
거기서나 여기서나 소수그룹, 비주류로 빙빙 겉돌기는 매 한가지인데~~~

아!~~~~~~~ 바뀐다는 것, 변화한다는 것, 그리고 내 손으로 나가겠다고
전역지원서 써 낸다는 짜릿한 쾌감에 들떠 그랬을 것이다.
그 통쾌함이라니~~

2.
그 때, 누가, 12월 설악의 무지막지한 골바람과,
삐죽삐죽 하늘을 향해 솟아있는 칼날바위들의 위험에 대해 말해주었다면~~~,
지금 내가 몸서리치며 느끼고 있는 것처럼 얘기해 주었다면~~~

그랬다면 어떠했을까?
그 몸서리 처지는 위협을 실감할 수 있었을까?

아니, 그 보다, 이 조용한 휴일 아침에~~
홀로 내려와, 일터로 향하는 처연함 대해 설명했다면~~,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새로 지어 먹은 결심을 바꿨을까?

그랬다면, 지금의 내 모습은 또 어떠할까?

3.
해가 낮아져 사무실 책상 위까지 햇살이 퍼진다.
날은 차지만 아직 바람도 차분하다.

12월~~~~

소양댐 가는 길, 능선 호젓한 곳, 벚꽃나무 숲 한가운데~~~
무심해 보이는 주인이 운영하는 카페가 있다.
이름이 "December"였지?

구석구석에 책들을 쌓아 놔, 긴긴 시간이 주체하기 힘든 사람들이나~~
조용히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이 초겨울의 햇살을 즐길 여유 있는 사람들,
시간 죽이기 딱 좋은~~~

몇 시간을 개겨도, 쥔 얼굴보기 힘들고,
객이 알아서 찻값 챙겨 놓고 나오면 되는 곳~~~~~

12월 이 아침~~

햇살 다 퍼지면 그 카페, 창가자리 찾아가 볼까?
혹 주인 바뀌었으면
옛날 그 분위기가 아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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