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戀書 75통 (그녀와의 추억)

48,49-85년

언덕위에 서서 2006. 1. 2. 16:39
 

19850505

경희!

새벽에 아랫배에 가해지는 ‘압’ 때문에 잠이 깰게다.

물을 많이 마셨으니까, 그중 4%는 알킬기지만-

생각을 해보자.

가정 1.

우리가 티격태격하는 것 , 소위 말하는 사랑싸움이다.

큰 명제 -우린 근본적으로 서로를 신뢰하고 있고 서로에게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라는 명제- 그리고 결혼 할 것이다라는 명제는 우리 둘에게 자명한 것이다.

우리가 지금 서로를 마주보기 싫어하는 건

어쩌면 서로를 알아 가는 과정, 아니면 둘이 만들 세계에서 어떤 Initiative의 확보를 위한 과장된 몸짓이다.

가정 2. 

이런 과장된 몸짓을  -서로의- 그 성격을 정의하지 못하고, 자주 보게되고, 누적되고, 이대로 진행하다보면,

가정에 대한 확시;sdl 줄고, 그 몸짓은 더욱 과장되어 잔혹해지고, 진행의 끝에는, 현재까지의 서로의 이성과 관계없이 큰 상처를 받고,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아니 지금 이 소전투에서 받은 상처도 쉽게 지워지지 않을 지경까지 왔는 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나는 당신을 필요로 하고 있고 아직은 당신도 그런 나의 사랑을 믿고 있다고 알고 있다.

위의 가정이 충족될 수 있다면  나는 다음과 같이 기술할 수 있다.

나는 서른 살의 여자나이에 다음과 같은 기대와 어거지와 신뢰를 같고 있다.

 -경희에게, 경희의 30살에

  1. 남자의 치기 어린 어리광을 이해할 수 있다.

  2. 나보다 넓으니까, 당신이 하듯 대충 따라하면 된다.

  3. 설사, 오늘 같은 날이 있었다 해도결국은 그냥 서로 웃을 수 있다.

  4. 오기라면 내가 당신의 3000배다. 그 오기의 근거가 불명료하긴 하지만

     -잠재된 열등감이겠지.

이상이다.

위의 내용 중 뭔가 내혼자 오해하고 있는 점이 있고, 당신이 심복하여 받아들일 수 없는 점이 있다면, 얘기해 보고, 얘기해서 안 된다면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될 일이다.

                             5월5일

(봉투 한쪽 면에) Terminology

                   - Initiative : Hegemony    

                   - 신뢰 : 혼인서약시 “이 반지를 나의 신뢰의 표시로서...”

                            할 때의 그 “신뢰”

19851018

오늘은 뭔가 가을 냄새가 나는 걸 써보고 싶다.

일상이야,

우리가 이 세상에 있은 다음부터

항상 그래왔던 거고

문제는  그 일상의 평면 위에 시간의 축으로써 겨우

그 존재하는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지금의 우리, 현재의 우리인 것이다.

그렇게-

언제부터인가, 황급히 쏟아져 내리는 가을 나뭇잎을 보고도 우리는 감탄하기를 그만 두었다.  

크고 작고 예쁘고 밉고 좋고 싫은 많은 일들이

하나씩 둘씩 우리의 손과 발을 엮고 있었으며,

우리가 지나온 발자국들이 희미해지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가슴엔 여러 개의 굵은 선들이 새겨졌다.

자기라는 것과, 오기스러움과

조금은 오만함의 선들이...

얼핏 보아 한눈에 들지는 않지만

조금은 선함이니, 사랑함이니 하는 선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 가슴은

회색이고, 처음의 그것보다는

쉽게 손 내밀어 보듬기 어려운 것이 되었다.


일상이야 항상 그래왔던 거지만

굳어짐으로 해서 점점 더 외로워지는 건

지금의 우리인 것이다.


조금 있다가는 이 모든 영광 -오늘이 있기까지-을 나의 wife에게 돌리고 싶다는 부끄러운 일들의 상상을 펴 나가야지. 아니 그것보다는  그런 소리를 자기로부터 듣는 상상을 해 보아야겠다.

지금의 괴로움이야 내가 생각해 볼 수밖에, 대신할 수도, 어떤 위로도 불가능하지만 나중에 거짓말로라도 -오늘이 있기까지... 우리 자기에게...-한다면, 글쎄 그땐  -내가 뭘...-하고 정말 당당해져서 솔찍하게 얘기해도 남들은 정말 뭔가 함께 애쓰고 괴로워했다고 생각할 꺼야 그치?

그럼 나도 노벨상을 향해 시작해 볼까, 그리고 정말 그 아무개 미국 박사 모냥 이 모든 영광을 ... 운운 .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볼까?

아니 도대체 내가 지금 무슨 소릴 쓰고 있는 거냐? 내년 6월엔 돼지 값이

폭락할 우려가 있으니 그에 대비해야 한다고? 그러면 몇 개월 전에 다 내고 Base만 유지해야 할텐데, 아버님이 그대로 하시려 할까?

사랑한다는 건 그 앞에 자신을 홀랑 까 보여도 다 괜찮다는 의미는 아닐텐데

Art of Loving은 Eric from의 책이고 기술이라고 말했지 아마... “術”이란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이렇게 써도 알아먹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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