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戀書 75통 (그녀와의 추억)

44,45-84년

언덕위에 서서 2006. 1. 2. 16:36
 

19841218

京!

우리가 같이 지나온 길, 그 길거리에서 우릴 스쳐 지나가는 ant 남녀들의 흉내를 내자는 게 아니다.

연속극에서 본대로 연애를 하자는 게 아니다. 아니 애초에 그렇게 매끄러운 표정 지을 자신 없고, 그렇게 세련된 감정을 느낄 재주도 없다.

그 희곡 작가가 원하던 바도 허구이고, 우릴 스쳐지나간 남녀들의 표정도 어쩌면 결국은 타인을 의식해서 지어낸 표정인지도 모른다.

같은 논리로 -그 텔레비에서 배운 대로라면, 京과의 결혼은 많이 참고 고민하는 듯해야 스토리에 맞는 게 되겠지만-

그게 아니다란 얘길 하고 싶은 게다.

어차피 결혼이란 게 미워하고 괴로워하면서도 결국 利己에 의해 맺어지고 그런 情에 의해 지속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년 365일 그렇게 향기롭고 미칠듯한 환희로 채워지길 바라지 않는다.

京과 나와의 결혼인 것이다.

아주 독자적인 또 하나의 역사인 것이다.

불안해한다는 건 그 만큼 향기로운 미래를 원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게 아니다, TV에 솎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자신 없고 휘청거리는 사람들이 아니다. 京이건 나건, 그냥 시작하는 거다. 우리보다 아름다운 모습이건, 우리보다 추한 모습이건...

그건 우리가 아니다. 우린 우리 둘만의 것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하는 결혼이라면 몰라도 처음 하는 결혼인데 그게 아무리 맵고 쓰려도, 그걸 어떻게 “낫다, 못하다”라고 느끼겠는가? 고추벌레는 고추의 매운 맛을 모른다고 한다.

설사 우리의 결혼이 그렇게 매운 것이라도, 전혀 아무 것도 염려할 게 없다.

매운 맛이 뭔지 모를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젠 미워지면 울지 말고 내 약을 올려 보도록 해봐.

물론 울어도 내가 괴로워지는 건 사실이지만...

우린 서로에게 너무 큰 것, 너무 아름다운 걸 기개하지 않기로 하자. 내가 줄 게 없기 때문이고 京을 실망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내일 저녁이면 그 예쁜 얼굴 또 볼 거고, 그 따듯한(?) 손 또 만질 수 있겠지.

사랑한다. 그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혼자 미소지을 수 있을 수 있을 만큼...

                                       12. 18


19841224          대위 연세대 학부 위탁교육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

마지막 시험을 마치고 종합관을 나서면서 맞는 그 찬바람, 그 가슴쓰림

웃을 수도, 더구나 울 수도 없으니까,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천천히 걸어 내려오면서 무슨 생각을 해야하나.

이제 뭘 해야 하나. 그래 report가 남아 있구나. 차라리 다행이구나.

이 사람은 어디에 있나.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이럴땐 아주 멀리 있구나.

그럼 욕심이나 부려봐야지. 내년에는 -

내년에도 역시 경희일 수 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좀더 사랑하고 좀 덜 미워할 수 있음 좋겠지.

좀 더 부지런했음 좋겠고, 좀 더 작아져도 괜찮고

몸이나 마음이나 앓지 말고 건강해야지.

기도할 수만 있으면 좋은 거다.

내 사랑하는 사람, 가브리엘이라는 본명과 김광수라는 이름을 가진,

옆에 있어 좋은 사람이기를 기도하자


나의 하느님이 그의 하느님이기를

어느 한 사람만 건강하고 , 한 사람은 앓고 있지는 않기를

너무 많이 욕심 내지 않을 수 있기를 기도하자.


도착할 때면 성탄은 지나 있겠지만 

성탄 축복 많이많이 받으시고

건강한 새해 맞으시기를


                ‘84. 성탄절. 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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