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0829
남에게 자기가 느끼고 경험한 사실을 한 치의 오해도 없이 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듣는 사람이 자신의 편견에 의해 해석하니까,
이런 얘기, 한번 했었다 - 대부분 한 얘기 또 하고, 또 하고
아마 대 여섯 번 이상 들은것도 많을 걸?
그런 오해를 내가 하고 있었다.
아마 京의 방엔 이렇고... 저렇게...하고 생각했었다.
거긴 완전히 자기만의 공간이 될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걸
갖다 놓을 수 있으리라고.
나처럼, 내가 살고 느끼고 행하듯이...
그러다 문득, 책상이 두 개고, 침대도 두 개고...
함 말이 생각났다.
그리고 처음 그 말을 들을 때, 왜 “둘이서 산다”는 의미가 이해(?)
- 둘이서 산다는 사실 -이 떠오르지 않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내가 통상 혼자 사니까 그러려니...
그 말을 내 식으로 해석했기 때문일 게다.
사람이란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데...
특히 나 혼자 사는 것에 습관이 붙은 사람들에겐 더욱이나...
혼자 있으면,
생각을 하거나 상상을 하거나 공상을 하거나, 자거나...
3년 후에 결혼한다면
뼈만 남아서, 잎이 다 지고 난 활엽수 줄기처럼 되어서
京을 생각할 때면 가슴에 생기는 아릿한 통증 같은 거 다 굳어져서,
그렇게 된 후에 결혼하는 게 될 거라는 생각.
의무감만 남아서, “의무감”이 틀림없다.
그리고 애기한테는 둘 다 세상 최악의 부모가 되리라는 생각.
부모님들껜 그렇다 치더라도.
그 애가 나중에 많이, 다 커서
언 듯, 지금의 우리를 이해하는 때도 있긴 하겠지만
세월은 사실을 무미건조한 것, 퇴락한 것들로 만들어서
“ 두 사람 다 꽤 살기에만 바빴었나 봐 ”라고 말 할 지도 모르지.
우리가 어떤 느낌을 가졌었고 얼마나 설명하기 어려운 심정들이었다는 건 전혀 상상하지 못하면서...
그저 “ 참 어려웠었나 봐 ” 하겠지.
그만큼이라도 된다면 다행이지만..
8.27
19841104
‘I can dream about you if I can hold you tonight"
참 좋다. 나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내가 듣고 싶은 것 듣고, 눕고 싶을 때 눕고, 편지 쓸 수 있다는 것.
오늘 낮엔 테니스 치고, 메뚜기 잡아다 기름에 튀겨서 누가 사다 놓은 맥주 안주로 딱 한 병만 마셨지. Radio 트니까 “ about you " 라고.. (위에 쓴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유일한 가사였지만..)
Seraphina!
내 아파트에서 밤새 잡쳐 있다가 올라가서 쓴 원망조의 편지 다시 찾아내서 읽어보고... 엊그제 욕 잘하고 뭐든지 잘한다는 후배녀석 부인이 하던 말
“주말 부부!”란 어휘를 생각해 내고..
짐승들이 때 아니게 울어대는게 자기만의 영역이라는 ‘공언’이라는 생각도 해내고,
투우장에 끌려간 황소가 그 노출된 장소에서 어느 한 귀퉁이 가장 편하다고 느끼는 곳을 선정하여 마침내 투우사를 이길 수 없다고 인정했을 때, 그곳으로 와서 수비자세를 취한다고...
그래서 통상 그 자리에서 소가 쓰러진다더라는 옛날 헤밍웨이의 (그 사람은 투우하고 사냥을 무척 좋아했다는데) 투우에 관한 글을 생각해 내고.
결국 그런 것 아닐까?
결혼이라는 건 그런 공간을 갖고자하는 동물적인 본능의 합법적인 인정받음 일거야. 남자는 남자로서, 여자는 여자로서의 위치, 아주 배타적이고 Privit한 장소를 허락 받고 싶다는 바램.
기왕이면
오래 그녀의 꿈을 꾸고 싶은 여자이기를 바라고
그녀에게서 쵸코렛 향기가 나기를 원하고, 내 못난 곳을 들쳐내기 보단, 감싸고 덮어주는 여자이길 원하는 건 .
사슴이 무리중의 모든 숫 사슴 중에서 제일 강해질 때까지 성장을 계속하다가 마침내 절대적인 권위로 군림하는, 그래서 복종이외에는 허용하지 않는 본능.
사람이란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게 완벽해 질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그에 대한 보완 내지 양보, 타협의 결과 생겨난 제2의 본능 -조금 비굴해진- 일 꺼야.
또하나
수컷은 암컷보다 더 절실히, 자기 이외의 성을 원한다는 것. 그도 참 비슷해.
오웰씨는 성적 스트레스가 당에의 충성(광적이고 발작적인)의 원천이 된다고 썼었는데 나는 그 스트레스가 체력과 책에 대한 분풀이로 나타나길 믿고 있을 테야. Stress가 싸인 사람이 안주하게 되지야 않겠지.
엉뚱한 큰일 저지른 경우야 있겠지만
곁에 있다면 꼭 껴않고 입 맞추고.
B Envy 의 Satisfaction을 위한 일체의 행위 Repeat.
그래도 목마르지만,
잘 자. 봉급이 좀더 오르던가. Inflation이 멈추든가, 하여간 Date 하는 데 돈 걱정 좀 안 해 봤으면 좋겠다.
메뚜기 몇 마리 봉투에 넣어 보낼까?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