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戀書 75통 (그녀와의 추억)

37,38-84년

언덕위에 서서 2006. 1. 2. 16:30
 

19840730

Seraphina!

세상에 전부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든다.

나 이외에, 모든 나아닌 것들에 대해 과연 내가 진실을 가지고 대한 적이 있었던가? 라는 의문이 들면서 내가, 그 누굴 위해 희생해 본 적이 있었는가?

그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있어주고 일해  주기만을 바랬지. 내가 그들을 위해 노력하고 희생한 때란 기억에 없다는 느낌.

아니 나를 이루고 있는 세포  하나하나에게도, 3주일 째 펴지 못하고 있는 내 책상 위의 TOEFL에게도 , 미친 듯이 빠져들지 못하는 京에게도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어쩌다 생긴 변덕 때문에 쓴 이런 -본래의 내가 아닌 듯한 - 글을 읽어야 할 京에게도,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못 생겨서, 진실이 없어서, 사내자식으로서 용기가 없어서.

내 세포 하나마다를 위해 열심히 몸 가꾸겠다고 결심하고 실행하지 않아서,

남의 습관이나 생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남몰래 미워해서,

景이 풍덩 빠져들 만큼 여러 가지를 갖추고 있지 못해서, 그러면서 시집만 오라고 졸라대서, 기껏 쓴다는 게 이렇게 치사한 느낌이 들게 써서,

왜 편질 안 쓰느냐고 景을 욕해서 - 욕은 안하고 원망만 했다-

이런 저녁은 맥주를 마시고 싶은데 장가간 녀석들 날 부르러 오지 않는다 해서 욕했기 땜에, 이런 것들 때문에 참 미안한 생각이 든다.


오늘은 바람이 불겠단다.

그래서인지 한 낮엔 하늘이 가을 하늘이다가 다시 낮아지고... 세 번 변했다.

☆☆☆가 온다 그랬는데 기다리다 난 잠이 들었고 그 사이에 ☆☆☆가 내렸다. 참 미안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내가 오래서 온 것도 아니고, 더구나 너무 덥다. 32。C니까.


내일은 Burner 와 Coher을 사러 나가야 겠다.

장가 못간 놈이 2-3 되는데 그들을 위해 아침,저녁을 하기가 괴롭기 땜에 각자 해결하란다. 그래서 매일 아침,저녁은 Camping을 해야겠다.

 - 시집오라고, 결혼하자고 떼쓰는 건 아니다. 결코 아니다. -

엄살도 아니다, 나도 잘하니까. 남 안 보는데서 식성에 맞게 돼지하고 삼겹살, 삼계탕만 먹고살아야겠다. 참 재미있다.


오기를 기다릴 땐 오지 않고

한편이 찾아갔을 땐, 잠들어 있다.

밥을 차려줄 땐 서글픈 느낌으로 받아 들지만,

안 해준다니까 괘씸하다.

마치 만나고, 정이 들고, 그리고 결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곤...

그러다가 만나고, 그리워지고 하니까

갑자기 결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하는 사람 같다.

야누스的인 Irony다.  그런데 그런 게 인간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참 얄밉다.

풍덩 빠져 들어오지 않는 -나만큼 헤어져 있다는 사실에 고통받지 않는 듯한 - 그 모습이 그렇고.

또 미안하다.

그런 불안 망설임을 싸나이가 푸근하게 삭혀줄 수 있어야 하는 데, 아니면 불안의 밑바닥을 모두 뒤져서 그 근본을 해소해 버려야 하는데

덩달아 나도 불안해 하니까

정말 미안하다.


지리산에 있을 때, 난 원주에 있던가 아니면 일직을 하고  있을 예정이다.

원주에 있게 된다면 죄다 이를 거다. 景의 부모님한테... 그것도 미안하다.

몽땅 사죄하는 듯, 새 사람되려는 듯 하다가 이 모든 게 결국은 Egoistic한 음모를 성사시키려는 술수였다고 느껴져서 미안하다.

나는 매일 기도하기로 했는데...    한다.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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