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그러지 마라, 조사하면 다 나온다.

언덕위에 서서 2010. 7. 30. 12:26

1.

이사오고 얼마 안되어서~~

복도에 내 놓은 내 재떨이가 계단 중간 층으로 옮겨져 있고

내 꽁초말고 다른 꽁초가 들어 있었다. 이거 봐라~~

 

여름~~

창문을 열어 놓고 사니, 복도에서 피우는 담배 냄새가 실내로 다 들어 온다.

해서 뒷베란다로 재떨이를 옮기고 방문 꼭 닫고 담배를 피우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늦은 저녁,

지독한 담배냄새와 함께 복도에서 웅얼웅얼하는 남자 목소리가 들린다.

왠 일인가?

이 시간에 14층 복도까지 올라와서~~~누가 ?

 

나가 보니, 20살 될까말까하는 놈들 둘이서

사각팬티바람으로 담배를 꽈대고 있다.

아래층 사는 놈들이구만?

 

느이 놈들이로구나!  내 재떨이 무단으로 옯겨 놓은 놈들이~

 

곱지않은 눈으로 쳐다 보니, 팬티차림이라서 그랬는지,

담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떠들었다고 느낀 때문인지~~

슬금슬금 사라진다. 쉐이들~~

 

날 추워져 문닫고 사니 그 놈들 거기서 계속 담배를 피우는지 마는지

내 알 바 아니라 잊어 버렸다.

 

2.

6개월 후.  앞집으로 새이웃이 이사를 왔다.

얼핏보니 식구 중 안노인네도 한 분 보이고(장모님 모시고 산단다.)

그래서인지 요즘 드물게 이사떡을 돌리고하여 마음이 편안했는데

 

얼마 전부터  빈 소주병,  맥주 캔 1~2개가 들어 있는 까만 비닐 봉투를

복도에 내 놓는 것 아닌가?.

그것도 우리 현관 가까이, 며칠씩 지나도록 안 치우고~

 

희안하네?  아니, 47평 아파트안에 소주병 2~3개 들여 놓을 공간이 없나?

이게 자꾸 반복되니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술이 거나해 올라오던 어느 저녁에

그 봉지를 들어다  앞집 현관문 바로 앞에 갖다놨다.

아침에 문열면 떵그렁소리내며 빈 병 쓰러지도록~~~ 

 

그 날, 퇴근하며 보니, 그 봉투 다시 복도 중간쯤으로 옮겨져 있다.

괘씸한 집구석이네~~~?  그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나?

 

그렇게 또 몇 주가 흘러갔다.

그 사이

앞집에 대해 불만, 불신은 점점 더 커져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집구석으로 치부하며~~

 

 

3.

오늘 아침,

신문의 운세란에 "그 동안 밀렸던 문제가 속 시원히 해결된다~~"고 씌여있다.

" 좋지, 무슨 속시원한 소식이 있으려나?

혹 지암리 땅 팔라는 연락이라도 오려나? 그것도 후한 가격에?

 

퇴근 시간 다 되도록, 별 시원한 소식없다. 그럼 그렇지~~~

 

퇴근 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순간. 

 

"  아~~!!!!!!!"

 

 

엘리베이터 정면, 문제의 그 까만 봉투가 놓여있는 벽에~~~

옛날 노인네들 글씨체로

 

"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1403호 올림"

 

이라 쓴 종이가 붙어 있다. 

 

아이쿠야!!~~~ 이걸 어째!!!

 

순간~~~~

" 그 놈들이로구나! 바로 그 문제의 사각 팬티들~~"

 

" 이 놈들!! 술병 집안에 가져 들어 갔다간 야단 맞을 상황인 모양이구나?

그렇다고 속 빤히 보이는 이런 짓을? 이누무 쉐이들을, 확~~"

 

 

4.

얼른 그 종이 밑에다 덧글을 단다.

 

"1404호는 아닙니다. 계단에서 담배 피우는 젊은 놈들 있는데

그 놈들 짓인 모양입니다"

 

그러고 나자 이 놈들(혹 아닐지도 모르지만)이  더더욱 괘씸하게

느껴져 아래와 같이 써서 엘리베이터 안에다 붙혀 놓았다.

 

 

 

그러지 마라, 조사하면 다 나온다!!!!


14층 복도에 빈 소주병과 맥주캔이 담긴 검정 비닐봉투를 버려 놓는

철부지 친구들에게~~~

그 봉투 1403호 할머니가 치우신다. (며칠을 두고 보시다가)

그러면서 누굴 의심하겠니?  앞집 아닐까?


나(1404호 )도 그걸 보며 같은 생각을 하니까...

오늘 참다 못한 할머니께서, 복도에 경고문을 써 붙이셨더구나. 

 느끼는 게 있길 바란다.


그거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CCTV녹화 테이프만 조회해 보면

누군지 알 수 있는 일 아니겠니? 

차마 이웃 사이에 그러고 싶지 않아서 참고 있을 뿐이지~~~

반성하기 바란다.

                 1404호      010-8720-3415  김 광 수

 * 12월 10일까지 게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크~~~  ㅎㅎ 내가 이러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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