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수능에 붙혀

언덕위에 서서 2010. 7. 30. 11:59

1.

1992. 2. 5.  집사람 36세에

노산이라 위험하다며, 제왕절개 권유하는 의사의 말 뿌리치고 

5년 만에 자연 분만한 둘째~

 

이 녀석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에 놀러온 친구와 함께  형을 놀려 먹는 것이었다.

" 너네 형, 왜 그래?"

" 응, 우리 형 원래 그래~" 하며

 

친구가 돌아 간 다음  절망적인 심정으로 이 녀석을 불러 앉혔다.

 

원래 엄마, 아빠는 아이를 한 명만 가지려 했는데

형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엄마, 아빠 죽고 난 후에도,

형을 보살피며 함께 살 착한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고

그래서 태어난 동생이 너란다.

 

그런 네가 친구와 함께 형을 놀리면 엄마, 아빠는 어떤 마음이 들겠니?

 

2.

이 논리는 둘째의 이기심, 경쟁심, 게으름 등을

타파하는 데 주효한 무기가 되어 왔다.

 

다른 친구들 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 더 참아야 하는 이유,

기타 등등,

둘째 놈을 야단치거나, 한 잔 마신 후, 자식들에게 읊어대는 잔소리의 큰 주제이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아빠의 이 불쾌한 논리에 전혀 대응하는 기색이 없고

나름, 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구러, 이 놈이 이번에 수능을 본다.

 

귀한 티 내느라고, 기흉에, 스트레스성 두통에

매일 아침 1분 차이로 등교길 봉고는 놓치고,

한 방에 사는 지 사촌은 신종풀루 걸리고~~

 

여러 가지로 떨어져 있는 부모 애 태우더니

드디어 낼 모래면 시험을 본다.

 

올 해엔 입시 한파 안 올 거라니, 그도 지 복이고 

 

그래, 맘 편하게 먹고 자신있게 시험봐라.

누가 뭐라해도 공부한 만큼 성적 나오는 거지,   거기, 무슨 이변이 있고 핑게가 생기겠니?

 

이미 그 간의 인고와 노력의 양을 각자 등에 지고 시험장에 들어 가는 것인데~~~

새삼, 조바심할 것 뭐 있겠니?

 

그러니, 자신있게 시험 봐라. 당황하지 말고.

그 시험은 너네 또래 전부가 보는 시험이니까 

 

네 엄마,아빠, 형도 다 거친 과정이니까~~

 

힘내라. 다른 둘째들과는 조금 의미가 다른

우리 둘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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