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2. 2. 5. 집사람 36세에
노산이라 위험하다며, 제왕절개 권유하는 의사의 말 뿌리치고
5년 만에 자연 분만한 둘째~
이 녀석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집에 놀러온 친구와 함께 형을 놀려 먹는 것이었다.
" 너네 형, 왜 그래?"
" 응, 우리 형 원래 그래~" 하며
친구가 돌아 간 다음 절망적인 심정으로 이 녀석을 불러 앉혔다.
원래 엄마, 아빠는 아이를 한 명만 가지려 했는데
형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엄마, 아빠 죽고 난 후에도,
형을 보살피며 함께 살 착한 동생이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고
그래서 태어난 동생이 너란다.
그런 네가 친구와 함께 형을 놀리면 엄마, 아빠는 어떤 마음이 들겠니?
2.
이 논리는 둘째의 이기심, 경쟁심, 게으름 등을
타파하는 데 주효한 무기가 되어 왔다.
다른 친구들 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해야 하는 이유, 더 참아야 하는 이유,
기타 등등,
둘째 놈을 야단치거나, 한 잔 마신 후, 자식들에게 읊어대는 잔소리의 큰 주제이기도 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아빠의 이 불쾌한 논리에 전혀 대응하는 기색이 없고
나름, 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구러, 이 놈이 이번에 수능을 본다.
귀한 티 내느라고, 기흉에, 스트레스성 두통에
매일 아침 1분 차이로 등교길 봉고는 놓치고,
한 방에 사는 지 사촌은 신종풀루 걸리고~~
여러 가지로 떨어져 있는 부모 애 태우더니
드디어 낼 모래면 시험을 본다.
올 해엔 입시 한파 안 올 거라니, 그도 지 복이고
그래, 맘 편하게 먹고 자신있게 시험봐라.
누가 뭐라해도 공부한 만큼 성적 나오는 거지, 거기, 무슨 이변이 있고 핑게가 생기겠니?
이미 그 간의 인고와 노력의 양을 각자 등에 지고 시험장에 들어 가는 것인데~~~
새삼, 조바심할 것 뭐 있겠니?
그러니, 자신있게 시험 봐라. 당황하지 말고.
그 시험은 너네 또래 전부가 보는 시험이니까
네 엄마,아빠, 형도 다 거친 과정이니까~~
힘내라. 다른 둘째들과는 조금 의미가 다른
우리 둘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