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엊저녁, 구조대장이 주선한 회식에 참석했다. 모 여단장과 대대장들을 초청했다고 서장, 과장들 나오라니~~ 안 갈 수 없지. 군인들과 관련된 모임이니
대충 초청한 사람들 면면에 대해 물어 본다.
장군 진급한 지 6개월째 란다. 조금 걱정이 된다. 그 시기면 나라도, 자신이 장군이라는 사실에 취해 책상위에 놓인 빨간 성판을 하루 종일 쳐다보고 있어도 물리지 않을텐데~ (오죽하면, 하늘에서 별을 따다란 소리가 나오겠는가?)
주변에 누가 있는지 어떻게 눈에 띄일 것인가? 소방서장 쯤이야? 더구나 그 참모 중에 소령 제대한 선배 과장 하나쯤이야 무슨 의미이겠는가?
눈치가 있어, 첫마디에, "아이구 선배님~ 어쩌구" 하고 나오면 서로 치켜주며 잔이 오가겠지만~~~~ 아마, 아직은 아닐 것이다~ 짐작하고 마음을 다져 먹는다.
양복 상의를 갖춰 입는다. 장군에 대한 예의로~~~
2.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서장께 들어가서 기다리시라 한다. 밖에서 같이 기다리시겠단다. 그도 맞는 말이다. 장군은 2급, 서장은 4급이니~~ 나이야 서장이 7년 위지만, 나이 갖고 공직생활하는 거 아니니~
40대 대대장들과 함께 기다린다. 10여분 늦는다. 자리에 앉는다. 명함을 돌리고, 오프닝 멘트에 이어 인사소개 이어 잔이 돌기 시작한다.
술이란 게 뭔가? 최단 시간에 자신의 됨됨이 드러내는 가장 쉬운 방법이지.
몇 잔 돌고, 자기가 준비해 온 양주 꺼내고 군대얘기 나오고, 결국 축구얘기 나오고, 중간중간 십원짜리 섞여 나오고~~~~~
이쯤 되자 내가 민망해졌다.소방관들, 아니 일반인들 모두가 갖고 있는 장군에 대한 이미지가 현실화 되는 순간이다.
아니다 싶어, 당신 전임자가 내 동기라고 운을 뗀다. 이해를 못한다. 고등학교 동기로 들은 모양이다. "제 사관학교 1년 선배죠." 한다. 거기다 대고 뭔 얘기를 더 해~~~?
술맛이 쓰다. 술이 얼마나 분위기에 민감한 음식인데 당연하지. 역시나 다. 후~~ 그 자신만만함 이래서 동기생 장군이 초청한 모임에도 안나가는데~~~
3. 몇 잔 더 마시고, 술이 오른 김에 한마디 읊는다.
내도 군생활 20년 했는데~ 군 문화가 참 좋고, 그 울타리내에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지만 군도 결국 사회의 한 부분집합이니~~ 바깥 사회는 어떤지, 전후좌우 잘 살피고, 유연해지라고~~
그 얘기~~ 12년 전 내가 처음 여기 왔을 때 무례하고 섬뜩하게 얻어 들은 충고, 아니 협박이었다.
향우회에 나가 자기 소개를 하고 앉았는데, 몇 년 아래인 녀석이 "항공대장님, 다음 모임에 나올 땐, 대장이 아닌 향우회원으로 나오세요~"했다.
목에 힘주고, 말투에 시건방이 잔뜩 들어가 있는 군바리 출신을 암말 안하고 받아주기가 너무 역겨워 그랬을 것이다. 어제의 나처럼~~
또 한 번 있었지. 비서관에게 "왜 지사님은 헬기를 자가용처럼 불러 쓰느냐고? 헬기 사용절차에 명시되어 있는대로 신청서 작성해 보내라"고 따지자 비서실장이 그랬다.
"잘 알겠다, 앞으로 그렇게 하겠다. 그리곤 한마디 덧붙혔다. 최대한 경멸하는 표정으로
"대장님도 참 딱하십니다 ~~~~"
돌아보니 아직도 딱하다. 여단장은 모든 군인(나를 포함해서)의 로망인 별이라도 달았지.
후배가 달고 있는 별이라고, 그 별 인정하려 들지 않는 내 꼴이야 말로 멀어도 한참 멀었지~~~
이래서 또 한 번 씁쓰레 웃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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