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아들 놈

언덕위에 서서 2009. 10. 8. 09:51

1.

수요일 저녁

내 땅 산 사람들(아마 1~2년 내에 수억 벌거다, 춘천~서울 고속도로 땜에)과

잔금 받고, 한 잔 마시는 자리.

 

집사람 전화~ (이 사람 목소리는 뭔 일 생기면 더 가라 앉는 특징이 있다.)

지금 대전 가야 돼, 작은 아들이 기흉으로 을지대 병원에 입원했대~~

수술해야 할 지도 모르고~~

벌써 알딸딸해진 내 귀엔 전혀 현실감이 없는 얘기.

누구? 태욱이? 기흉? 언 놈이 때렸데?

 

2.

다음 날~

이틀 연가를 내고 고3 아들놈 간호(감독?)하러 내려 왔다.

엄마는 토요일까지 일 있다고 목요일에 올라가고~~

좋다.  죽을 병 아닌 바에야~~

고3이 공부 안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수능 며칠이나 남았다고~~)

가슴에 호스를 박은 채로, 계속 책을 본다.(보게 한다.)

인터넷 강의 들으라고, 컴퓨터 설치해 준다.

밥그릇도 받아다 주고~~

 

 

3.

기흉~~~~~

94년인가? 정말 싸가지 없는 대위 한 놈 군화발로 걷어 찼더니~

기흉이 됐다나 어쨌다나 해서

군사법원에 불려가 재판 받은 적 있는데~~

 

퍼뜩, 그 때 생각이 났다. 언 놈한테 맞은 거 아닌가?하고

(세상의 인과응보라는게 이런 거 아닌지~~)

 

다행이~

얻어 맞은 건 아니고, 삐쩍 마르고, 부지런히 키만 크는 놈들한테

이런 현상이 생긴단다. 스트레스 심하게 받으면~~ 

옆 방에도 고3  녀석, 같은 증세로 와 있다.

 

휴우~~~ 

 

 

4.

오늘~~ 토요일.

3일째다. 아들놈 옆에 붙어 있는지~~

 

처음엔 피차 좀 어색하더니만

이젠 아빠가 옆에 있어도 발 뻗고 눕고, 문자 보내곤 한다.

 

저녁엔, 학원 끝낸 친구놈들이 병원에 들러

소설책도 한 아름 갖다주고~~

우~ 몰려 와 치킨도 해치우곤 한다.

 

그러고 보니, 아들놈 제 발로 걷기 시작한 이래

가장 긴 시간, 부자가 함께 보내는 거 아닌가 싶다.

 

아빠야 이렇게 뿌듯 하지만

지 놈은 속으로 엄청 지겨워 하겠지.

 

(인강 듣다 언제 게임으로 돌렸니?

방에 전부 어른들이니, 인사 잘해라.

이래라, 저래라~~) 

으이그~~아빠 빨리 가고, 엄마 오라니깐~~~하겠지.

 

이 놈아~ 너도 아빠 돼 봐,

아빠 못지 않을 테니. 

 

 내일 퇴원하라니, 그나마 다행인 줄 알고~~~ 

출처 : 아들 놈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메모 :

'그룹명 > 사람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식당에서  (0) 2009.10.20
순대집앞에서  (0) 2009.10.20
[스크랩] 입술~  (0) 2009.10.08
[스크랩] 순대집 앞에서~~  (0) 2009.10.08
[스크랩] 애경사~~  (0) 2009.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