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을 줄이려고, 꾀를 하나 냈다.
미련하게 박스로 사 나를 것이 아니라, 한 번에 1병씩 사다 먹기로~
오늘 그 첫번째 날로(지난 번에 사온 1 박스는 이미 끝이 났다.)
아파트옆의 마트로 갔다. 1병을 산다. 천원내니 40원 거슬러 준다.
아~ 소주 한병이 960원이었구나.
그 다음 마트앞에 있는 순대집으로 간다. 떡복이도 같이 판다.
순대 1인분 2천원이라 씌어 있다.
아줌마 포함 서너명이 가게 앞에 몰려 있다.
나도 그 앞으로 다가간다.
내 뒤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듯한 녀석들 둘이 몰려 와 주절 거린다.
"돈이 이게 단데~~ 둘,넷, 여섯, 여덟~~~ 어쩌구" 하며
2.
지난 번에 아파트 장에서 순대, 떡복이 파는 부부가
차분하게, 꼭꼭 순대를 썰어, 어지러히 늘어선 사람들, 순서대로 깍듯하게
나눠주던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이 아주머니도 아주 정중하다.
정성껏 꼭꼭 썰어 한 봉지 만들고, 나무젓가락 넣고, 돈받고, 다음 분 또~~
순대가 귀한 음식이라 할 것은 못되는데, 그 음식 파는 사람들은
어쩌자고 저렇게 차분하고, 격이 있어 보이나 싶다.
잠깐사이, 순대 집 앞이 러시아워로 변한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순대가 위를 자극한다.
남의 순대라 그런지 더 맛있어 보이고~~
3.
지갑에서 2천원을 꺼내 들고 서 있는데(줄 서있을 땐 1분도 꽤 길다)
앞사람들 담는 걸 보니 내겐 너무 많다.
"많이 안주셔도 되니까, 순대 조금하고, 내장으로 주세요."
"네~~ 손님, 많으시면, 천원어치도 드려요."
"그래요. 잘됐네, 천원어치만 주세요."
그리곤 남은 천원을 아까부터 주절 거리던 두녀석에게 슬쩍 넘겨준다.
"감사합니다." 쾌활하게 접수하는 두 녀석의 정체.
우두산 근처 기숙직업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지금 가진 건 동전으로 3천냥.
그 근방엔 뭐 사먹을 곳도 없어 한참을 나온 것이다.
"배 많이 고픈 표정이네?" 했더니~~
"네~ 저녁 메뉴가 아주 안좋았어요."
"그래, 맛있게들 먹어~~~"
"감사합니다, 하하하~"
나도 하하하다. 소주 1병에 순대 1천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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