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Kiwi Syndrome.

언덕위에 서서 2007. 4. 18. 16:46
1.
박찬호 선수가 4이닝에 8실점 했단다. 요즘 이승엽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 안쓰럽다.
김병현, 서재응도 그렇고~~~~~~~~~~~~~~~~~
유럽으로 간 축구선수들 중 이영표, 설기현도 고전 중이고
프로골퍼들 중엔 박세리와 캐리 웹이 오랜 슬럼프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격투기 선수 최홍만도 지난 번 패전 후 잠잠하다.

이 사람들은 직업이 스포츠맨이고, 전문 트레이너가 붙어서 매일 매일 그 일에
정진 할텐데 왜 그렇게 오랫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맬까?

혹시 노화로 인해 이미 그들의 전성기를 넘긴 것은 아닐까? 무릇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빠져 나갈 수 없는 위대한 올가미, 老化, 나이 듦, Aging~~

아직은 노화로 인한 부진은 아닐 것이다. 흔히 하는 말로 슬럼프(Slump)라는 기간일
것이다. 쉽게 벗어날 수 있을 듯한데, 좀체 벗어나기 어려운 끈적끈적한 꿈속 같은 상태,
슬럼프~~~

이 슬럼프라는 것이“1년에 한번, 한회에 2주씩”과 같이 주기와 지속기간을 정해놓고
오는 것이 아니다. 주기도 마음대로고, 지속되는 기간도 지 마음대로 임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거기다 더 괴로운 것이, 슬럼프란 외부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데,
그걸 또 자신이 어떻게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팔딱 뛸 노릇이다.


2.
이 슬럼프라는 것이 꼭 스포츠맨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사무직, 전업주부, 학생들~
누구에게고 아무 때고 올 수 있다(왜 이렇게 단정적인 표현을 쓰게 될까?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서?).

조종사들한테도 이런 기간이 주기적으로 찾아온다. 이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내가 직접 겪고 있고, 주변 사람들이 그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이를 주제로 한 서양 영화도 있는 걸 보면 그 현상이 동, 서양을 가리지 않는 것도
분명하다.

흑백 영화였던 것 같은데, 전투기 조종사가 한쪽 엔진이 이상하다고 판단, 출동하지
않았는데 다른 조종사가 그 비행기를 타고 출동했다 전사하는~~
그로인해 출동하지 않은 조종사가 안팎으로 시련을 겪는 장면이 나오는 오래된 영화,
이제 제목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런 현상을 그 영화에서 “키위병”이라 불렀다. 키위는 타조 비슷한, 날지 못하는 새다.
조종사가 비행공포증 때문에 날지 못할 때, 키위병에 걸렸다고 말하는 것이다.


3.
그런데 이 병은 조종사라면 누구나 주기적으로 겪는 병이다. 비록 그 주기가 다르고,
지속기간도, 그 강도도 다 다르지만, 분명히 누구나 겪는 일이다.

공통점은 일생동안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그 시기엔 정말이지 비행하기 싫고,
두렵고, 신경 날카로워져 사소한 일에도 목청 높이고 한다는 것이다.

그걸 본인도 안다. 마치 프로 스포츠맨들이 다 알면서도 자신의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해 괴로워 하듯이~~ 조종사들도 그 공포와 싸워 이기려고 모든 의지를 동원하지만,
쉽지 않다.
어떨 땐 뚜렷한 계기도 없이 불현듯 지나가지만, 그렇지 않을 땐 질기고 길게 지속되어
본인과 주변을 힘들게 하곤 한다.

심한 경우, 어떤 이들은 힘든 경쟁과 교육과정 거쳐, 조종사 생활 멀쩡히 잘하다 갑자기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그만두고 다시는 비행기를 쳐다보지 않는 경우도 있고, 다시
비행기를 그리워하는 경우도 있는데 두 경우 모두 위의 키위병 증세를 극복하지 못한
경우로 보인다.


4.
내는 평소에 엄살이 심한 편이다. 목감기에 걸려 열이 조금 나도 과장 되이 끙끙거리고,
좀 덥거나, 추우면, 잔뜩 껴입거나 벗어 제낀다. 뭔 일한다 싶으면 온천지 소문 다 내고~~

그러다 보니, 사람이 가벼워지고, 우스워지지만, 그것도 타고난 성품인지라 고칠 수도
없고해서, 그러려니 하고 산다. 더러 그런 면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없잖아 있고~~

요즘 내도 슬럼프인가 보다. 괜히 과장하고, 조종사가 어떻고하며 엄살떨기 시작하는 걸
보니~~ 또 그 병이 도진 것이다. 키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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