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토요일(3.10) 겪은 일이다.
요즘 매일 그렇듯이, 오후 들어 바람이 강하게 불어,
편치 않은 맘으로 전화벨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차에
5시 20분경 소식이 왔다.
삼악산에 고립자 2명이 있는데, 일몰이 가까워 오니 헬기가 가야겠단다.
부상자는 없고, 산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삼악산에서 대낮에 길을 잃어? 갸우뚱~~
지금 헬기에는 산불진화 출동에 대비 물탱크가 달려있는데
그걸 떼내려면 20분은 족히 걸릴 것이고. 여차하다간 헬기도 일몰에 걸려
구조를 못할 수도 있고~~~~
궁리를 하다 요구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로 했다.
부상자도 없다니 삼악산 자주가는 내가 위치를 파악해 등산로를 잘 설명하면
헬기가 안떠도 되지 싶어서~~
통화를 해 보니
댐쪽에서 정상에 올랐갔다, 폭포쪽으로 1시간 정도 내려왔는데
세갈래로 갈라지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등산로 폐쇄"표시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는데 길은 끊어지고, 아래는 낭떠러지고
되돌아가려 해도 바위, 자갈이 흘러 내려 올라갈 수가 없는 곳에 있단다.
일단 목소리가 쨍쨍한게 안심이 된다. 부상도 없다했으니~~
만경대길인가? 그렇다면, 10~20분만 더 내려오면 될 것 같은데,
다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것, 저것 주변지형의 특성을 물어봐도,
더 이상 유용한 대화는 안되고, 대한민국산 어디나 있는 똑같은 풍경묘사만 이어진다.
말은 계속하는데 쓸데없는 얘기뿐이고 "등산로 폐쇄표시"가 있는 쪽으로
내려 왔다는 말 뿐이다. 은근히 끓어 오른다.
"올해 몇살이요?"
"25살인데요?"
선머슴아 같은 여자 목소리가 대답한다.
"내말 중간에 끊지 말고 잘 들어요. 폐쇄된 등산로로 내려 왔으면 과태료 물어야
될지도 모르니까~~"
( 기세가 하도 등등해 한마디 던진다.)
"오다 보니까, 불피운 흔적이 있던데, 그건 뭐예요?"
"여보, 동네 사람들 죄다 건널목 냅두고, 무단횡단해서
나도 무단횡단했는데 그게 죄냐? 이런 논리요?? "
"왜 화를 내세요? 헬기 뜨기 싫어서 그러죠? 오지마세요.
그냥 내려 갈께요."
요구조자 유도가 아니라 말쌈으로 변한다.
"후~~~ 거기 움직이지 말고 있어요.
20분이내에 헬기가 갈테니, 전화 잘 받고"
"알았어요."
피차 냉냉한 목소리다.
2.
물탱크를 단 채로 이륙했다.
현장에 도착해 요구조자 위치를 확인해 보니, 아찔한 상황이다.
어떻게 저기로 내려왔나 싶다.
만경대길 동쪽, 등산로도 아닌 급경사면에 오똑하니 버티고 서 있다.
안 왔으면 사람 죽일 뻔 했구만~~
그나저나, 이젠 내가 죽을 맛이다.
물탱크 무게가 사람 둘 무게에, 가까운 곳이니 연료소모도 얼마되지 않아
사람을 끌어 올리는데 헬기가 힘이 부친다.
까딱하면 주저 앉을 판이다.
겨우 겨우 인양에 성공했다.
끓어 오르던 것이야 속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진짜 사람 죽일 뻔한 상황이라 아찔하기도 해서~~~
헬기안으로 들어온 후, 삼악산을 돌며 설명을 해준다.
좌측이 폭포가 있는 길인데, 이리저리 잘못 내려왔고
2~3년 전에 이곳에서 노인네가 실종되어 5일만에 시신수습한 계곡이라고
그나마, 날 어둡기 전에 부상당하지 않고 전화하길 다행이라고~~
3.
기지에 착륙한 후 소방서에서 구급차가 오기 전에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을 권하며, 이것저것 말을 나눈다. 파악할 것도 있고~
여자애들 둘인데, 나랑 통화를 한 친구는 커피를 안 마신단다.
인적사항을 제출하라니 안 적겠단다.
규정된 양식이 있을텐데,왜 이런 메모지에 적으라 하느냐? 소방서에 가서 적겠단다.
그러라고 했다.
요도를 보며 다시 한번 잘못 내려온 등산로에 대해 설명하고, 사고 사례도 얘기
하던 중, 이 헬기 1시간 운영비가 200만원이라고 하자 갑자기
"잠깐만요, 그거 다 국가에서 나오는 거 아녜요?"
쇳소리가 튀어나온다. (이 여자애는 목소리가 원래 이런가?)
세상에 이런 애도 있구나~~~?
오늘 많이 배운다.
"나도 당신네들 만한 자식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오늘 부모님께 큰 불효할 뻔 했으니까, 앞으로 산에 다닐 때
조심해서 다니시요,
아까도 말했듯이 그 지역에서 삼악산 매일 다니던 노인네가
돌아가셨다니까~~"
꼴 보기가 싫어져서 말을 마친다.
둘 중, 작은 아이는 처음부터 그저 죄송해하는 표정이었는데
꾸뻑 절을하며"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곤 차에 오른다.
큰 놈도 대충 인사를 하곤 돌아갔다.
4.
퇴근을 하고 나서도 영 맘이 안 좋다.
"이게 요즘 아이들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인가?
아님 그집 부모가 애를 놔 먹여서 그런가?
내 집 새끼들은 밖에서 이렇게 누구 속 뒤집어 놓는 짓은 안 하는가? "
그런 생각이 머리 속을 맴 돈다.
월요일.
비번이라 쉬고있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모 소방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 토요일 날, 헬기출동 안할라 했다면서요? "하더란다.
뭔 소리냐고 목청을 높혀 당시 상황을 다 설명했단다.
" 관할소방서도 아닌데 그 소린 어디서 들었대?"
"그 애가 즈네 아버지한테 얘기했겠지요"
"아부지가 누군데?"
"그 소방서 모 과장이랍니다~~"
" 뭐~~~~~~~~~~~~~~~~~~~~~~~~~~~~~~~~~~~~~~~~~~~~~~~~~~~?"
(그 양반, 이제까지는 내게 참 괜찮은 이미지였는데
지난 토요일(3.10) 겪은 일이다.
요즘 매일 그렇듯이, 오후 들어 바람이 강하게 불어,
편치 않은 맘으로 전화벨소리에 집중하고 있던 차에
5시 20분경 소식이 왔다.
삼악산에 고립자 2명이 있는데, 일몰이 가까워 오니 헬기가 가야겠단다.
부상자는 없고, 산에서 길을 잃은 것 같다고~~
삼악산에서 대낮에 길을 잃어? 갸우뚱~~
지금 헬기에는 산불진화 출동에 대비 물탱크가 달려있는데
그걸 떼내려면 20분은 족히 걸릴 것이고. 여차하다간 헬기도 일몰에 걸려
구조를 못할 수도 있고~~~~
궁리를 하다 요구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로 했다.
부상자도 없다니 삼악산 자주가는 내가 위치를 파악해 등산로를 잘 설명하면
헬기가 안떠도 되지 싶어서~~
통화를 해 보니
댐쪽에서 정상에 올랐갔다, 폭포쪽으로 1시간 정도 내려왔는데
세갈래로 갈라지는 이정표에서, 왼쪽으로 "등산로 폐쇄"표시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는데 길은 끊어지고, 아래는 낭떠러지고
되돌아가려 해도 바위, 자갈이 흘러 내려 올라갈 수가 없는 곳에 있단다.
일단 목소리가 쨍쨍한게 안심이 된다. 부상도 없다했으니~~
만경대길인가? 그렇다면, 10~20분만 더 내려오면 될 것 같은데,
다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이것, 저것 주변지형의 특성을 물어봐도,
더 이상 유용한 대화는 안되고, 대한민국산 어디나 있는 똑같은 풍경묘사만 이어진다.
말은 계속하는데 쓸데없는 얘기뿐이고 "등산로 폐쇄표시"가 있는 쪽으로
내려 왔다는 말 뿐이다. 은근히 끓어 오른다.
"올해 몇살이요?"
"25살인데요?"
선머슴아 같은 여자 목소리가 대답한다.
"내말 중간에 끊지 말고 잘 들어요. 폐쇄된 등산로로 내려 왔으면 과태료 물어야
될지도 모르니까~~"
( 기세가 하도 등등해 한마디 던진다.)
"오다 보니까, 불피운 흔적이 있던데, 그건 뭐예요?"
"여보, 동네 사람들 죄다 건널목 냅두고, 무단횡단해서
나도 무단횡단했는데 그게 죄냐? 이런 논리요?? "
"왜 화를 내세요? 헬기 뜨기 싫어서 그러죠? 오지마세요.
그냥 내려 갈께요."
요구조자 유도가 아니라 말쌈으로 변한다.
"후~~~ 거기 움직이지 말고 있어요.
20분이내에 헬기가 갈테니, 전화 잘 받고"
"알았어요."
피차 냉냉한 목소리다.
2.
물탱크를 단 채로 이륙했다.
현장에 도착해 요구조자 위치를 확인해 보니, 아찔한 상황이다.
어떻게 저기로 내려왔나 싶다.
만경대길 동쪽, 등산로도 아닌 급경사면에 오똑하니 버티고 서 있다.
안 왔으면 사람 죽일 뻔 했구만~~
그나저나, 이젠 내가 죽을 맛이다.
물탱크 무게가 사람 둘 무게에, 가까운 곳이니 연료소모도 얼마되지 않아
사람을 끌어 올리는데 헬기가 힘이 부친다.
까딱하면 주저 앉을 판이다.
겨우 겨우 인양에 성공했다.
끓어 오르던 것이야 속에 그대로 남아 있지만
진짜 사람 죽일 뻔한 상황이라 아찔하기도 해서~~~
헬기안으로 들어온 후, 삼악산을 돌며 설명을 해준다.
좌측이 폭포가 있는 길인데, 이리저리 잘못 내려왔고
2~3년 전에 이곳에서 노인네가 실종되어 5일만에 시신수습한 계곡이라고
그나마, 날 어둡기 전에 부상당하지 않고 전화하길 다행이라고~~
3.
기지에 착륙한 후 소방서에서 구급차가 오기 전에
사무실에서 커피 한잔을 권하며, 이것저것 말을 나눈다. 파악할 것도 있고~
여자애들 둘인데, 나랑 통화를 한 친구는 커피를 안 마신단다.
인적사항을 제출하라니 안 적겠단다.
규정된 양식이 있을텐데,왜 이런 메모지에 적으라 하느냐? 소방서에 가서 적겠단다.
그러라고 했다.
요도를 보며 다시 한번 잘못 내려온 등산로에 대해 설명하고, 사고 사례도 얘기
하던 중, 이 헬기 1시간 운영비가 200만원이라고 하자 갑자기
"잠깐만요, 그거 다 국가에서 나오는 거 아녜요?"
쇳소리가 튀어나온다. (이 여자애는 목소리가 원래 이런가?)
세상에 이런 애도 있구나~~~?
오늘 많이 배운다.
"나도 당신네들 만한 자식이 있어서 하는 말인데
오늘 부모님께 큰 불효할 뻔 했으니까, 앞으로 산에 다닐 때
조심해서 다니시요,
아까도 말했듯이 그 지역에서 삼악산 매일 다니던 노인네가
돌아가셨다니까~~"
꼴 보기가 싫어져서 말을 마친다.
둘 중, 작은 아이는 처음부터 그저 죄송해하는 표정이었는데
꾸뻑 절을하며"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곤 차에 오른다.
큰 놈도 대충 인사를 하곤 돌아갔다.
4.
퇴근을 하고 나서도 영 맘이 안 좋다.
"이게 요즘 아이들의 전반적인 의식 수준인가?
아님 그집 부모가 애를 놔 먹여서 그런가?
내 집 새끼들은 밖에서 이렇게 누구 속 뒤집어 놓는 짓은 안 하는가? "
그런 생각이 머리 속을 맴 돈다.
월요일.
비번이라 쉬고있는데, 사무실에서 전화가 왔다.
모 소방서에서 전화가 왔는데,
" 토요일 날, 헬기출동 안할라 했다면서요? "하더란다.
뭔 소리냐고 목청을 높혀 당시 상황을 다 설명했단다.
" 관할소방서도 아닌데 그 소린 어디서 들었대?"
"그 애가 즈네 아버지한테 얘기했겠지요"
"아부지가 누군데?"
"그 소방서 모 과장이랍니다~~"
" 뭐~~~~~~~~~~~~~~~~~~~~~~~~~~~~~~~~~~~~~~~~~~~~~~~~~~~?"
(그 양반, 이제까지는 내게 참 괜찮은 이미지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