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3.2(금) 큰 놈 대학 입학식
한림성심대 관광외식조리과 07학번~~~
비가 왔다. 바싹 가물어 수시로 산불나던 즈음에,
제법 푸짐한 비가 내려, 맘 편하게 아이와 함께 학교에 갔다.
엄마가 같이 갔으면 더 좋았겠지만, 엄마네 학교도
그 날 입학식을 하니, 온전히 아빠가 할 일이다.
(내도 아들인지라, 같은 일을 해도 아빠와 할 때와, 엄마와 같이 할 때가
얼마나 다른지 잘 알고 있다. 그게 우주의 이치다.
아빠 사자는 지 아들이 커서 갈기가 돋기 시작하면 무리에서 쫒아낸다.
서양사람들 18세 넘은 애들 쫒아내는 것도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그러니 아들과 아빠가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우주의 섭리다.)
왁자지껄한 체육관에서의 입학식은 무사히 넘어 갔는데~
科 오리엔테이션하는 강당에 모이니, 단박에 정체가 탄로났다.
그 긴장되고 조바심나는 순간에, 눈치없이 큰소리내고, 엉뚱한 소리하니
단박에 탄로 날 밖에~~
조교와 2학년 선배들이 시간을 채우고 있는 사이, 교수들께 다가갔다.
"저기 저녀석, 학부모입니다. 저 아이에 대해 교수님들께 설명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교수가 3명이니 3번을 반복했다. 횟수가 쌓일수록 더 말을 못하겠다.
그 녀석이 파렴치범도 아니고, ADHD 증상을 갖고 태어 나겠다고 지가,
부모가 원한 것도 아닌데~~~ 그리고 멀쩡한 놈 키우는 것보다 몇 배나 더 힘들었는데~~~~
오늘 이 자리에서 또 이런 짓을 하고 있어야 하는가? 하는 숨막힘.
다행이 요리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교수들의 맘이 모질지 않다.
다만, "여기는 칼을 다루는 곳인데, 그런 일로 위험하지는 않겠는지요? "라는
질문이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그렇지 않을 거라고~~~
고등학교 졸업하고 1년을 쉬면서(군대 문제로 1년을 쉬었다) 요리학원 다니며
한식조리사 자격 취득했다고 말했다.
(조리과 교수한테 그까짓 한식조리사 자격증이 뭔 의미가 있겠는가만~~)
칼 다루는데 책임감이 있다는, 그 정도 분별은 있다는~~~
아빠의 어거지.
2.
오늘, 첫 수업.
야간반이라 오후 6시부터 수업이 시작이다. 춘천이 큰 도시도 아니면서
시내버스 노선이 엉망이다. 뱅뱅 돌아다닌다. 할 일없고, 차타기 좋아하는 사람 아니면
여간해서 춘천에서 시내버스 못 탄다. 택시타고 말지~~~
버스로 학교 가는 연습.
그 버스 뒤를 아빠가 따라간다. 이 눔 올해 21살인데~~
학교에 도착해, 학생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다. 매일 이 시간에 도착할테니
요기를 하고 수업에 들어 가야지, 밤 11시에 수업이 끝나더만~~
그보다, 오늘 이곳에 처음 오는데, 뭔가 기분 좋은 기억이 있어야 되지 않겠나?
지가 좋아하는 컵라면이라도~~~~~
수업에 들어간다.
첫 수업이라 조용한 분위기인데, 그걸 거침없이 깬다.
터무니 없는 멘트로~~~~
노련한 교수들, 두번이면 파악한다. 대꾸를 않는다.
(올 해, 이상한 학생 하나 들어 왔군~~)
돋보기 내려 쓰고 있는, 교수 나이와 엇비슷해 보이는 학생이 눈에 거슬리는 모양이다.
" 아! 네! 저 학생 학부형입니다. 수업 끝나면 몇가지 말씀 좀 드리려고~~~ "
얘길하니, 다행이 순순히 대답해 준다. 많이 고려하겠다고~~
그게 다인가?
몇몇 불량해 보이는 지 동기들한테 다가간다.
전화번호며, 사는 동네며 이것저것 물어본다. 내가 강원도 소방항공대장이라는
공갈인지 변명인지도 곁들여~~~~~
그렇게 아이와 함께 첫 수업을 하고 돌아왔다.
3.
그래도 맘이 안 놓여, 지네科 홈피에 들어가 몇자 적어 놓는다.
외식조리과 07학번 학우들께~~~~~
입학식에 참가한 07학번 학우들은 이미 "김태영"에 대해 파악이
되었을 텐데요~~
(스튜디오 키친에서 "하이"라고 대답하던 친구 말입니다.)
동기들의 관심과 배려가 없으면 학업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학생입니다.
아니 동기들의 학업을 방해할 인물입니다. 수업분위기를 흩뜨리고,
교수님의 수업진행의 맥을 끊어놓곤 할 것입니다.
밉다고 생각하면, 단 10분도 견디기 어렵고 성가시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꿔, "세상엔 저렇게 남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전혀 성가시고 얄밉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그런 친구입니다.
다행이 이제까지는 같이 생활하는 학우, 선생님들의 도움과 이해로
초,중,고를 마치고 자신의 꿈인 "일식 조리사"가 되기 위해 이 과에 지원했습니다.
이 친구에 대한 학우들의 큰 이해와 도움을 기대하겠습니다.
요리를 작품이라 부르는 걸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동기 중 부족한 한 친구를 부축해 함께 간다면 그 친구 또한 여러분들이
만든 멋진 요리, 아니 멋진 작품 중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요리하는 마음은 따뜻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 따뜻한 마음이, 식재료와 고객만을 향할 것이 아니라,
영겁의 세월을 함께한 인연으로 오늘 새로 만난 여러분의 학우
"김태영"에게도 베풀어질 수 있길 기대합니다.
2007. 3.5. 첫날 수업을 함께 듣고 나서
김태영의 애비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