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불안이 병이 되어

언덕위에 서서 2007. 2. 25. 09:12
1.
자동차의 연료계기가 1/4이하를 가리키면 맘이 불안해진다.

산불이다, 홍수다하여 허겁지겁 차를 몰아 난리난 지역으로 갈 때마다
연료가 아슬아슬하여 맘을 졸이곤 하던 후유증이다.

계속되는 안달을 누르다가, 결국 주유소로 향한다.
연료를 채우고 나니 맘이 좀 안정된다.

몇년째, 검정색 파카 하나로 겨울을 넘겼는데~
올 핸, 그 검정색이 지겨워져, 헐한 갈색 파카를 새로 구입했다.
기분이 새로워졌다.

헌데, 싼게 뭐라던가, 새 옷의 소매며, 주머니 안쪽 솔기가 자꾸 풀린다.
짜증스럽다. 이 짜증의 근본도 불안감이다.

구멍난 주머니에 연필이고, 동전을 넣으면, 막상 찾을 땐 안 나타난다.
그게 불안한 것이다. 불쑥 전화가 오면 얼른 그 내용을 받아 적어야하는데
그 때, 연필이 어디 있는지 못 찾으면, 낭패이기 때문이다.

세탁소에 가 터진 곳을 요 구석, 조 구석 박아 달란다.
(요금은 몇 푼 안 나오고, 일은 성가셔 속으로 싫어할게다.)


2.
1월인데
벌써부터 건조경보가 발령되고, 수시로 산불이 난다.
설악산에선 지난 1.8일 새해 첫 사망자가 발생했고~

(1.8일 비선대에서 마등령을 경유 곰골, 백담사로 향하던 40대 남자가
실종 3일만에 마등령 서쪽 1.5km 지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렇게 나의 한 해는 계속된다.

새 날이 오면, 좀 더 노숙해지고 여유있게 살 것이라던 나의 바램은
순식간에 날아가고~~~~~

나의 불안과 조바심은 또 계속되고
매일의 새 스트레스는 서서히 가슴을 죄어온다.



3.
그렇다한들 어쩌랴!

내 봉급의 반은, 이런 긴장감이 주는 것이고
나머지 반은 모욕감을 감내하는 덕으로 받는 것일진데~~~

이 긴장감을 헤쳐나갈 수 없으면
밀려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네 중년의 공통된 삶인데~~

덫에 걸린 늙은 산 짐승꼴인 이 내가~~
뭘 어쩔 수 있다는 말인가?

한 몇날~~

세상일 다 잊고, 휴대폰 저 만치 던져 놓고
이 분위기로 부터 떠나 버리고 싶다.

그럼,
이 불안의 병이 좀 나아지지 않을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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