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1234~

언덕위에 서서 2006. 4. 3. 12:34
1.
바쁘다는 핑게로 10여년을 미뤄 온 일이 있는데,
집안에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사진뭉치 정리다.

바싹 가물어 콧구멍에 허옇게 코딱지 말라붙는 날,
바람분다고 조바심하고 있으니 시간 더 안간다.

"에라, 사진뭉치나 정리하자," 맘 다잡고 화일박스를 연다.

우선 모든 사진을 연도별로 정리하기로 했다.

거실 바닥에 가로로는 연도별로,
세로로는 내사진, 집사람, 첫째, 둘째 순으로 정리한다.

군복입은 사진이야 계급장 보고 정리하면 되겠는데
사복입은 사진, 집사람, 애1, 애2의 사진은 연도를
맞추기가 쉽지않다. 진작 조금씩이라도 정리할 걸~~



서너시간을 책상다리하고 끙끙거리다 보니
허리도 아프고, 머리도 휭휭 돈다.

" 어이구~~ 이것도 보통 일 아니군."

부지런히 손발(?)을 움직이다 가도,
4살된 첫째 데리고 영암 월출산 오르던 모습,
둘째놈이 생겨나 즈 형 얼굴에 양발을 올려 놓은 채
곤히 자는 모습을 만나면 한 동안 작업 정지다.

큭큭큭큭~~ 혼자 웃느라.
정말이지, 생생한 인생기록이군~~

나와 집사람의 동그랗고 탱탱했던 얼굴 변해가는 모습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고,




그렇게 거실에 펼쳐 놨던 작업을
3일만에 끝냈다.

앨범 2권에~~ 잘 나왔으면 잘 나와서,
배경에 의미가 있으면, 배경위주로 정리해 놓고 보니
괜찮다~~~.


첫장에 내 돌사진 (그 땐 눈이 똘방똘방한게 잘~ 생겼다)을 넣고,
군에 가고(1), 집사람 만나고(2), 큰애 생기고(3), 둘째 생기고(4)~~
주인공 수 늘어가는대로 정리하니 줄거리가 생긴다.그래서 1234다.

주변 인물들~~~
양가 부모님 나이 들어가시는 모습,
애들 사촌들 철 들어 가는 모습들,
나와 집사람 주변인들의 변화하는 모습들,
더러 이제는 만날 수 없게 된 사람들~~~~
그 책에 다 들어 있다.




기왕 내친 김에
여나무권 되는 앨범들에 모두 태그를 붙혔다.

집사람 껀 京87, 내껀 光89,
그리고 이번에 종합으로 정리한 것에는 1234-1, 1234-2 식으로,

근래에 찍은 사진은 여기없다.
디카를 산 뒤론 컴퓨터 화일로 존재하고 있으렸다.



2.
결혼하고 1년인가 지난 후에, 장인어른께서
두째딸 초중고때 졸업장, 성적표 등을 입체적으로 정리한
앨범을 내어 놓으셨다.

" 자, 이게 자네 내자 이제까지 살아온 기록일세~~" 하시며.

"네~" 하고 냉큼 펼쳐보니,
장인어른 필체로 중간중간 간단한 메모며~
네잎 클로버가 장식되어 있었다.

그 땐 그저 감사하다는 마음뿐이었는데~

지난 며칠 실제로 해보니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젊은 혈기가 다죽어 차분히 그런 일 할 수 있다는 걸
감사해야 하는 지도 모르겠지만~~

하여간 10여년 묵은 일 해치워~~
속이 시원하다.
바람땜에 속 안끓여도 됐었고,

게다가 오늘은 그렇게 고대하던
비까지 내리시네. 차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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