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0429
계절이 거꾸로 돌아가는 것처럼 추위가 다시 오고 과실수들이 냉해를 입고 오늘은 유치원 소풍으로 정해졌다가 추위와 비로 한 달을 연기했데.
주말 일직하고는 영 Condition이 안 좋더니, 오늘 아침에 입가에 Herpes가 나타났군.
몽땅 하루만 좀 수l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드는데
거기에 곽소령 후임으로 고참(7기 후보)이 결정되어 명령이 내려와서
심한 갈등 속에 빠져있어.
보직을 바꿔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계속 감독을 하는 것도 지겹고
중앙부로 가면 내년 평정 받기는 어려울 것 같고
부장님은 계속 감독을 하기를 원하시는 데, 글쎄....
안부도 못 물었네.
건강은 ? 음식은? 잠자리는?
내가 여기서 걱정한다고 해결해줄 것도 아니지만, 궁금해.
영어는 잘 되는지? 같이 간 사람들음?
무리하지 말고 좋은 시간만 만들고 오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혼자 지낸 시간이 보상이 될 테니까.
요즘 태영이는 “아빠 -, 아빠 -” 하면서 우는 버릇이 생겼어.
울음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드는 통에 혈압이 머리끝까지
올랐다가도, 그래도 도피처로 아빠를 생각해 냈나 싶어 우습더라구.
어느새 아빠의 그 몽둥이는 잊어버리고 ...
해군 “진급 매매“ 사건은 몇 명 구속당하고 이번엔 공군으로 옮아갔어.
율곡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시작되고.
김영삼 대통령의 독재시대가 열린 것 같애.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이 편지를 얼른 써서 시장 차 나가는 길에 부치는 일이 중요하고
받고 싶은 거 뭐 없어? 내가 만든 두부찌개 같은 거....
내일 또 계속할께.
4. 29 京
19930504
내가 글을 좀 잘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
머릿속에서 오고가는 그 숱한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쓸 수 있으면 지금 보다는 훨씬 마음이 가벼워져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냥 쉬고 싶어서 외박을 가겠다고 했어
월말쯤엔 휴가를 받아야지 마음속으로 계산하고 있고
아침엔 30분쯤 더 개길 수 있을 것
태욱일 데리고 여유있게 목욕을 갔다올 수 있는 것.
파마를 새로 하고 안경을 맞추고 소설책도 한 사고
카메라를 고쳐 달라고 맡기고(샷다막을 새로 갈아야 한다는데
5-6만원 들 것 같아)...등등의 돈을 쓰는 일
내내 서로를 들볶다가도 의젓하게 가방 메고 나서서“다녀오겠습니다”.
하는 태영이를 보는 것 -들로 인해 그 동안 쌓이고 쌓였던 것들이
조금은 풀리고 편안해지는 느낌이야.
내일이 어린이 날이라고 인어 공주 CD를 하나 사서 선물로
태영이에게 줬더니 틀지도 못하게 하고 품속에 안고 다니더군.
태영이가 들을 수 있는 CD -피아노, 바이올린 소품 등 듣기 쉬운-를
사오면 좋을 것 같아. 사람들이 힘들겠다고, 힘드시냐고 물으면 간단하게 “네”
아니면 “응”하고 대답해 버려. 힘든 게 뭔지 알고 물어보나 싶어서.
날마다 내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김태영과 점점 더
고집이 늘고 사람에게 들러붙는 김태욱 -요약하면 이건데
쉬울 수도 있는 건데 내가 괜히 힘들어하나 싶기도 해.
오면 당신에게 둘 맡겨 놓고 닷새만 어딜 다녀와야지.
하루하루 보람있게(?) 보내고 오시길, 고국에 있는 이 가족들
손 모아 빌고 또 빕니다.
5. 4 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