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0506
안녕 !
김태영과 태욱에게도 아빠얘기 좀 자주 해주기 바라고
이제 한 4주쯤 지나니까 이곳 생활도 견딜 만 해졌다고 봐야겠지?
왠만한 건 반 눈치, 반 짐작으로 해치울 정도가 됐고 회사 경영진에게 공갈치는 실력도 좀 는 것 같고...
우리를 출퇴근 시켜주는 호텔직원들 -Front 업무도 보고 운전도 해주는 사람들인 데 처녀 3명에 스무 살 먹은 총각 1명인데 모두 대학생들이더군.
하여간 이 친구들과 이십여분 걸리는 출퇴근 시간동안 계속 농담주고 받고 낄낄거릴 정도가 됐으니까 꽤 늘었다고 봐야겠지. -
첫 주에는 교회에서 예배 시작하기 전 같이 조용하던 차안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대단한 발전인 셈이지.
ㅇ Fishing, Yosemite National Park, DisneyLand & Universal Studio
낚시는 이곳에서도 꽤 인기 있는 소일거리이고 특히 이 회사의 유일한 한국사람인 Mr. 남 -우리의 실질적인 Sponger이자 Advisor 지-께서도 낚시를 좋아해서 낚시도구 구입이며, 면허구입 -이곳에서 면허 없이 낚시하면 250$ 벌금이고 면허 없이는 개구리도 못 잡게 돼 있다는 군- 낚시터 이용권 구입‘ 낚시터까지의 수송수단, 점심용 햄버거까지 몽땅 신세를 지고있지...
첫 주말에는 San francisco의 Golden Gate Bdg. 부근에 있는 Lake Mercid 까지 가서 Rainbow Trout를 한 마리 낚아 올렸지. 하루 낚시에 필요한 비용은 Licence 9$, Fishing permit 3$, 주차료 6$, 햄버거 3$등 대략 25$ 쯤 들고 잡을 수 있는 고기의 수는 Trout 5마리, Cat fish(메기) 는 2마리이고, 낚시대는 1인당 1대만 펼 수 있어. 복잡하고 구체적이지 물론 그런데서도 쓰레기 버리다 걸리면 1000$이 적용되는 것은 마찬가지고...
낚시터에서 햄버거하고 후랜취 후라이드 먹는 동안 갈매기하고 오리가 사람한테 너무 달려들어서 고기가 다 도망가겠더라구. 그림 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광경에 얼마나 즐거웠던지, 증명사진 찍어놨어.
줄서는 문화에 대해서 먼저 얘기해야겠군. 붐비는 화장실 또는 쇼핑센터에서 계산을 큰일 치루거나 계산을 하기 위해 줄서는 모습이 생활의 일부지. 그런데 우리하고 줄서는 방법이 달라. 변기가 5개 있으면 5줄이 생겨야겠지?
여긴 아니야 변기 5개를 다 볼 수 있는 입구 쪽에 1줄만 있어. 어느 곳이건 먼저 자리가 나는 곳에 제일 앞에 서있던 친구가 들어가는 거야. 소위 First Come First served.의 원칙이 아주 자연스럽고, 여유있거 그러나 단호하게 지켜지고 있는 곳이더군. 쇼핑센터에서도 마찬가지로 1줄로 서있어, 계산을 하고 있는 앞사람과 충분한 거리를 두고서... Cashier가 “Next!”하고 부르기 전에는 절대 계산대로 다가가지 않더라구, 참으로 참을성 많고 착한 국민들이야...
ㅇ Yosemite National park 와 Disneyland에 대해서는 너무 길게 쓰게 될까봐 시작하기가 힘들고 사실 와보지 않고서는 아무리 설명을 해도 상상이 안 될 것 같아. 너무 크고 넓고 다양해서... 당신하고 애들 못 데리고 온 게
안타까운 심정이고, 요세미티에서는 카메라 앵글이 너무 좁아서 찍고 싶은 장면을 한 컷에 다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지.
미국사람들 일해놓은 방식에 존경심을 갖도록 하는 증거들이 곳곳에 나열돼 있다고나 할까? 부럽고 얄밉고...
여행에서 돌아오니까 호텔사람들이건 회사사람들이건 한결같이 물어보는게 여행 어땠느냐는 질문이지. 그래 이렇게 대답했어 “ 당신네들 미국에서 태어난 걸 정말, 정말 축복 받은 걸로 알라고, 물려받은 자연환경이나 그걸 이렇게 잘 이용하고 보존하려고 모든 질서를 잘 잡아놓은 당신네 선조들이나 모두 우리에겐 부러움의 대상이니까...”
그런데 내 영어가 짧아서 인지, 아니면 원래 여기 살던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별 반응이 없어. 아마 내가 Broken English 때문이겠지.
물론 흠잡을 구석도 많지. 밤 12:00 땡하자마자 TV에서 포르노 필름이 생생하게 돌아가고 길거리 아무 데서나 젊은 년놈들 껴안고 쭉쭉 빨아대고...
생방송 라디오 대담에(고등학생들 대상 프로인 것 같던데) “여자친구 있느냐? 있으면 Do you have a sex with her?, Do you ever have experienced Marijuana? 따위의 대화가 대낮에 흘러나오니까 욕할 구석이야 무지하게 많지. 그러나 솔직하게 얘기하면 우리보다는 분명히 자리가 완전하게 잡힌 곳임이 틀림없어. 평균 민도도 높은 게 틀림없고.
미국 예찬론자 되겠다. 다음엔 지저분한 모습 찾아서 써 보낼게.
잘자 5.6
19930509
힘들고 짜증스러울 것이라는 거 잘 알고있어. 이제 5주차가 시작됐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주길 바라며...
오을 5월 9일(5월 2째주 일요일)은 "Happy Mother's day"해가며 요란을 떨고들 있어. 우리의 “어머니날”에 해당되는 것 같은 데 Holiday 좋아하는 미국 사람들 어머니 모시고 여행이나 외식 아니면 무슨 선물이고 하는 모양이야.
이곳에도 무슨무슨 날이다 하는 건 장사꾼들이 주도적으로 설쳐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모양이라, TV건 신문이건 온통 어머니날 기념 Sale 광고로 메워져 있고. Sale 광고는 요즘 우리의 최대 관심사이기 때문에 즉시 Sack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출동해서 또 몇 가지 사왔지. 쇼핑을 하면서 느끼는 점이 :“쇼핑도 실력이구나”하는 점이야.
당신이나 아이들 옷을 좀 사보려고 하는데 도무지 고를 수가 없더군. 색상, 디자인, 옷의 용도 등 모든 면에서 결심을 할 수가 없는 거야. 옷의 종류도 너무 많고 가게도 너무 크고 해서 기가 먼저 죽는 거지. 통상 쇼핑센터다 하면 그 크기가 올림픽 생활관 8-10개 합쳐놓은 크기고 취급품목은 햄버거에서 자동차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품목을 팔고 있으니 대단하달 수 밖에. 창피한 얘기지만 그 규모와 물량에 눌려서 처음 며칠은 다리 품만 팔고 아무 것도 사질 못했어. 이젠 제법 의젓하게 쇼핑카트 밀고 다니며 이곳 저것 가격 비교도 해가며 골라 담지만...
장인, 장모님 등 여러 명에게 각각 적당한 품목이 생각나지 않아 고민하고 있어. 생각나는 거 있음 꼭 적어보내.
San Jose 지역이 바로 Silicon Valley야. 미국 어느 곳이나 비슷하겠지만 대낮에는 차 돌아다니는 것만 보이지 사람구경하기가 힘들거니와 특히 이곳은 전자공학 계통의 산업지라 그런지 회사가 대부분 연구소 비슷해서 꾹 처박혀 잘 나오질 않아서 회사 내에서도 사람구경하기가 힘들어.
물론 점심시간에 식당에 오는 걸 보면 이곳 저곳에서 꾸역꾸역 몰려나오고 아무한데고 “Hi!"소리는 잘 하지만 서로 생판 처음 보는 친구들이 많은 모양이야. 회사에서 우리 셋은 가이드 없이는 절대 못돌아 다니거든 , 꼭 누군가 1명이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데 매일 바뀌지. 영어 공부하기엔 좋은 기회지. 이 친구, 저 친구, 이 얘기, 저 얘기...
헌데, 주교관과 이런 1일 Escort용 친구들이 서로 “ Hi! "는 하는데 그 다음 얘기를 들어보면 서로 이름도 몰라. 같은 회사에 근무하며 출입증은 우리 군대보다 더 철저히 달고 다니는 친구들이 말야...
아직 “ Hi! " 소리하고 ” Thank you ", " 미소 짓기 “훈련이 안되어서 몹시 힘들고 괴롭지 -가만히 눈치를 보니까, 우리가 뚱해 있으니까 ( 사실은 그게 아닌데) 이 친구들도 마냥 밝고 가볍게 웃기가 힘드는 모양이야, 거북살스러워져서, 말도 잘 안하고 ... 자기네 끼리 만나면 얼마나 조잘대길 잘하는 친구들이 말이야.
하여간 그런 눈치가 빤해지니까 더더욱 부담스러워지고 힘이 들어.
어제는 코 큰 친구들 흉내내느라 햇빛 쨍쨍 내리 쬐는 낚시터에 그대로 버티고 앉아 있었더니 완전히 새카매졌어. 지금 얼음찜질 중이야.
이곳 기온 은 20-25도 정도이고 비는 거의 안 오고, 그러다 보니까 공기는 건조하고 햇빛도 만만하고, 좋다 좋다하다가 “아이고 우리는 국산이지 참!” 했지.
하여간 밤 10시쯤 풀장에 가서 토종들이 있건 없건 수영도 좀 하고 벤치에 번 듯이 누워있다 어슬렁거리며 방으로 돌아오고, 미국사람 다 된 듯 거만 떨고있지 -속으론 아직 쬐끔 어색하지만...
공부는 점차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 대신 귀가 쪼금씩 트이니까 그런대로 견딜만 해. 이것저것 한국에 없거나 값이 싼 것들 골라서 사 나르고 있는데 돌아가서 뭐 이런걸 그렇게 비싸게 사왔어 소리나 안 들으려나 걱정되는군...
잘 자, 또 쓸게.
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