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0503
누가 그러던 데
“미국은 말이야...” 이렇게 시작하지 말고 “내가 본 미국은...”이렇게 서두를 꺼내라고.
맞는 말이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놓고 시작하는 거니까, 또 이렇게 넓은 땅덩어리가 미국인데 이 동네 저 동네가 얼마나 다를 수 있으며 수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데 사람들 행동거지는 또 얼마나 차이가 많겠어.
오늘은 2가지에 대해서 쓰겠어 -내가 보고 경험한 것들에 국한해서
1. Personal Distance에 대해
ㅇ 미국사람들의 P.D는 1.5m 이상인 것 같아. 대략 그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곧바로 Excuse me 소리가 흘러나오니까, 또 그 거리 이내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주춤 주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거든. 그걸 한국사람의 눈으로 보면 엉거주춤하고 엉성해 보이는 거지만
ㅇ 그 이유, 그렇게 P.D가 먼 이유로
a. 땅덩어리가 넓어서 - 도로도 널찍, 널찍, 도시의 도로망은 경지정리된 논 같아
b. 산에 있는 나무들의 간격 때문에 : ?
c. 사람들 덩어리가 커서 : 팔이 길겠지?
그리고 이런 원인들이 종합되어 결정된 P.D의 감각에 대해 어려서부터 교육받은 결과로...
P.D에 대해 교관 녀석과 얘기를 해 봤더니 “No Problem !"하고 안심을 시키면서 -우리는 Guest니까- 유럽이나 다른 나라 사람들은 P.D가 더 멀다고 얘기하더군. 그러니까 분명히 P.D의 개념을 명확히 갖고 있는 거야.
위의 a,b,c 세가지 이유 중 b에 대해서는 좀 설명이 필요할 거야.
이곳 Califonia지역,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까 하여간 내가 본 모든 미국지역의 나무들은 그 밀도가 우리나라의 소나무 밀도보다 희박해. 왜 그런가 살펴보니까 우선 땅이 메마르고 공기가 건조해서 한그루의 나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보다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할 것 같고 그 비율로 보니까, 즉 나무의 높이와 주변의 거리( Treeal Distance )가 미국사람들의 P.D와 비슷하다라는 확신이 들더군.
또 江을 찾으려면 무척 힘이 들어 강이나 시냈물이나 모두..
왜 그런고 하니 제법 큰 나무다 하면 결국은 강이나 시냇물을 따라서 죽- 서있거든. 그게 땅이 건조하고 공기가 건조한 이유를 설명해 주는 산 증거지 뭐. 산은 우리나라처럼 뾰죽뾰죽하고 갑자기 높아지는게 없는 대신 편편하고 굵직굵직한 산맥 - 오히려 커다란 언덕 내지 임금의 왕릉처럼 생겼지만-이라 골이 몇 개 없고 그러다 보니 시냇물이 별로 없고 또 산중턱 이상에는 나무는 없고 누가 일부러 목초장으로 가꾸어 놓은 것모냥 풀만 나있는 초원이야.
자연환경이 사람의 성격, 성품을 결정한다는 건 아마 분명할 거야.
고로 P.D는 위의 3가지 중 어느 것, 또는 조합에 의한 것이 아니겠는가하는 결론을 내린 거지.-증명된 바는 없음.
2. 개인의 집 모양에 대해
a. 가정집의 외형에 대해
여기 와서 San Jose 지역의 개인주택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그 중 한두개 골라서 나중에 우리도 그렇게 집을 짓고 싶다라는 부러움 때문에 그랬지.
우선 도로에 연해서 잔디밭이 있고(잔디, 꽃밭 또는 정원용 자갈) 곧바로 거실의 창문이 보이지. 정원수? 꽤 정성들인 정원수가 큰 것은 집 전체에 그늘을 드리울 만한 것들이 서너 개, 그리고 작은 것들은 결코 어느 두 개도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특징적인 것들이 각 정원마다 심어져 있지.
차도가 있고 대개 시멘트 포장된 1m 안팍의 보도가 있고 울타리는 없이 곧바로 잔디밭이 있고, 거기에 나무가 심겨져 있고 그 다음이 바로 창문이거나 출입문(현관문,차고문)이야. 차고 앞에는 대개 Van. 승용차 2대가 기본이고 트레일러에 실린 보트나 Sleeping Car가 3-4집 건너서 한집씩 놓여있지.
잔디밭. 잔디밭을 어떻게 가꾸었느냐가 그 집 주인의 경제 사정을 명백하게
드러내 준다는 군. 먹고살기 힘든 집이면, 잔디가 머리 못까은 개구쟁이 모습이고, 그런 집이면 의례 차도 낡았고 집의 페인트도 벗겨졌고...
먹고 살만하면 집밖에 있는 것들이나 잔디밭이나 다 기름이 잘잘 흐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고.
ㅇ Fence ?
울타리가 없다고 남의 집안을 들여다보기 쉽겠다는 염려?
사실 집 구경 다니면서, 내내 불안했는데 -누가 들여다보거나 과속하는 차가 곧바로 안방 벽을 처박을까봐...
천만의 말씀이더군, 보도를 한 발짝만 벗어나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즉 남의 정원 잔디를 밟기만 하면 그건 곧 남의 사유재산을 범하는 게 되더라고...
누가 설명해 준건 아니지만 이 사람들 하는 꼴을 가만히 보니까 집의 경계선은 바로 잔디밭이야. 우리처럼 울타리를 쳐 놓은 것보다 더 넓지. 더 의미심장하고. 그렇게 잘 다듬어 놓은 남의 잔디밭을 지근지근 밟고 창가로 접근한다? 총 맞을 짓이지.
b. 가정집 내부에 대해
일단 미국집의 내부에 들어가 본 것은 이곳 Residence Inn하고 디즈니 랜드 갔을 때 묵었던 Comfort Inn이 다니까 그걸 근거로 얘기해야지.
아! Yosemitte 공원에 갔을 때 콘도에도 묵었었지.
밖에서 보면 건물 높이가 우리나라의 ‘담배 건조간’ 같이 생겼지만 내부에 들어가면 최소한 이층 또는 3층으로 만들어져 있고, 지붕과 천장사이 _쥐들 운동장-은 없어. 즉 천장은 곧바로 그 집 지붕의 내면이야. 경사진 천장이지. 돈 들여 장만한 공간은 반드시 다 사용하겠다는 건지 뭔지.
참 구조적이야. 요모조모 차근차근,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미국사람들 일하는 모양이 다 그렇잖아- 설계하고 집 짓고 한 것 같아.
나중에 Video를 보면서 설명해 줄게. 아마 한국에서 집 내부를 이렇게 해 놓으면 호화주택으로 세금 때릴 거야. 하지만 나중에 집 짓게 되면 이렇게 설계해 보고 싶어.
소파? 대부분 펴면 침대가 되는 소파더군. 얄미롭게 합리적이고 실질적인 사람들 같으니라구.
@ P.D나 생각하고 일하는 파장(박자)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아. 우리가 보면 우직하고 재빠르지 못하고 허술해 보이는 사람들이지만 실제 와서 보니까 이렇게 차분하고 야무지게 해놓고 살잖아, 나라 전체가 깨끗하다고 느끼고 있으니까.
물론 안 그런 사람들도 많겠지만 보통이상의 교육을 받고 교양이 있는 미국사람이라면 내가 쓴 내용이 적용될 거야.
미국내의 소수민족으로 불리는 사람들 -멕시코, 필리핀, 중국계, 한국계- 영어 버려 놓는다고 욕한다지? 사실은 덩치가 작으니까 P.D도 가깝고 Reaction도 빠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주기도 빠르고 하기 때문에 영어뿐만이 아니라 외모나 행동거지가 그들 눈에 가볍고 경망스러워 보이기 때문에
- 결코 남의 허물을 밖으로 들어내 쉽게 욕하지 않기는 하지만- 무언중에
경시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더군.
디즈니 랜드의 그 복잡한 골목골목에서도 서로 부딪히거나 누한번 부라리지 않았는데 -그저 Excuse Me, I'm sorry 만 서로 반복하면서 생글거리고 다니지-
Universal Studio에 가서 거긴 중국, 일본, 한국, 멕시코계 손님들이 50% 이상인 것 같더군- 이 친구들 틈에 끼어 돌아다니려니까 발걸음이 빨라지고 Excuse Me 소리 잘 안 하게 되고 따라서 미소도 잘 안 짓게 되고(다행이지만) 하더군. 마음은 편해졌지만, 아하! 이 차이로 구나하는 감이 오더라구.
중국 사람들 소 끌고 집에 돌아가는 얘기 알지? 그 비슷한 성품이 미국사람들에게도 있는 것 같아, 느긋한 거...
잘자. 93.5.3
* 오늘 당신 편지 받고 감명 받아서 길게 썼어
다음엔 ‘자동차와 사람’, ‘공원의 풍경’, ‘Shopping', 'Restaurant의 풍경’등에 대해 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