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0825 소령 춘천병원 감독장교
안녕?!
옷 싸들고 시내 나가기도 어려워 병원에서 찍었어.
그중 마음에 드는 것으로 제출하시길.
안 되겠으면 다시 정식으로 찍지 뭐.
더 늙어져서 내 자신이 내 사진을 보기가 싫어지기 전에
잘 한번 찍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했어
전형적인 늦여름이야.
빨리 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와야지.
요즘 돌아보니까 내가 마음놓고 기대고 공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내 주변에 없더라구. 외롭다는 얘기지.
퇴근해서 영이를 혼자 보는 일이 얼마나 절망스럽고
자신을 부추기기가 어려운지 당신은 짐작할 수 있을까?
모여 살아야지, 사람이 망가지는 것 같아.
나 스스로에게도 늘 하는 얘기지만
지금에 충실하고, 가능한 즐겁게 생활하시길.
건강의 첩경이기도 할 거야.
“ 우리 ”를 위해서 우리모두 건강해야 해.
내일은 서울엘 가야하고 ( 병과 창설 기념 행사 - 육군회관 )
주말까지 비상이 또 한번 걸릴 것이고 , 주말 근무.
희망이 없네.
그래도 웃고 또 힘을 내야지.
싸우지 말고 잘 지내고 건강하게 만나.
8. 25 京
19930418 (Califonia에서)
일주일을 촌놈 노릇하고 나니까 겨우 전후좌우가 구분이 되는 느낌이야.
그리고 우리의 영어교육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도 다시 절감하겠고
가령 “ BLVD". Boulevard라는 단어 본 적 있어? 도로 표지판에 숱하게 써있는게 이 단어야. Street 보다 큰 ”거리“를 의미한다나?
일주일간 겪어본 미국에 대한 나의 느낌은 대체로 다음과 같아
1. 모든 규칙이 매우 구체적이고 세분화되어 있고 규칙은 거의 반드시 지켜 지고 있다는 느낌이야. 규칙을 지키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에(아 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우리처럼 대충 무시하고 사는데 익숙해진 사람들 은 참 괴롭다는 사실이야.
2. Variety란 말을 미국사회의 특징으로 얘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는데이 정 도로 Various 한 줄은 몰랐어, 예를 들면 사람들의 덩치크기, 색깔,차량들 의 종류, 모든 요금의 차이(동일한 서비스에 대한 시간과 지역에 따른 차 이), Shopping Center의 상품의 종류(맥주의 종류가 20가지는 되겠더군), TV 채널 : San Jose 지역 TV Guide Book 에 42개의 채널이 나와 있더 군.
3. 넓은 땅덩어리, 계획도시의 전형이랄 수 있는 도시의 형태, 도로망, 그리고 집짓는 양식. 거의 단층집(내부적으론 이층)으로 이루어진 끝이 안보이 는도시의 한계, 깨끗한 거리의 한산한 풍경( 누구 말마따나 걸어 다니는
사람은 Walking from or to his car 뿐인 것 같고...)
4. 여러 가지 웃기는 실수를 계속하고 있는데 돌아갈 때쯤이면 좀 익숙해지 겠지. 시차에 적응이 안되어서 그런지, 미국에 겁먹어서 그런지금방 들은 것도 금방 잊어버리곤 하는데 이것도 곧 나아지겠지.
회사와 호텔에서는 손님이니까 우리를 깍듯이(겉으로는) 대접하고 있는데, 그 외의 지역에서는 우리가 돈을 쓸데만 대우를 받고, 우리의 어려움을 얘기할 때는 찬밥대우를 받는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고 우리가 미국사람들을 볼 때, 그들의 어설픈 몸짓과 표정을 보고 웃어댔지만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알게 되었지. 미국이란 사회가 그리고 그 민족이 그렇게 어설픈 사람들이 아니구나 하는 걸 매번 느끼고 있어.
이 사회에 속한 사람이라면 ‘거지라도 진지하게 구걸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겠구나’하는 느낌이 들어.
항상 자연스럽게 미소 지을 수 있어야하고 우리보다는 다섯 박자 정도 느긋해져야 이 t회, 이 사람들과 맞출 수 있겠구나하는 느낌도 들고...
예를 들어 상점에서 물건을 사소고서 Cashier에게 갈 때, 그 친구가 ‘Next'라고 말하기 전에는 절대 그곳으로 접근해선 안 되더군.
분위기가 주는 중압감이 얼마나 크게 느껴지던지 내 돈 쓰면서 누치보게 되더라고... 우리처럼 다른 사람이 계산하고 있는데 거기 다가 갔다간, 완전 무식한 촌놈 대접받더라고...
서구식 염치 내지 Manner라고나 할까? 우리하곤 많이 틀리는...
하여간 많이 당황해 하고 돌아보고 사진 찍어서 돌아갈게.
실수도 많이 하고...
어제(토요일)는 San francisco 관광을 갔었어. Mr. 남이라는 한국직원의 Courtesy지. 완전히 신세지고 있어 국민학교 아이들처럼...
Golden Gate Bdg.와 Down Town을 보고 왔어. Lake Marced에서 서양고기도 한 마리 잡고(낚시대도 한 대 마련했지)...
당신 고생하는 장면이 자주 떠오르는데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대신 엉뚱한 짓 안 할테니까 (사실은 못하는 거지만) 안심해도 좋아.
돌아갈 때까지 건강에 유의하길 바래.
4.18 20:00 남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