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0616
o 陸大의 이사 문화?
賢明한 마누라니까 벌써 눈치 챘겠지만 이 남자 또 내일 시험 있구나 정도겠지.
현명한 거 나왔으니까 엊저녁 왜 전화로 투정부렸는지도 눈치챘을 거고 아프고 만성질병이란 얘길 듣고 와서 그 핑계로 육대를 중간 수료할 것인가 어쩔 것인가 하고 고민하다가 서너 번 전화를 했더니 계속 ‘회식 중’ 이라고...
짜증 나겠지? 略하고,
육대에 와 밤 10시 30분에 이삿짐 풀고 있는 가족 구성원의 심정은 어떨까?
도대체 오늘 밤 이 아파트에 들어가서 잘 수 있을 것인가, 차에 실려오는 동안 벌써 얼마나 지쳐 있을 것이며 이웃이라곤 없거나 서로 모르거나 아직 자기네 짐도 정리하지 못한 상태이고, 도착해 보니 주변은 쓰레기 하치장 절로 가라할 정도로 어지럽고...
6개월 후엔 어떨까?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새로운 임지에 아파트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사갈 날짜엔 남편은 벌써 올라가 근무하고 있고 여자들만 남아있다. 후배 깃수 남자들도 수업중이라 도와줄 수 없다.
짐은 다 싸놓고 아이들과 2-3일 씩 남아있는 가족들의 심정.
졸업 후 2주 내에 아파트를 비워야 한다. 성질 급한 후번 입주자는 짐을 싸서 내려오기도 한다. 남편이 빨리 전셋집이라도 구해 전화 해 주길 기다릴 수밖에.
나는 어떤가?
略하기로 한다.
그래서 육대가 (이사 오고, 가고, 혼자 내려오는 경우를 모두 고려해서)
대전으로 한시 바삐 옮겨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
勿論, 진해 바다가 오염되는 만큼, 계룡산이 육대생들에 의해 시달리고 밟히겠지만, 군인들 가는 곳 어디나 감수해야 할 사안들 아닌가?
진호규가 7월말에 제대한다는 얘길 들었구만.
노름을 하면서 부대 공금, 개인들한테 빌린 돈 해서 몇천이라는 얘기도 들리고.
그걸로 해서 망가질 것 같더니만...
그런 남자에 비한다면 육대에 와서 힘 못쓰고 멍청함을 매일 느끼고 있는 남자지만 난 좀 낫다는 생각(현재로선...)
Bache's syndrome이 아마 “소주 + 회”에 의한 알러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알러지가 베체의 일종) 술도 안 먹고 검도만 열심히 하고 지나가는 여자들 엉덩이하고 장딴지에 자꾸 시선이 가지만 다행이 수중엔 몇 푼 밖에 남아있지 않은 나는 얼마나 괜찮은 남편인가 이런 착각.
물 밀 듯 밀려오고 삼베 빤스에 바람 빠지듯 슬며시 다 올라가 버리는 육대의 이사 문화와 교육을 받고 있으면서 느끼는 어수선하고 내 몰리는 심정.
아마 육대에서 교육받는 동안 가족들은 밤에 남편들한테 심하게 다루어 질 게다. 요약시험 못 봤다고, 교관 질문에 답변 잘 못했다고, 화풀이하듯 껴안을 테니까?
묘한 곳이야!
솔찍히 공부야 남편들이 하는 거고 본인만 부지런하면 경치 좋고 테니스장 많고 가족간에 상하관계 있는 것도 아니니 맘놓고 대담한 반바지 차림에 제하고 싶은 대로 (테니스 건, 화장이건, 웃음소리....)건 해도 되는 시기(장소)니까.
Now It's time for restart reading....
잘 자시오, 사랑하는 사람, 경희
92.6.16
19920630
자, 우리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나 이 순간 마음속으로부터 “위하여-”를 크게 외치자.
뭘 위해서냐고?
내일이면 7월이라는 사실을 위하여
이곳에서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지겨운 것인지에 대해선 이미 여러번 엄살을 떨었으므로...
그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말기로 하되, 언 듯 생각나는 게 “난 육대가 참 좋더라, 대기가 있나, 일직이 있나...?”하던 얘긴데...난 왜 그 사람처럼 그렇게 재미있고 즐겁지 않은 지 몰라?
최초에 자취를 시작할 때 예견했던 대로 같이 산다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걸 이즈음 자꾸 느끼게 된다. 역시 대가리 굵은 놈들은 각자의 Territory 가 주어져야 하고 Privacy가 보장되어야만 하는 것 같다.
또 하나 산에 쫒아 다닐 무렵의 당신 네 4인조의 분위기가 문득 생각나 참 부럽군 하는 생각도 들고 그에 덧 붙혀 남자라는 게 나는 왜 이리 주변머리나 융통성이 없어 항상 이런 사소한 것들에 얶매여 크고 멋있게 시원하게 뭔가를 해결해 나가지 못하는가? 하는 자괴심도 생기고.
내가 주도적으로 이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나가고 유도해 나갈 수는 없는가?
새삼스럽게 느끼는 바가 참 평범하지도 못한(평균이하의) 나로구나.
앞으론 절대 잘난 체 하지 말고 살아야겠구나.
주이에서 흔히 하던 얘기.
“ 뚜렷이 잘하는 게 없어서...”
“ 능력이 없어서...”라는 얘기들이 아마 육대에서 교육받으면서 피부로 느꼈던 감정이 아닌가 생각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