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戀書 75통 (그녀와의 추억)

57,58-92년

언덕위에 서서 2006. 1. 2. 16:43
 

19920529

웃기는 사례 한가지

이즈음은 평균 2일 마다 1회씩 시험이 있는데 시험 공부하는 우리 네 명의 행태다. 일단 평소에는 뺀질,뺀질 죽어도 밥이나 설거지 안 하던 사람들이   - 이즈음 우린 자취하고 있어, 그게 하루 세 번 인상쓰며 식당 밥 먹는 것보다 훨씬 나으니까-

내일 시험 있다하면 물도 떠오고 -식수로 쓸 물-

설거지도 하고 괜히 마루에서 얼찐거리고 빨래, 청소하고

하여간 공부 안 할 수 있는 핑계거리라면 뭐든지 부지런히 해대고,

누가 손님이라도 한 명 오면 그 핑계로 다시 우르르 몰려나오는 거야

그 시간만큼은 공부를 안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다가 누군가가 한마다 하지.

“이 나이에 이게 무슨 짓거리들이냐! 불쌍하다...”

그럼 또 낄낄대며 몇 분.

결국엔 공부하지.

이 편지도 그런 좋은 구실 중의 하나지.


육대 교육내용, 교관, 육대 내부의 그 좋아 보이던 환경, 이런 것들에 대한 신비감들이 사라지면서 반대로 이곳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랄까, 이런 것들도 없어지고 있어. 결국 군대 공부란 것이 깊이가 있을 수 없고 어떤 녀석들은 교관하고 만나는데 더 열중이고...

그걸 요령 있다고 해야 하는 건지. 내가 그걸 잘 못하기 때문이지만, 너무 약삭빠르다는 느낌도 들고.

카드 늦어서 미안하오. 사랑하고 있소.

                             5.29


19920531

오늘은 가포 앞 바다엘 가보려 했는데.

“가고파의 고향”이라고 소위 이경희가 써서 보냈던 곳-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없어서 못 놀았지, 놀 줄 몰라서 못 놀지는 안았는데, 오늘 보니까 내가 멍청해졌더라구, 노는 방법을 잊어버려서 모처럼 갖게된 시간을 그저 무슨 핑계로 집에 전화 한 통화라도 더 할까? 그 궁리만 하며 전전긍긍 하루해를 보내고 말더라구.

맘 편하게 놀지도 못하고, 공부도 안하고, 아까운 시간만  흘러갔지 뭐.

그러면서 결심한 게 있지. 다음 주엔 하늘이 두쪽나도 집에 가야겠다. 요약시험이 문제냐?

도장 보내오. 몸조심하고 맞아들 때문에 웃음 잃지 않게 되길 바라오.

                        5.31 You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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