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일직을 하고 있어. 오늘도 엄마가 아침에 나가는 것이 이상하다는 “감”을 느낀 것인지 태욱이가 징징대며 매달리는 것을 떼어놓고 와서 내내 마음이 무거워. 그렇게 반복이 되면서도 그때마다 속이 상하고 무디어지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지.
요즘은 당신이 떠날 무렵의 그 늦추위가 거짓이라 여겨질 만큼, 이상 난동의 초여름이야. 보온메리 내복까지 입던 태영이 복장이 전격적으로 반 팔 여름 티 하나로 바뀌었어.
대신 바람 -회오리바람과 황사 현상으로 산뜻하진 안지만 나날이 달라지는 꽃, 나무 색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기도 해. 어디서 저런 것들이-
어느 한 날 갑자기 새로운 얼굴 표정을 짓는 태욱이를 보는 것처럼.
태영이 옆에 태욱이가 있다는 것이 다행스러워. 같이 볶아칠 때는 정말 답답하지만 많은 완충작용을 해.
한국 소식을 들을 수 있는지? 방송이나 신문이나 사람이나...
계속적인 개혁, 사정바람이 어디까지 왔는가 하면-
학력고사 정답을 출제 감독관이 유출해서 고등학교 꼴지 졸업자들을 모대학 의예과에 수석 합격하게 한 것이 들통나 며칠 교육계가 깨졌어.
그 다음 사흘 전부터는 -군 인사 비리!!
前 해군참모총장이 장성 진급시키면서 이천만원부터 일억원까지 받았대나 어쨌대나. 진짜 심사는 그 가족이 안방에서 돈 무게로 했대나 어쨌대나, 해군 일이지만 대상자가 더 많고 경쟁률이 더 높은 육군은 어떻겠나?...등등. 조사 당하고, 수사 당하고 하는 데 재미있기도 하고, 일말의 불안감도 있어, 나한테까지 그 여파가 미치지는 않을는지?
군의 다른 분야에도 여파가 미칠 것 같애.
오래 살고 볼 일이지.
당신이 도착할 때 내가 손수 운전해서 갈 수도 있다는 목표 아래 열심히 아침저녁 운전을 하는데 아직 출퇴근 뿐이야.
자세는 많이 느긋해졌다고 스스로도 느끼지만 겁나는 건 여전하고.
태영인 “미국”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아빠 어디 계시느냐? 물으면 “미국 가셨어요” 열심히 대답하고 있어.
떼가 더 많이 늘고 (두 녀석 다).
혼자선 참 벅차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건강해야 해
스스로 건강한 것이 옆에 있는 사람을 위하는 일이니까.
또 쓸게.
4.25 경희
19930428
어떤 말들
“사랑해.....”
사랑한다는 단어가 무뚝뚝한 당신의 입술을 토해서 흘러나오면
새벽 이슬위로 햇살이 막 스쳐가는 순간처럼
한알한알 영롱하게 빛을 발한다.
퐁당퐁당 지극히 천진한 소리를 내며
내 마음의 호수를 뒤흔들어 놓는다.
“아름다워....”
아름답다는 단어가 무덤덤한 당신의 목소리로 나열되어지면
그 어떤 연극배우의 피나는 노력으로도 얻어질 수 없는
지상 최대의 표현이 생명을 얻어 태어난다.
지상 최대의 연인에게도 바쳐진 적이 없는 찬사가
바로 나를 위해 순결히 허리를 굽힌다.
“보고 싶어....”
보고싶다는 단어가 지극히 절제된 당신의 언어로 채택되어 지면
그 어떠한 애로티시즘으로 부터도 견고하였던 나의 成에
설레임의 파도가 담을 넘는다.
수줍음의 한 겹 커튼만을 남겨둔 채
성 안 모든 빗장을 열어두고 당신을 기다린다.
Yor're OK?, I'm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