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戀書 75통 (그녀와의 추억)

29,30-84년

언덕위에 서서 2006. 1. 2. 16:22
 

19840219

뒷산에 올라가 보면

멀리 한강이 보이고, 어쩌면 수도병원인지도 모를 건물들이 보인다.

그리고, 주위엔 아카시아가 무성하게 자란, 임자 없는 무덤들이 흩어져 있다.

아마 철조망 안에 있어 보살필 사람들이 쉽게 오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지금은 혼자 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아주 자유롭게 해 볼 수 있다.

어젠 전화하고 외출했다기에, 전화해주길 부탁하고 끊었다. 

오늘은 오전 수업이 끝나자 외국어 학당엘 가봤다...


아마 평생을 이런 심정이 되어 살게 될 것이다.

괜히 화가 치민다.

만사가 귀찮고 역겹다. 이런 심정이 되어 있는 내 자신까지 역겹다.

이런 상태로 혼자 있는 다는 건 참 견디기 어렵지만, 함께 있으면 어딘가 서로를 할퀴게 될

것 같다.

신뢰한다는 건, 나 같은 사람에겐 함께 있고, 자꾸 보고, 필요할 때 옆에 있다라는

의미로 이해된다.  구태여 핑계를 단다면, 너무 오래 혼자 살아왔다는 것이고

이즈음  자꾸만 자신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평생을...

아니 오십까지 산다 치고, 남은 이십 년을 이런 심정이 되어 산다는 것에 화가 치민다.

괜히 올라 왔다란 생각도 해 본다.


많이 아프고 어지럽겠지.

그래서 내가 옆에 있어 잡아주고 의지가 되어야 하겠지라고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렇게 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아니 지금 그렇게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은 이십 년도 그럴 것이라는...


그런 생각들 때문에 화가 치민다.

정말 이렇고 싶지 않은데.

또 날이 저물고, 비까지 내린다.

이렇게 자꾸 나빠져서야 될 일이 아니다.

다시 왜인가를 찾아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다.

얼마나 더 살꺼라고...

  

                                   84.2.19  광수

19840507  (엽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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