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나이 듦에 대하여~~

언덕위에 서서 2005. 11. 20. 21:43

2주간의 연수 기간 중
하루 한나절, 문화재 탐방시간이 계획되어 있었다.
명칭이야 어떻든, 전국에서 모인 소방령(꽃 세개, 경찰의 경정, 사무관)
40명이 술한잔하며 서로 얼굴 익히고, 이름 외우라는 배려로 느껴졌다.

오전 세시간 끝낸 후 천안을 출발하여 변산반도를 돌아오기로 했다.
군산 새만금방조제, 부안, 고창 선운사를 돌아오는 코스였는데~~
가는 곳마다 해당지역 소방서 직원들이 나와 일행을 맞는다.

여행의 즐거움에 먹는 것이 빠질 수 없으니~~~
"복분자술과 통천장어,가리비죽 " 등 지방색 물씬 풍기며,
동시에 내 나이의 남정네들 관심을 끌만한 음식을 소개한다.

"복분자~~ "
덩쿨 딸기 비슷한 식물인데 이것으로 담근 술을 마시면
"오강이 뒤집어 진다"해서 이름이 그렇단다.
(뒤집을 복(覆), 동이 분(盆), 놈(者))

게다가 서해 뻘밭과 연결 된 개울인 "통천"에서 난다는
장어는 또 어떤 놈인가~ 그야말로 정력의 상징 그 자체 아닌가?

그러니 저녁이면 마눌 눈치 보는 50대 초,중반의 남정네들이
집 떠나 있는 동안, 사양할 수 있는 음식이겠는가?

그래서 많이들 먹고, 마시고, 떠들어 댔다.
그 나이면 명치 아래 몰려있던 기(氣)가 입으로 올라오는 시기라던가?



사실이다.
얼마전(기실은 10년도 더 전이지만)까지만 해도
세익스피어인가 누군가의
"노인은 성욕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존경 받을만 하다"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이 끈질긴 성욕을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큰 난제였는데~~

이젠 한 주를 떨어져 있다 마눌을 만나도
대충 그냥 잠이 든다. 둘 다 덤덤하게~~~~

그 땐 그게 주체하기 어려운 재앙인 듯했는데,
이제보니 축복이었던 것이다.

매일, 매 순간을 희망과 의지로 채워갈 수 있는 원동력이었고,
옆의 여자가 이뻐 보이는 만치, 내도 매력적인 눈빛을 지니고 있던 시기였을 것이다.
자신감에 차 있었을테니~~

자~~~
나이 듦이란 어떤 것인가?


얼마전, 8년째 내 머리를 손질해 주는 이발소 주인장이 하시는 말씀.
"이제 사장님 머리결도 많이 순해 지셨네요. 숱도 성겨졌고~~"

" 그렇죠? ㅎㅎㅎ~~ "

머리 숱이 성겨지면 사람의 두상이 조그마해 보이고
그 시기 쯤이면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이 생기며
뾰죽해지는 턱~~
게다가 손에 들고 썻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돋보기
얄밉게 볼록 솟은 아랫배~~ 애리애리해진 양 다리~~

이게 나이드는 모습인 것이다.

이제까지 그런 모습들에 무심할 수 있었던 것이
나야 설마 저렇게 나이들겠는가? 하는 엉뚱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나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걸,
돋보기가 없으면 신문 읽기가 불편하다는 사실로 인해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의 위안이라도 될까
복분자와 장어를 한입 가득 넣고 잘씹어 삼켰다.
체질에 맞는 사람은 3일 후에 그 효과가 나타난다는 설명에 혹해서

그런데
내겐 영 효과가 오질 않는 것 같다.

마눌이 졸라대질 않아 다행이긴 한데~~
이거 영~~~ 맘이 찜찜하다.

담에 한번 더 먹어야 효과를 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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