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무실에서 밤을 보내고 난 아침
이 나이되어서도 귀떨어진 날 따뜻한 국 한그릇
못 얻어 먹는 처지가 우스워 썰렁한 심사가 되어 있는데
( 산불 땜에 동해안에서 혼자 생일을 겪은 적도 몇 번 있었던 터라)
어렵쇼?
두 아들놈, 아침 열시가 넘어도 생신 축하한다는 문자 한 통 없다
네식구 채팅방에 엄마는 진즉 축하메세지를 올렸는데~
은근히 심사가 틀어져
당사자인 내가 한마디 올렸다
아들들아!
어른이 되어도 축하한다는 말은 꼭 듣고 싶은 거란다 라고~
그제서야 겨우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라는 문자가 올라왔다
2.
이거 자식농사 잘 못지은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어떻게 답글을 올릴까 망설이다
아들아, 아직 옆구리 안아프니?
왈, 아직 괜찮은데요
그래? 언제쯤 옆구리가 아플 것 같니?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크~ 심각하다
3.
다 저녁에 집사람이 전화를 한다
몇시쯤 퇴근하냐고
남편 저녁 챙기러 넘어오는 모양이다
집에 도착하니 미역국을 끓여놨다
맛이 깔끔하다
여자 한 사람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온종일 뒤틀렸던 심사가 한 순간에 풀어진다
이래서 남녀가 같이 살아야 하는 모양이구나
새삼 집사람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때 와인잔을 챙기던 집사람이 한마디 한다
미역국은 막내가 끓였어~
그래, 엄마 솜씨인 줄 알았는데, 대단하네
녀석,
씩~ 한 번 웃고 만다
4.
다행인 줄 알아라, 이 놈들아!
아침 같아선 앞으로 너희 놈들 생일날
아빤 아무 말 안하고 뭉개버리려 했었는데~~
스스로 장을 봐다가
정성껏 끓인 미역국 덕에 한 번은 더 챙겨주마
장가들어 며느리 들어오면 또 어떨지는 모르겠다만
그땐 이보다야 좀 낫겠지
무뚝뚝한 사내놈들만 있는 거 보다야~
그렇게 위안을 하며
녀석의 잔에 와인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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