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아들아, 옆구리 안아프니?

언덕위에 서서 2014. 4. 9. 15:44

 

1.

사무실에서 밤을 보내고 난 아침

이 나이되어서도 귀떨어진 날 따뜻한 국 한그릇 

못 얻어 먹는 처지가 우스워 썰렁한 심사가 되어 있는데

( 산불 땜에 동해안에서 혼자 생일을 겪은 적도 몇 번 있었던 터라)

 

어렵쇼?

두 아들놈, 아침 열시가 넘어도 생신 축하한다는 문자 한 통 없다

네식구 채팅방에 엄마는 진즉 축하메세지를 올렸는데~

 

은근히 심사가 틀어져

당사자인 내가 한마디 올렸다

 

아들들아!

어른이 되어도 축하한다는 말은 꼭 듣고 싶은 거란다 라고~

 

그제서야 겨우

아빠 생신 축하드려요~라는 문자가 올라왔다

 

 

2.

이거 자식농사 잘 못지은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어떻게 답글을 올릴까 망설이다

 

아들아, 아직 옆구리 안아프니? 

왈, 아직 괜찮은데요

 

그래? 언제쯤 옆구리가 아플 것 같니?

글쎄요? 아직 잘 모르겠는데요

 

크~  심각하다

 

 

3.

다 저녁에 집사람이 전화를 한다

몇시쯤 퇴근하냐고

 

남편 저녁 챙기러 넘어오는 모양이다

 

집에 도착하니 미역국을 끓여놨다

맛이 깔끔하다 

 

여자 한 사람의 능력이 이렇게 대단하구나

온종일 뒤틀렸던 심사가 한 순간에 풀어진다

이래서 남녀가 같이 살아야 하는 모양이구나

새삼 집사람이 고맙게 느껴진다

 

이때 와인잔을 챙기던 집사람이 한마디 한다 

 

미역국은 막내가  끓였어~

그래, 엄마 솜씨인 줄 알았는데, 대단하네

 

녀석, 

씩~ 한 번 웃고 만다

 

 

4.

다행인 줄 알아라, 이 놈들아!

아침 같아선 앞으로 너희 놈들 생일날

아빤 아무 말 안하고 뭉개버리려 했었는데~~

 

스스로 장을 봐다가

정성껏 끓인 미역국 덕에 한 번은  더 챙겨주마

장가들어 며느리 들어오면 또 어떨지는 모르겠다만 

 

그땐 이보다야 좀 낫겠지

무뚝뚝한 사내놈들만 있는 거 보다야~

 

그렇게 위안을 하며

녀석의 잔에 와인을 채운다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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