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슬픈 토요일~~

언덕위에 서서 2012. 2. 29. 16:35

1.

4일 근무하고 2일 쉬는 시스템으로 근무하다 보니

토, 일요일을 연속 쉴 수 있는 경우가 6주에 한 번씩이다

그러니 나머지 5주 동안은 늘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에 근무하러 나와야 하는데

모처럼 주말 맞아  넘어온 집사람을 뒤에 두고 출근하는 날이면

피차 맘이 개운치 않다

 

지난 토요일~ 예의 그 6주차다

둘이 금병산이나 가리라 궁리하고 있는데~ 이 날은 집사람이 출근해야 한단다

그래? 세상살이 하곤~

내가 제천까지 운전해 가서, 당신 일하는 동안  제천주변 산행하고

일 끝나면 같이 돌아오지? 하니 흔쾌이 OK~

 

2.

연구실에서 차 한잔 얻어 마시고  용두산으로 향하며  둘러보니

캠퍼스가 엄청 넓고 조경도 잘 돼있다

방학이라 다소 한산한 풍경이지만 그래도 각 학과 사무실주변은

학생, 직원들이 오가는 모습이 분주하고

한방병원, 창업보육센타, ㅇㅇ연구소 등등 건물의 모습도 규모도 다양하다

 

이런 주변 풍경만으로도 참 괜찮은 직장이구나~하는 생각

그 안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 맺고 살아간다는 것이 부러워진다

여러 사람 만나 다양한 얘기 듣고 일하다 보면 배우는 것 또한 다양할테니~

 

그렇게 10년이 넘었는데~

그 동안 서방이라는 사람은 20여평 좁은 사무실에서  대여섯명으로 한정된 사람들 하고만 대화하고

반복되는 일상에 매여 살았으니~~

그 입에서 나오는 얘기라야 뻔할 것 아닌가?

 

3.

의림지 지나 용두산 등산로 입구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주말이라 산에 가는 사람이  제법 된다 

내 나이 또래 돼 보이는 남정네 4명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한참을 오르다 보니

중간에 깔깔대는 소리와 함께 여인네 일행이 앞에 보인다

 

대화 내용을 들어보니 오래 산행을 같이 한 사이인 모양이다

좋지~ 저렇게 유쾌하게 산에 오르며 주말을 보내는게 정상적인 삶인데~

 

정상에 오르니 넓은 공터에 눈이 제법 쌓여있고~

모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지내곤 오가는 사람들 불러 막걸리며 안주를 권한다 

제천만해도 시골 인심이라~ 맘 같아선 목마른 김에 한 대접 마시고 싶지만 

불쑥 나서기가 저어되어 사진만 몇장 찍고 만다

 

 

산을 내려와 인근의 싸우나에서 땀을 씻고 시원한 해물칼국수 한 그릇하곤

일 끝나는 시간에 맞춰 다시 학교로 돌아온다

 

 

4.

돌아 오는 길~

당신 그렇게 치열하게 자신을 키워가고 있을 때 나는 뭐했나 싶네?

오늘 여기 오길 잘했어, 큰 자극 받았거든~ 하니

 

그러게~ 저번에 내가 말했잖아, 소방항공 관련 논문도 부지런히 발표하고

관련분야 책도 열심히 읽고 그래 

 

구구절절히 옳은 말씀~~

나이들어서도 늘상 반복되는 일, 하기도 귀찮고, 남의 앞에 나서기도 싫어져

주변 사람들 원망만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다 보니 직장에선 젊은 것들한테 치이고

집사람한테는 쓰다 남은 치약꼭지처럼 되어 버린지 오래 아닌가?

이미 남편이라는 존재가 매력은 커녕 거추장스러워졌을 수도 있고~~~

 

뭔가~ 새로 시작해야겠다

멈춰 서 있으면 뒷사람들이 지나쳐 올라 가는게 산행이고 인생일진데 

더 늙기 전에 맘 다잡고 부지런 떨어가며 살아야지~

(하물며 힘들다, 때려 치운다 소리는 언감생심~)

 

 

그래야  훗 날, 또 다시 오늘처럼 슬픈 주말을 맞는 일이 없겠지~~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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