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번, 오늘도 9시 개장시간에 맞춰 마을도서관으로 향한다.
은퇴하고 먹고 살 방도가 뭐가 있나? 궁리하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한 공부다.
아침 일찍 몇명이 나와 있다. 서로 인사도 안하지만 크지 않은 방에 같이 있으니
이리저리 부디껴 대충 눈에 익은 얼굴들이다.
소방서 직원도 하나, 둘 눈에 띈다. 승진시험 공부하는 친구들이다.
한 직원은, 슬그머니 커피잔을 옆에 놓고 간다.
고맙지~~
책 몇장 넘기다 보니 배가 출출해진다. 가을비도 내리는데 모처럼 장칼국수 먹으러 갈까?
가만 저 직원 같이 가자 할까? 장칼국수 좋아하려나? 나랑 같이 먹고 싶을까?
먹고 나선 나중에 자기가 한 번 사야 된다고 계속 스트레스 받는 건 아닐까?
이런저런 생각을 굴리는 사이 이 친구 훌쩍 일어나 나간다. ㅋ~~ 혼자 가서 먹자.
2.
장칼국수집~ 여전히 붐빈다.
"혼자 오셨어요? 이쪽 방안으로 앉으세요"
40대 여자 둘이 조근조근 이야기하며 뜨거운 장칼국수를 격조있게 먹고 있다.
인근 초등학교 교사들인 모양이다.
아이들, 선생들에 관한 얘기가 적당히 교양있게 오간다.
이 집엔 처음인 모양으로, 국수를 한 젓갈 집어 올리곤
"무청을 약간 말려서 넣었나 보네~~~"한다. (그게 시레기라는 거요~)
그러는 사이 내 국수도 나왔다.
평일날, 남자 혼자 밥 먹는 모습이 어떻게 비치려나
조금 어색한 생각이 들었지만~~
구수한 장냄새에 다진 고추 맛이 더해지니 더 바랄게 없다.
옆자리 식사가 끝나간다.
"양이 많아 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먹다보니 다 먹었네~~"
옆자리 남자한테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국수그릇이 꽤 크다)
"선생님, 오천원 있어요? 카드로 계산해야 할 것 같아서~"
"만원짜린데~~~"
"그래요? 주세요, 그럼~~~"
그리곤 일어나 나간다.
뭔 얘기지?
아~~~~ 그 양반들 세련됐네.
3.
도서관으로 돌아 온다.
내 뒷자리~~ 아까 그 직원은 아직 안 돌아왔다.
5시경~짐을 싸서 도서관을 나서는데, 그제서야 그 직원이 나타난다.
"지금 가십니까? 피곤해서 점심 먹고 한숨 자고 오는 중입니다"
그렇구나, 어제 야간근무하고 바로 도서관으로 온 모양이니~
그런 남의 속도 모르고 같이 국수 먹으러 가자 했으면 어쩔 뻔 했나?
안 가겠다 소리도 못했을 거고~~~
미필적 고의라 하던가? 혼자 가길 잘했네
서로에게 부담주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인사말 정도만 하면서 사는거~~
깊은 속내 안 들어내고.
가만~~~ 나도 세련돼 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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