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능시험 날~
듣기 평가 시간에 소방차 싸이렌 사용금지, 소방헬기 소음 유발 금지
좋지~ 온 나라가 고3들에게 베푸는 큰 배려이니~
헌데, 불나고, 아프고, 산에 갔다 미끌어지면 어떡하나?
딴 날은 몰라도 오늘 만큼은 불 내지 말고, 아프지 말고, 산에도 안가면 되겠구나.
오늘 하루, 전 국민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리지 말고
시험 잘보길 기원하면 되겠구만~~
2.
어제 아침 출근길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서더니, 여자아이가 탄다.
자켓에 달린 후드를 쓰고, 앞머리는 소복하게 옆으로 빗어내려
한 쪽 눈을 가린 상태고,
자켓아래 부분으로 한뼘 남짓 나온 스커트는 교복인 듯한데, 초미니다.
아마 이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마주친 놈일텐데, 빤히 쳐다 보기만 한다.
이걸, 뭐라 한마디 해?
아니다. 이 놈 혹 수능 볼 놈이면 어떻게 하나?
"안녕~~" 내가 먼저 인사를 해 볼까? 늘 그랬듯이~
그런 생각이 오가는 사이 벽쪽으로 돌아 서더니
뭔가 오물거리며 먹기 시작한다. 아침인가 보다.
냅두자~~
지 부모도, 학교도 가르치지 못한 걸
이제 이 나이의 내가 어쩌겠는가?
내가 맡고 있는 사람들도 제대로 건사 못하면서
쓸데없이 오지랍 넓은 짓, 내 몸 축가는 일 할 필요있나?
3.
차를 운전해 지하 주차장 입구를 벗어나려는 순간
편도 1차로의 아파트 입구에 승용차가 서 있다.
이 시간이면 늘 도로를 막고 거기 서 있는 은색 소나타
아마 애 학교 데려다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걸게다.
지 애는 소중하고, 바쁜 출근 길 불편해 하는 여러 사람은 안중에 없단 말이지.
그래~ 그러고도 맘에 걸리는 것 없으면 그렇게 사는 거지.
괜히 사소한 것들에 신경쓰느라 피곤하게 사는
나같은 사람보다 오래 살게다. 정신건강에도 좋고~
4.
사무실에 도착~
옷 갈아 입고, 항공기 둘러보고, 화장실로 간다.
오늘도 손 닦는 수건이 대충 걸려있다.
어떻게 할까하다 아래쪽 두 귀퉁이를 딱 맞추어 놓는다.
언제쯤 이런 것들이 눈에 안 뜨일까?
아마 평생 이렇게 살 테지?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본인 괴롭고, 주변 피곤하게 하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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