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출근길

언덕위에 서서 2011. 3. 1. 12:40

1.

수능시험 날~

듣기 평가 시간에 소방차 싸이렌 사용금지,  소방헬기 소음 유발 금지

좋지~ 온 나라가 고3들에게 베푸는 큰 배려이니~

헌데, 불나고, 아프고, 산에 갔다 미끌어지면 어떡하나?

 

딴 날은 몰라도 오늘 만큼은 불 내지 말고, 아프지 말고, 산에도 안가면 되겠구나.

오늘 하루, 전 국민이 기도하는 마음으로 내 자식, 남의 자식 가리지 말고

시험 잘보길 기원하면 되겠구만~~

 

2.

어제 아침 출근길

아래층에서 엘리베이터가 서더니, 여자아이가 탄다.

자켓에 달린 후드를 쓰고, 앞머리는 소복하게 옆으로 빗어내려

한 쪽 눈을 가린 상태고,

자켓아래 부분으로 한뼘 남짓 나온 스커트는 교복인 듯한데, 초미니다.

 

아마 이 엘리베이터에서 몇 번 마주친 놈일텐데, 빤히 쳐다 보기만 한다.

이걸, 뭐라 한마디 해?

아니다. 이 놈 혹 수능 볼 놈이면 어떻게 하나?

"안녕~~" 내가 먼저 인사를 해 볼까? 늘 그랬듯이~

 

그런 생각이 오가는 사이 벽쪽으로 돌아 서더니

뭔가 오물거리며 먹기 시작한다. 아침인가 보다.

 

냅두자~~

지 부모도, 학교도 가르치지 못한 걸

이제 이 나이의 내가 어쩌겠는가?

 

내가 맡고 있는 사람들도 제대로 건사 못하면서

쓸데없이 오지랍 넓은 짓, 내 몸 축가는 일 할 필요있나?

 

3.

차를 운전해 지하 주차장 입구를 벗어나려는 순간

편도 1차로의 아파트 입구에 승용차가 서 있다.

이 시간이면 늘 도로를 막고 거기 서 있는 은색 소나타 

아마 애 학교 데려다 주려고 기다리고 있는 걸게다.

 

지 애는 소중하고, 바쁜 출근 길 불편해 하는 여러 사람은 안중에 없단 말이지.

그래~ 그러고도 맘에 걸리는 것 없으면 그렇게 사는 거지.

괜히 사소한 것들에 신경쓰느라 피곤하게 사는

나같은 사람보다 오래 살게다.  정신건강에도 좋고~ 

 

4.

사무실에 도착~

옷 갈아 입고, 항공기 둘러보고, 화장실로 간다.

오늘도 손 닦는 수건이 대충 걸려있다.

어떻게 할까하다 아래쪽  두 귀퉁이를 딱 맞추어  놓는다.

 

언제쯤 이런 것들이 눈에 안 뜨일까?

아마 평생 이렇게 살 테지? 얼마를 더 살지 모르지만~

 

본인 괴롭고, 주변 피곤하게 하면서~~~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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