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치찌개가 주메뉴가 된지 오늘로서 나흘째다.
지난 주말 집사람이 만들어 놓고 간 것이다. 몇 번 뎁혔더니 점점 짜가워져서, 어제 저녁엔 물을
한 사발 붓고 다시 끓였다.
국물이 생겨 먹기가 좀 나아지긴 했는데, 김치가 완전히 물러져서 더 이상 찌게라 부르기가 민망하다.
둘째가 대학에 입학한 후, 집사람은 둘째와, 나는 첫째와 함께 떨어져서 산다.
둘째를 고등학교 시절에 혼자 떨어져 생활하게 했다가 "이게 아니구나~!"하는 느낌이 들어
부부가 함께 내린 결정이다.
가족이라는게 뭔가! 할 수만 있다면 지지고 볶아도 서로 부비대며 함께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과정을 통해 몸에 밴 것들이 가정교육이 되고 형제간의 우애가 되는 것이지.
아니~ 같이 살면 최소한 외로움을 느끼지는 않을 것 아닌가?
이 나이된 나도 주말이면 집사람이 기다려지는데, 어린 녀석이 3년을 떨어져 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다.
그런 배경이 있는 두 집 살림인데, 그러다 보니 집사람이 쉽지 않다.
장도 두번을 봐야하고, 찌게도 두 번을 끓여야 하는 거다. 물론 두 아들놈이 틈틈히
설겆이며 밥이야 하지만, 한 주의 주 메뉴는 집사람이 끓이는 대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 수고로, 양쪽집 남자들이 그런대로 큰 불편없이 살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2.
둘째녀석은 좀 다른데, 아빠와 함께 사는 첫째는 살림꾼이 다되었다.
주말에 세식구가 장보러 가면, "달걀 사야 돼요" "두부는 아직 남아 있어요"
하는 식으로 제 엄마를 거들 정도니까~
이 녀석이 조리과 출신임을 선명히 보여주는 습관이 있는데,
쌀 뜨물을 따로 받아 놨다, 설겆이할 때나, 찌게국물로 쓰는 건 기본이고, 육수 낸다고, 먹고 남은
족발뼈를 따로 챙겨 놓기도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던 집사람이 그 날 우족을 사다 곰국을 우려 내 놓고 갔는데,
녀석은 그 주 내내, 그 다음 주까지 국물이 반만 줄어 들면 다시 물을 부으며 계속 우려냈었다.
학교 다니는 동안 공부는 잘 못했지만, 평생 지니고 살 좋은 습관 하나는 건진 것 같다.
아마 요즘은 딸아이도 이렇게 못할 것 같은데~~
3.
그렇게 또 한 주가 지나간다.
내일이면 또 다시 금요일이고 세식구, 아니 이번 주엔 둘째놈도 넘어 온다니
네식구의 재회가 이루어질 것이다. 물론 아빠야 이번주 토, 일 다 근무를 해야하지만
해지고 나서 장보러는 같이 갈 수 있겠지~
그래도 좋다.
한 주만에 식구가 자리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 나눌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조만간 이 녀석들~~
엄마, 아빠와는 다른 인간관계를 맺어 훌쩍 떠날 놈들 아닌가 말이다.
내가 내 부모를 마음 뒷편으로 밀어내고 훌쩍 떠나 왔듯이 말이다.
그래서 중년 남자도 주말이 기다려 진다.
아니 중년남자는 더더욱 주말이 기다려 진다.
그게 존재의 이유이고, 어쩌면 유일한 기쁨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