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산이야기

한 소방관의 죽음~

언덕위에 서서 2006. 12. 16. 14:31
1.
부산에서 화재진압 중 소방관이 순직했다는 내용이 보도된다.
19,500회 화재출동 경력에, 올해 57세된, 그래서 정년을 1개월 여 남겨 둔
7급 상당의 고참 소방관이다.

가슴이 찡해 온다.
뻘건 옷 입고 살기 시작한지 10년차니~~~
안 들으려해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소식을 자주 접하는데
그때마다 맘이 찡~~하게 아려온다.

이곳도 사람사는 곳이라, 머리 좋고, 출신 좋으면 승진 빠른 동네인데

57세에 현장에 출동하는 삶이었다면

아마, 요령부득이거나, 꾸뻑꾸뻑 시키는 일만 우직하게
해내는 타입이었을 것이고~~
정년을 앞두고 애들 건사며, 집이며 변변한 거 없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무원이었을게다.


현장에서 사고 당하는 사람들 대개 그렇다.

요령꾼들, 아니 그도 말고, 평균 정도만 돼도
그 나이쯤이면 잎사귀가 아니라 꽃으로 된 계급장을 서너개 달고
무전기 들고 현장 감독할 나인데~~~


그 나이에 직접 현장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내가 매번 현장에서 몸으로 때우며, 살고있는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2.
간밤에~~~~~~~~~~~~~
3~4년 전에 세상을 뜬 절친한 깨복쟁이의 꿈을 꾸었다.

생전의 모습처럼, 안면에 편안한 웃음을 띈 채,
이것저것 챙겨주며 내 기분을 맞춰주는 꿈을 꾸다
퍼뜩 잠에서 깼다.

이 친구가 왠일인가?
창 밖을 보니, 새벽안개가 잔뜩 피어 오른다.

오늘 비행이 있는데~~~~

아침 안개가 오래 버텨주기를 은근히 기대했으나
날이 차서 그런지 금방 걷힌다.

사무실로 들어와 비행 준비를 한다.

오늘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쓸 항공사진 촬영이다.

날카로워진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은 하지만

한 20번은 비행을 해준 것 같은데, 또 항공촬영한다는 소리에
열이 받아 있는 중인데~~

촬영팀 도착이 자꾸 늦어진다.
촬영할 곳은 전부 스키장 산꼭대기인데다, 오후엔 바람이 심해져
비행이 갑절 힘들어 지는데~~~

"이 인간들을 확~~~~~"

느지막히 뒷머리 긁으며 나타난 동계올림픽 유치위 직원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몇번 쏘아 붙히고 이륙한다.
예상대로 공중 기류가 만만치 않다.

보광휘닉스 파크-영동고속도로-용평리조트-대관령 순으로 찍어 나간다.

마지막으로 가리왕산 중봉으로 기수를 돌리는 순간
항공기가 상하좌우로 요동을 친다. 난기류대다.

꿈자리 어수선했던 기억을 떠 올리며
급히 돌아 나온다. 그럼 그렇지~~~

기지에 착륙하니, 뒤에 탔던 촬영팀이 더 반가워 한다.
지들도 항공기가 하도 요동을 치니, 무서웠던 모양이다.



3.
담배 한대 피우고 나니, 곧 이어
검봉산에 사지마비증세 환자 구조하러 가란다.

이 추운 날, 산위에서~~~~~ 마비 증세면, 위험하다.

부지런히 달려가 나뭇가지 사이로 겨우겨우 환자를 인양해
구급차에 인계한다.

이렇게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기는가 보다~~~~

기지에 착륙하면서 대원이 하는 말

" 어휴~~~ 그 아줌마, 술 냄새~~~~~~~~~~~~~~~~~~~~~~~~~~~~~~~~~~~~~"


미아동 사는 50세 아줌씨더구만.


'그룹명 > 산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Cool 한 여자~~  (0) 2009.01.02
어느 소방관의 기도  (0) 2008.12.30
정말 약 오를 때~  (0) 2006.12.16
구조 에피소드  (0) 2006.11.04
태풍이 온단다  (0) 200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