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아빠한테 전화 해~

언덕위에 서서 2010. 7. 30. 12:42

1.

며칠 전, 직원들과 함께 소방서 버스를 타고 가던 중

신호등에 걸려 버스가 잠시 섰다.

 

그 때, 버스안에서 본 장면~

전동카트를 탄 안노인네가 건널목을 건너다 도로의 턱을 넘지못하고 

멈춰선다.

 

난망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뒤에 오던  여인네한테 카트를 밀어달라 부탁한다.

여인네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카트를 밀어준다.

한번, 두번, 세번만에 카트가 겨우 턱을 넘어서 인도로 올라간다.

인도로 올라가자, 그 여인네 다시 한번  어색한 웃음을 남기고 자기 갈 길로 간다.

 

날이 더워, 에어컨을 켠 버스안도 후끈거리는데

땡볕 아래서 벌어지는 그 광경에 괜히 미안스러워졌다.

 

20여명 소방관이 가만히 앉아, 여인네가 카트를 미는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는 사실이~

 

내가 제일 앞쪽에 앉아 있었으니

얼른 문 열고 내려가서 밀었으면, 신호바뀌기 전에 버스로 돌아올 수도 있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에 괜히 한마디

"우리나라 아직 멀었어~ 저 턱을  왜 못없애는가 말야?"

아직 장애인 복지가 저 정도니~~~~

 

 

2.

큰 놈이 인턴사원으로 취업이 되었다.

장애인 고용촉진단에서 2년여를 끌더니

드디어 구인업체를 찾아 연결해준 것이다.

 

이 녀석 얼마나 흥분을 하는지

입사 전 의무 교육으로, 생산성본부 홈페이지에 들어가

인턴사원 온 라인 강좌를 이수해야 한다는 업체의 설명에

군소리없이 2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강의를 듣는다.

 

그러고 나서는 당장 자신의 계획을 늘어 놓는다.

 

매월 50만원씩 부모님께 지불하고(숙식비조로)

남는 돈을 열심히 저축하여, 가능한한 빠른 시일내에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하겠다고~~~~

 

고맙지. 말로 만으로도 고맙지.

거짓말도 할 줄 모르는 녀석, 지가 원하는 그대로 한 말이니~

 

아침부터 허둥대며 출근준비하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다

일할 곳이 소방서 근처라 " 아빠가 태워줄까? "하자

자전거를 타고 가겠단다. 그래라.

가만~ 비가 올 것 같다고 우산까지 챙긴다.

 

" 비 오면 아빠한테 전화해라. 아빠가 데리러 갈께."하니

그제야 자전거를 끌고 나선다.

 

 

3.

확실히 세상이 변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그 속도가 너무 느리고 지지부진해

우리 성에 차지를 않아서 그렇지.

 

비록 인도 턱이야 아직 남아있지만

최근들어  전동카트 타고 외출하는 노인네들 모습 자주 볼 수 있는 것만 해도

 

거기다

이 녀석 가슴을 그렇게 설레게 하는 취업알선만 봐도.

 

이 놈아, 비 걱정 하지 말고, 아빠한테 전화 해, 

세상이 그렇게 몰염치 하지만은 않은 것 같으니까.

 

일 열심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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