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전 유학 가 있는 막내 놈은 덩치도 작고
성격도 차분해서 아빠한테 야단 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
우유를 마시던 시기에도(아마 돌 쯤이었겠지요)
한 밤중에 깨서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춰
"엄마~~ 우유 좀 주세요." 하고 속삭이던 놈이고~~
(아빠는 한번도 그 소릴 들은 적이 없고, 엄마한테 들은 얘기다)
네, 다섯살 때부터는, 지 형이 아빠한테 야단 맞으면
한참, 아빠 눈치보다 살그머니 다가 와
"아빠, 전 게임 안했고, 그 대신 학습지 벌써 다 풀었고,
엄마 도와 드렸고, 어쩌고~ 하다, 그러니 지금부터 게임 좀 ~~~(애절한 눈빛)"
( 형 야단 맞는 거 옆에서 들으면서, 그 반대되는 얘기만 펼친다.)
해서, 떳떳하게(?) 게임하던 놈이다.
조용히~~ 소문없이, 제 실속 다 차리는 놈.
2.
지난 달엔 공부에 방해 된다며 전화를 끊었단다.
기특한 놈~~
어쩌다 집에 와서도 문자 보내느라 손에서 전화기를 놓지 못하더니
고3 이라고 정신 차리나 보다.
그런데, 전화 끊고 나니 정작 답답한 건 지 엄마다.
학원엔 갔는지, 머리 아프다더니, 약은 챙겨 먹었는지.
수시로 전화하던 터라, 속이 뒤집힐 지경인 것이다.
3.
견디다 못해 엄마가 먼저 전화 개통하라고 해도
이적 버티고 있다가~~
엊그제, 지 엄마와 통화하는 걸 들어 보니 가관이다.
토요일 오전 10시 경인데,
엄마 전화가 울린다.
처음보는 번호인 모양이다. 친구 전화였다.( 이 놈의 반죽~~)
아침 안먹고 학교 왔으니, 치킨 주문해 달란단다.
점심 때 먹는다고~~
엄마가 그 동안 밀린 주문 한참 하더니, 결국~ 그러마 한다.
" 혹시 엄마가 이 번호로 문자 보낼지 몰라~
여자친구 전화니?" 하며~
전화 끊고 나서,
춘천에서 대전 치킨집으로 전화한다.
" 튀김 반마리, 뭐 반마리, 어떻게 저떻게~~~"
그러고 나서,
"계좌번호 불러주세요~~" 한다.
대단한 놈이다. 대단한 엄마에~~~ 대단한 닭집.
세상, 차~~~~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