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몸에 밴 습관들

언덕위에 서서 2008. 3. 4. 13:20

1.
신혼이 끝나 갈 즈음.
( 한 10년쯤 같이 살고 난 다음인가~)

화장실 두루마리 휴지를 꽂는 방법에 대해 집사람이 정식으로 Complain 했다.
휴지가 풀리는 부분이 벽쪽으로 가 있는 것이 싫단다.
휴지를 갈아 끼울 때, 풀리는 부분이 벽과 반대쪽에 오도록 하란 것이었다.
후후~ 그래서 그 이후로 휴지를 그렇게 끼운다.

요즘엔 휴지를 내가 잘 갈아 끼우지도 않지만~


2.
군생활 20년, 전역한지 또 10년이 지났지만
내게도 군에서 강조해 몸에 밴 버릇이 남아있다. 아마 평생 그 습관대로 살아 갈~

우선
옷장이나 빨래걸이에 옷걸이 거는 방향이다.
나는 옷걸이 트인 부분이 모두 벽쪽을 향해 있어야 맘이 편하다.
생도시절 그 옷걸이 땜에 시달린 끝에 생긴 강박이다.

화장실에 걸려있는 타올은 항상 끝이 가지런히 맞아 있어야 한다.
타올 끝이 안 맞아 있으면 짜증이 난다.

전기스위치는 가능한 끈다.
낮 시간에 불이 켜져 있으면 맘이 불안해 지니까~
( 전기, 물, 관급 물품 때문에 "국민의 혈세" 소리를 너무 많이 들은 결과다.)

이런 습관들 모두 30여년 전에 생긴 것이다.


3.
반면, 군 생활 때 강요 받았던 습관들에 대해
반작용이 생긴 것들도 있다.

가령
신발을 반짝거리게 닦는 것이 극도로 싫은데
그 바쁜 시기에 신발 제대로 못 닦는다고 하도 구박을 당해서 그렇다.
그 결과, 어떤 신발은 2~3년을 신고 버릴 때까지 한 번도 안 닦는 경우도 있다.


또 마라톤이니 조깅이니 하는 거(뛰는 거) 질색이다.
뛴다는 사실이 곧 "벌"이고 "기합"이었기 때문이다.

걷는 것도 싫어(군에선 행군이다) 등산이라는 것도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지만
나이 들면서 겨우 취미를 붙혀 느즈막히 산엘 다닌다.


4.
누군가, 평생 배워야 할 모든 것을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고 하던데

생각컨데~
언제, 어디서 배웠다는 사실보다는
얼마나 즐겁게, 기분좋게 배웠느냐 하는 사실이 더더욱 중요한 것 같다.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조종사라 하면
대개 "야~~"하며 부러워하는 표정을 지으시는데.

그 교육 과정이 만만치가 않아서~~

( 조종사 교육 기간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빳다 맞는다.
조종을 못한 날은 못했다고 맞고,
잘한 날은 그 感 잊어 버리지 말라고 빳다를 쳤다.

그 길고 긴 6개월 교육의 마지막 날도 맞았는데,
" 조종사되고 나서 건방 떨다 사고 내지 말고,
오래 오래 살라"며 이제까지 맞아 온 강도보다 더 세게 때렸다.

그 당시는 맞는 이나 때리는 이나 당연한 걸로 여기고
멍든 엉덩이를 비비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때도 있었다.
세월이 변해 요즘은 때리지도 않는 모양이던데~)

그러니 그 일이 남들 생각하듯
마냥 즐겁고 보람에 찬 일이 결코 아니다.
( 더러 그렇게 느끼는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5.
이 나이되어

뭔가~ 처음 배울 때부터 기분 좋고, 항상 즐거울 수 있는
그리고 남은 평생 계속할 수 있는~

그런 일 혹시 없을까 생각해 보니.
새록 새록, 이런 일, 저런 일들이 유혹으로 다가온다.

어떻게든 한 번 변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자꾸 드는 건
봄이 왔기 때문인가? 복에 겨워서인가? 잘 모르겠다.

그냥 한 번 스쳐 지나가는 변덕이려나?


















출처 : 몸에 밴 습관들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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