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戀書 75통 (그녀와의 추억)

19,20-83년

언덕위에 서서 2006. 1. 2. 16:18
 

19830514   대위 항공대학: 간호사 훈육관

  요즘 참 무척이나

  네 생각이 난다.

  풍편에 전해온 네 처소가

  틀린 곳이 아니면 좋겠다만...


19830613  항공대 위탁교육: 간호사 훈육관

  그래, 훈육관이란 거, 대위라는 거 생각해서 봉투에 넣어 보내기로 하자.

이즈음의 나는 어떻게 살고있느냐 하면...

 ‘난장이’ 처럼 살고 있다고 해야겠다. 공을 쏘아 올리는 난쟁이가 아니라 달걀을 깨는 난쟁이다.

  너무 큰 난쟁이다. 그걸 -자신이 달걀을 깨고 있기에는 너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으로 해서 자신으로부터 조급함을 느껴 허둥대는, 곧 설사를 할 것 같은 심정으로, 화장실 문이 열리길 기다리는...그런 표정으로 산다.


  한편으로는 그저 떠 있는 생활이다.

얼마 정도의 고통을 감수하면 헤엄쳐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그냥 떠서 썩은 냄새를 감내하고 있는, 아니, 고통을 감수한다는 건 너무 자기 변명적인 엄살이다. 그냥 움직이기 귀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지가 너무 얕아서- 조금치의 변화에도 일렁이는 모습이다. 일상사의 극히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평소의 내 모습 그대로 바짝 말라 있고 까맣다. 초조하다. 결국 나는 초조한 채로 그냥 떠 있는 것이다. 냄새를 참아 가면서... 어떨 땐, 한가지에 집착하여 바둥바둥 악을 써 보지만 대부분이 이성적으로 해석하기에 힘겨운 일이고 엉뚱한 노력이다. - 이제까지 늘 그랬듯이-

  

나이 얘길 해야겠다. 나보다 네가 일년쯤 먼저 환갑을 맞을 거란 얘기부터

아니 선 본 얘길 할까? 스물 일곱이란 아가씨가 왜 그리 닳아 있고, 지쳐 있던지. 허긴 내 모습도 그랬던지, 스물 아홉이란 내 나이 -여기선 학생 녀석들이 모두 그렇게 알고 있다- 보다도 무척 늙어 보인다나.

  물론 경희 너처럼 잔잔한 사람이야. 내가 지금 상상으로 그려봐도 그 여자만큼 늙어 보일 수가 없지만, 또 네가 날 봐도 그렇게 늙지야 않았겠지. 서로 애들 모습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주위의 눈들엔 어쩌면 그 여자가 날 본 듯이 비칠지도 모른다. 너도... 오십까지만 의욕에 차서 산다면 -산다해도, 그 이후엔 산을 다 내려 온 심정이 될 테니까- 대략 이제까지 살아온 만큼의 시간밖엔 남아 있질 않은데, 그리고 이제까지와 비슷한 형태로 살게 될 텐데. 그 동안 네게 주어지는 모든 것들에 감사하고 행복하게만 살 수 있다해도 너무 아쉽다. 경희 널 얻을 수 있다해도 너무 아쉽다.

  

  언제, 동대구역에 내리고 면회 신청을 하고 웃으며 나오는 네 모습을 보게되면 좋겠다. 난 아직 이렇게 좀 비이성적이고 주착스럽고, 세상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보지 못하나 보다.

                                6. 13 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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