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산이야기

주말 버텨내기~~~

언덕위에 서서 2005. 10. 10. 10:38
10월 9일 일요일

14:50분 전화통보 수신,
치악산 사다리병창, 낙상자, 두부손상 및 팔다리골절 추정~~ 구조 출동합니다.

15:00 사무실에 도착, 구조복으로 갈아입고 항공기 시동
15:25분 사고현장 도착,
미리 도착한 지상구조대가 응급처치와 들것 결박 완료한 상태,
5분후에 요구조자 인양하여 이륙

15:35분 요구조자, 병원 인근에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 인계
16:00 기지로 복귀 완료. 총소요시간 1시간 10분

내일 보고서에 기록될 내용: 산악구조 1건
(치악산, 동원인력/장비:헬기1, 구급차:1 인원: 11명)


자! 그 한줄의 보고서 뒤엔 어떤 사연이 있었나 한번 살펴보자~~

어제, 토요일
마의 10월이 시작되었으므로
산마루에 걸린 구름과 나뭇가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에 주눅 들지 않으려
이를 꽉 물고 스스로를 추스르며 번을 선다.

15:30분경 봉정암에서 수렴동쪽으로 하산하던 등산객, 발목 골절, 구조출동~~

출동 인원 소집해 막 시동걸려는 찰라, 자력으로 하산하겠단다~~
완전 개훈련 시키듯하누만~~~ 상황실에 한참 퍼붓고~~

씩씩거리다 일몰시간 되어 퇴근.

오늘, 일요일
아침 안개가 짙게 끼었는데, 바람이 있어 아마 11시경이면 걷힐 것 같다.
어제 중간고사시험을 끝낸 두 아들 녀석과
수시모집 면접 시험으로 일주일을 바쁘게 보낸 와이프 챙겨 삼악산에나
다녀왔으면 좋겠다만~~
저 놈의 안개가 예상보다 일찍 벗겨지면 낭패다.

이리저리 궁리를 하다 에라, 다들 늦잠이나 실컷자게 내버려두자.
티브이 앞에 앉는다. 일기예보나 다시 한번 확인해 보자~~~

10시가 넘자 군데군데 푸른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앞산의 안개도 8~9부 능선까지 올라갔다.
그래 대기나 열심히 하자. 지난 8년 동안 매주 토.일요일에 그랬던 것처럼~~

탁자위에 핸펀을 올려 놓고 티비와 앞산과 하늘을 번갈아 보며 쉬몽일몽
( 쉬는건지 일하는 건지) 앉아 있는다.
가끔 아들놈의 핸펀 진동소리에 퍼득 신경을 집중하곤 하던 중~~
드디어 내 핸펀이 울린다. 사무실이라고 찍혔다.

벌떡 일어 선다.
그래 차라리 한 건 해야 이 긴장이 허무로 변하지 않지.
다행이 기상이 좋은 듯하니 맘 편히 다녀오자~~~~


앞에서 얼쩡대는 차들 힘으로 밀어 부치며 사무실에 쫒아 들어갔다가
임무 마치고 컴을 연다. 하소연이라도 좀 해야 맘이 풀릴것 같아~~

이렇게 또 한번의 주말과 휴일이 스러져 간다.
어쨋거나 오늘은 명목상 비번이었으므로 내일은 다시 근무고~~


스스로가 참 징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는 11월 1일 이면 이렇게 살기 시작한지 딱 8년되는 날인데
이적 돌지 않고 버티고 있는게~~

금년에 4년차인, 성격이 한없이 좋은 조종사(같이 비행하는)도
엊그제 마침내 속내를 털어놨다. 나 힘들까봐 항상 좋은 말만하는 사람인데~~~
자기도 이젠 정말 짜증스럽다고~~~
2교대도 아닌 1년내내 상시 근무제니 그럴만도 하다.

사람이 머리 속에서 일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털어내고
쉬는 시간이 있어야 재충전이 되어
새로운 기분으로 일을 계속할 수가 있는 법인데~~~

긴긴 세월을 그러지 못하고, 계속 머리속에 담고 살려니
그 무게가 점점 늘어나 힘겹게 느껴진다.

먹고 사는 문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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