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또 한 해가 간다

언덕위에 서서 2014. 1. 6. 18:00

 

1.

눈이 내리면 사람은 기분이 좋아지지만 차는 지저분해진다

차가 지저분하면, 이 안닦고 머리 안 감은 것 같아 정신이 산란스럽다

머리속 정리하러  자동세차기 설치된 단골 주유소로 간다 

 

7~8대의 차가 줄을 서 기다리고 있다.

다들 머리속 정리하러 온거겠지

한 대 세차 하는데 7분쯤 걸리니, 넉넉 잡아 1시간이면 되겠네

 

세차해주시는 분이 바뀌었다

전엔 젊은 사람이 줄 서있는 차들을  자꾸만 앞으로 붙히라 해

은근 짜증이 났었는데

이 분은 그런 요구를 안 해 다소 맘이 편하다

 

반면, 세차 장비를 까딱 잘못 조작해서

차  뒤에 달린 후사경이라도 망가지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된다

이윽고 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내 차례가 됐다

 

잠시도 쉴 짬이 없으니

담배 한대를 피워 물고 물을 뿌려 주시는 데

그 모습이 밉지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럽다

 

물을 뿌리는 작업도 젊은 사람보다 더 부드럽고 효율적이다

요금을 받을 때도 상냥한 표정이시고~

 

다행이다 

젊은 놈은 가만 앉아 있고

나이든 분은 추운데서 물 일을 하는 상황이 못내 부담스러웠는데

이렇게 자신의 일에 만족한 표정이시니

그 부담이 좀 덜하다 

 

나도 저 나이되어 저렇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일할 수 있을까?

 

 

2.

집사람이 된장찌게를 끓이는 사이

김치를 썰기로 한다

어느 통의 김치를 꺼내야하는지 모르니

냉장고에서 김치통 꺼내는 

 어렵고(?) 귀찮은 과정은 집사람의 몫이다

 

비닐장갑을 끼고 김치를 썬다

"반대로 놓고 썰어~"

반대로 놓는다, 뿌리쪽에서 부터 썰다 하늘 잎파리 쪽부터 썬다

아내는 뭐라 한마디 더 하려다 그만둔다

뭔 뜻이지?

 

저녁상이 차려졌다

내가 썰어 넣은 김치그릇을 연다

배추의 볼록한 부분이 위를 위를 향하고 있다

 

아까 말이야~~

응!

배추 반대로 놓고 썰라고 했잖아

배추가 오목한 상태로 놓여 있어야 김치국물이 안 빠져나가

김치맛이 좋거든~

아! 그 얘기였어?

 

실제로 김치 한 조각  입에 넣어 보니

국물이 없어 싱겁다

평생 김치 먹으며 살았는데, 이 나이에 그걸 깨닫다니

 

 

3.

이렇게 또 한 해가 간다

2013년은 내게 참 힘들고 긴~ 한 해였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맞닥뜨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점점 더 복잡하고, 심각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 뿐이다

 

얼굴엔 주름이 늘고, 근육은 약해지고

가슴은 새가슴으로 변해, 조그만 일에도 놀라고 걱정이 앞서기 일쑤인데

해결해야 할 문제는 왜 이렇게 점점 크고 어려워지는 것일까?

감당할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 해 놓고는?

 

한 해를 마감하는 이 즈음

다들 힘들고 어려웠던 지난 시간을 툴툴 털어버리고

다가오는 새해를 희망 차게 맞기위해

일부러라도 미소짓고, 쾌활한 표정 짓는 노력이 이해된다

 

그렇게 해야 새해엔 좀 더 나아질 것이기 때문에

아니 너나없이 다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에~

짐짓 그렇게 덕담을 나누고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나처럼 힘들게 올 한 해를 살아내신

산방님들 모두~~~

새해엔 소원성취하시길 빈다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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