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10. 21 일요일)은 날씨가 좋아 대한국민 10%는 산으로 갔고
그 중 10%는 강원도로 온 듯한 느낌이다
오늘은 몇 번이나 출동하나 보자~ 출근 전부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집사람이 챙겨주는 미숫가루를 두 컵 마시고 씩씩하게 집을 나선다
이번 주 버티고 다음 주면 10월도 지나간다 끝이 있겠지~
10월 들어 주말이면 헬기 2대가 교대로 설악산, 치악산, 오대산, 삼악산, 팔봉산~
강원도내 높은 산은 다 찾아 헤매며 사람을 구조해 내리는데~
다치고 지친 사람은 고마울 것이고,
꾀병부린 사람은 헬기 타고 오면서 조금쯤 미안할 것이지만
구조하는 사람은 오늘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여
허공 중에 헬기를 정지시키느라 애를 쓴다
일하다 사고사 당하지 않으려~
그 와중에 헬기구조 장면 가까이서 볼 행운을 잡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에 열심히 그 장면을 담고 있다 길게 줄을 이어서서~
이럴 땐 문득 동물의 왕국에서 본 누(Gnu) 떼가 생각난다
강을 건너다 악어에 물리고, 다리가 부러져 죽어가는 녀석들은 죽는 거고
악착같이, 아니면 운이 좋은 녀석들은 또 지들끼리 모여
강 건너 넓은 들판을 가로 질러 유쾌한 삶을 이어 가는 모습~
2.
어제는 팔봉산, 치악산에서 연속해서 2번
DOA(Dead On Arrival: 현장 도착시 이미 사망) 환자를 이송했다
이곳에서 15년 생활하며 처음있는 일이다
그 전 날도 삼악산에서 구조한 1명이 사망했는데~
날씨 좋아 삼삼오오 떼지어 산에 온 사람들은 즐겁지만
이 좋은 날 청천벽력 같은 사고소식을 들어야 하는 가족들은 또 어쩌란 말이냐?
그냥 남의 일일 뿐인가?
죽음도 남의 일이면 무심하다, 죽음도 일상이기 때문이다
낙상하여 안면부에 유혈이 낭자한 환자를 향해
무심한 표정으로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3.
월요일 아침~가을비 치곤 제법 빗줄기가 굵다
사무실에 들어서서 하루를 시작하려는데,
암으로 고생하다 공로연수에 들어간 전직 소방서장의 부고가 뜬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부터 싸~한 느낌이 치솟는다
부고라는 게 늘 편한 맘으로 받아드리기 어려운 소식이지만
개인적으로 살갑게 지내던 분이라 그 느낌이 더 진하다
인생이라는 게 결국 저런 건데~~
무에 그리 아깝고 욕심나는 일 많아, 기를 쓰고 아둥바둥하는가?
삶과 죽음의 간격은 도대체 얼마나 되는가?
산란한 마음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래도 어쩌랴? 늘 하듯 컴퓨터 켜고, 결재하고, 잔소리하고
그렇게 하루가 저문다
4.
매일 오후 6시경이면
리어카를 매단 오토바이가 사무실앞을 가로질러 간다 비가 오던 눈이 오던~
리어카에는 청색 드럼통이 서너 개 실려있다
병사들 식사시간 지난 후 잔반 수거하러 가는 양반이다
가축사료로~ 아마 개를 키우시겠지
워낙 긴 세월(15년) 마주치다 보니 서로에게 일상이 됐지만
어느 날~
언제나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가볍게 눈인사를 던지는 그 양반 표정을 바라 보다가
혹~~
저런게 행복 아닐까?
저 표정은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다는 자신감 아닐까?
하는 쌩뚱맞은 느낌이 온 몸을 휘감는 것이다.
그래~~ 만약 저 만족스런 표정이 행복과 자신감의 표현이라면
그건 아마도~
진즉 퇴직이라는 힘든 문을 열고 나와
그 연배들이 뒤 늦게 이모작이라는 화두를 쥐고 방황하는 시기에,
하기 싫어질 때까지 내 맘껏 할 수 있는~
그리고 이 세상 누구보다 본인이 제일 잘할 수 있는
평생의 일꺼리를 찾았기 때문일게다
그래서~~
언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기 때문일게다
(순전히 내 상상이다~)
오늘 왜 이러나?
어제, 오늘 세상 떠난 이들 때문인가?
아님, 내 고질병 가을앓이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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