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입관(入棺)
딸이 운다
강보에 싸이는 고인의 모습
가슴 깊은 곳
저 속에서 딸이 운다
아버님 다리 쭉 펴고 걸으세요
팔도 쫘악 펴시구요
그렇게 자식들에 둘러싸여
관에 든다
그 안에도 딸의 울음소리 들릴까?
울음소리 들리면
고인은 또 어찌할 것인가?
단구동 성당~
새벽에 퍼지는 기도속에
옛 은사의 맑은 표정과
오래 외면했던 동기 신부의 외로운 전례
죄스런 나의 응답송이 어우러진다
축복의 혼배성사 열렸던 곳에서
오늘은 장례미사 드린다
이분들, 고인을 어떻게 기억하실까?
그들의 기도는 무엇을 담보함인가?
이 새벽
한 주검을 보내기 위해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의 기도가 필요한 것일까?
혼자 지기엔 그 짐이 너무 아파
이렇게 모여 함께 우시는가?
우릴 함께 모으신 배려만으로
고인은 칭송받아 마땅하나
세상과 오래 담 쌓고 살아서인가
아베마리아의 음률이 내겐 너무 생소하다
2.
백두산고지 전투의 참전용사였던 장인께선
벌써 20여년 전에 무공훈장을 단 정장차림의 영정을 준비해 두셨드랬지요
얼마후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풍도 맞이 하시고, 위암 수술도 하시고
온갖 노환이 한꺼번에 겹치는 것이었습니다
말씀도 어렵고
팔다리가 불편하니 거동도 부자연스럽고~
그렇게 20여년을 지내시다가
지난 22일 새벽 마침내 세상을 뜨셨네요
장례 5일 동안
6남매 20여명 자손들의 문상객을 맞고
입관 , 출관, 화장, 현충원 안장, 삼우제를 지내며~
참, 인생을 잘 살아야겠다
알뜰하게, 폭 넓게 사귀고, 깊이 보듬어 주고
주변이 내 죽음을 아쉬워하고 애도해줄 수 있게 살아야 겠다
그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었는데~란 소릴 들을 수 있도록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어른께선
당신의 죽음으로 모두를 한 곳에 모이게 하시고
밴댕이 속 같은 내게 주변을 둘러 볼 여유와
죽고 난 후의 제모습을 미리 시연해 주신 듯 합니다
부디 영면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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