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빙부상 치르고 나서~

언덕위에 서서 2012. 11. 17. 19:23

 

                                               1.

               입관(入棺)

 

딸이 운다

강보에 싸이는 고인의 모습

가슴 깊은 곳

저 속에서 딸이 운다

 

아버님 다리 쭉 펴고 걸으세요

팔도 쫘악 펴시구요

그렇게 자식들에 둘러싸여

관에 든다

 

그 안에도 딸의 울음소리 들릴까?

울음소리 들리면

고인은 또 어찌할 것인가?

 

단구동 성당~

새벽에 퍼지는 기도속에

옛 은사의 맑은 표정과

오래 외면했던 동기 신부의 외로운 전례

죄스런 나의 응답송이 어우러진다

 

축복의 혼배성사 열렸던 곳에서

오늘은 장례미사 드린다

이분들, 고인을 어떻게 기억하실까?

그들의 기도는  무엇을 담보함인가?

 

이 새벽

한 주검을 보내기 위해

왜 이토록 많은 이들의 기도가 필요한 것일까?

혼자 지기엔 그 짐이 너무 아파

이렇게 모여 함께 우시는가?

 

우릴 함께 모으신 배려만으로

고인은 칭송받아 마땅하나

세상과 오래 담 쌓고 살아서인가

아베마리아의 음률이 내겐 너무 생소하다

 

 

 

 

2.

백두산고지 전투의 참전용사였던 장인께선

벌써 20여년 전에 무공훈장을 단 정장차림의 영정을 준비해 두셨드랬지요

 

얼마후 건강이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풍도 맞이 하시고, 위암 수술도 하시고

온갖 노환이 한꺼번에 겹치는 것이었습니다

 

말씀도 어렵고

팔다리가 불편하니 거동도 부자연스럽고~

 그렇게 20여년을 지내시다가

지난 22일 새벽 마침내 세상을 뜨셨네요

 

장례 5일 동안

6남매 20여명 자손들의 문상객을 맞고

입관 , 출관, 화장, 현충원 안장, 삼우제를 지내며~

 

참, 인생을 잘 살아야겠다

알뜰하게, 폭 넓게 사귀고, 깊이 보듬어 주고

주변이 내 죽음을 아쉬워하고 애도해줄 수 있게 살아야 겠다

그 사람 참 괜찮은 사람이었는데~란 소릴 들을 수 있도록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네요

 

어른께선

당신의 죽음으로 모두를 한 곳에 모이게 하시고

밴댕이 속 같은 내게 주변을 둘러 볼 여유와

죽고 난 후의 제모습을 미리 시연해 주신 듯 합니다

 

부디 영면하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