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스크랩] 배철수~ 그 우직함

언덕위에 서서 2011. 11. 27. 18:27

1.

주말 맞아 양양에서 춘천까지 운전해 돌아온다.

5일을 혼자 지낸 큰 놈과 치킨 안주 해 둘이 마신다. 지는 와인, 아빠는 참이슬~~

엄마는 내일까지 대학 평가위원회 일로 출장~

 

TV를 켠다 승승장구에 배철수씨가 나온다

요즘의 그이는" 콘서트 70~80 ", "배철수의 음악 캠프" 등으로 늘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에 있어

편안하고 익숙한 MC다.

 

 "배철수의 음악캠프" 를 21년 6개월 진행했다는데 프로그램 말미에 22년 몇 개월이란

소개가 나오는 걸 보니 몇 개월 전에 녹화한 프로인가 보다

 

몰래온 손님 코너에 구창모씨가 나왔다

1978년 제2회 대학가요제 때~

배철수는  항공대의 '활주로'란  밴드로 출전했고  구창모는 홍익대의 '블랙 테트라'란 밴드로 출전했다

후에~

배철수와 함께  송골매란 밴드를 구성  리드 싱어, 작,편곡 및 말끔한 마스크로

팀의 간판 멤버로 활동하다 탈퇴한 양반이다.

 

왜 탈퇴했냐는 MC의 질문에 솔찍하게 대답한다

뜨고 싶어서 솔로로 갔다고~~

 

배철수씨가 감싼다. 작, 편곡에 리드 싱어인데 제대로 대우하질 못했다고~

밴드가 뜨기 시작하자 온 TV 채널에 다 나오고,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밤 새( 나이트에서) 노래를 불렀단다. 그 시절 리드 싱어인 구창모의 목을 너무 혹사시켰다고~~

그 때쯤 수입이 늘기 시작했는데 밴드 생활 10년동안 모든 수입을 똑같이 나눴단다 

3x3=9로 계산했고, 그게 팀 공헌도가 높은 구창모에게 불만이었을 것이라고~

 

지금은 어떤가? 둘이 33년을 알고 지내는데, 속내를 다 얘기하는 유일한 친구라고~~

 

2.

그 무렵~

송골매의 리더인 배철수는 양아치의 전형~~

껑충한 키에 미군 야전 상의, 해병대 팔각모를 쓰고 기타 연주했는데

구창모는 한마디로 뺀질한 기생 오래비에 美聲이었다.

 

그 밴드의 축이 솔로(Solo) 선언하니 내부의 충격이 어땠겠는가?

 

세월이 흘렀다

한 동안 잘 나가던 솔로 구창모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뚝배기 같은 배철수가 송골매에 남아 리드 싱어로 계속 노래했다

얼마 후~

그 송골매도 잊혀져 갔다

 

그런데 배철수는 MC로 변신해 이즉 우리 주변에 있다가

마침내 자기의 간판 프로그램  '콘서트70-80' 300회 특집인 2011년 1월 구창모를 초청했단다

재기의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승승장구에 배철수 나온다니까

이런 뒷 얘기(우리 세대가 알고 싶어했던 송골매의 뒷 얘기) 풀어 놓으라고 구창모 섭외했겠고

본인의 입에서 욕심 때문에 독립했다는 사나이다운 고백이 이어진다. 

 

3.

배철수는  72학번생으로서 항공대학 밴드 '활주로'의 리드 기타리스트 였다

내는 82년에 중위신분으로 그 대학 3학년에 편입했는데(80학번들과 같이 다녔다)

그 해 대학축제 때 배철수를 처음 봤다.

 

당시 내가 등록한 통신공학과에 활주로 드러머 출신 복학생(76학번)이 있었는데 

그 (현재 항공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를 통해 배철수와 활주로에 대해 많이 들을 수 있었다.

(활주로 멤버는 당연히 낙제한다는~ㅋ, 둘 다 낙제했단다)

 

하여간 그 시절~~82년

한창 뜨고 있는 송골매가 수색 골짜기 항공대학 축제에 왔다.

후배들이 교문에 구름처럼 몰려 서 있다.

 

배철수가 나타났다~

좌우로 길게 찢어진 눈에 껑충한 키, 지저분한 장발~~TV에서 볼 땐 안 그랬는데

실물을 보니 좀 무섭고 징그러웠다. 후배 여학생들은 까무라치더구만~~

 

그 당대의 인기스타가 정문에서  수위 아저씨께 깊이 머리 숙여 인사했다

수위 아저씨는 어쩌면 대학의 역사다

20년간의 대학교수와 눈에 띄는 학생들 다 기억하실테니까~ 

 

뒤 이어 항공전자과(그이 전자과 출신이다) 교수님방에 들러 인사한다

그이한테 F준 깐깐한 교수님인데~ 교수님이 그 제자에게 말씀을 놓지 않으신다

인기라는게 이런가 싶었다.

 

4.

그 배철수 선배도( 내는 항공대학 80학번이다)

머리가 허얘지면서~ 이런저런 인생사 겪고

(예를 들면, 그 와이프가 노처녀PD였는데, 노처녀 친구들과 어울려 맨 날 배철수 못 생겼다고 흉보다가

결혼한다는 발표하자~~ 누구니? 너 혹시 프로그램 같이 하는 배철수?~~~해서 주변 친구들한테 눈총 깨나 받았다는)

 

이즈음의 배철수 멋있지 않은가?

22년의 라디오 DJ 생활이 매 6개월마다 계약을 갱신하면서 이어져 왔다는 데

혹시 지각이나, 결근? 없었단다. 원래 팝송 좋아하는데~~

방송국 라이브러리에 가면 전 세계 팝 디스크가 수만장 있으니~~

저녁 6시 방송인데  출근은 점심 때 한단다~ 라이브러리에 가서 음악 듣고 고르느라

 

그러니 지각이 뭐고, 결근이 뭐겠는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음악 맘껏 듣고, 시청자와 교감도 느끼는데  돈까지 주니

1석 3조?

 

5.

뜨끔했다.

일단 나도 저렇게 나이 들어야겠다는 팔랑귀의 결심(순간적이다)

지금의 내 일을 사랑해야겠다는 반성

내 일에 정통해야겠다는 생각

일하다 죽으면 순직이다라는 각오

 

ㅋ~~ 낼 술깨고 이 글 다시 읽을 때 냉피하면 안되는데~~? 

 

 

 

 

 

 

 

 

 

 

 

 

 

 

 

 

 

 

 

 

 

 

 

 

 

출처 : 설악산을 사랑하는 江原山房
글쓴이 : 비탈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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