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슬픈 일요일~

언덕위에 서서 2011. 3. 1. 12:46

1.

아침에 창밖을 내다 보니  비가 내린다.

이걸 봄비라 해야 하나 겨울비라 해야 하나?

입춘이 지났으니 봄비가 맞으리라~~

 

주말을 맞아 집에 온 아내가 남편도시락을 챙기고 있다.

된장국, 더덕구이, 메밀부침을 구어

보온 밥통과 찬 그릇에 정성껏 담는다.

 

나도 가만 앉았기 뭐하니~~

엊저녁에 장 봐온 파도 다듬고, 쌀 포대도 띁어서 쌀독에 붓는다.

 

 

2.

굳이 부부간의 정이 각별해서라기 보다~~

우리 나이 남자들 다 그렇지~ 집사람이 옆에 있으면 맘이 편하고 (물론 몸도 편하지만~) 

한없이 느긋해지는게 정상인데~~

그 특권 포기하고  남들 쉬는 일요일에 집을 나서려니~~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집사람도 그걸 알리라~

그래서 그렇게 도시락에 정성을 드렸으리라.

 

엊저녁에 같이 장을 보며,

낮에 뭉텅찌게 먹으러 갔더니 칠천원 됐더라~는 말을 핑게 삼아

도시락을 싼 것이다~(같이 있지 못하는 시간을 대신할 요량으로)

 

 

3.

그렇게 비오는 일요일 아침~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온다. 세상이 다 쉬고 있는 듯 고요하다.

 

아니~~ 세상이 다 고요할 리 없지

제주 해상에선 해경대원들이 쓰린 가슴으로 동료들 흔적을 찾고 있을 것이고

리비아에선 카다피 몰아내려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을텐데~

 

이미 출근길에 나선 터에 뭘 더 망설이겠는가?

임전무퇴의 기상으로 오늘 하루를 맞는거지

 

더덕냄새가 살짝 풍긴다.

그래~오늘은 슬프지 않은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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