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창밖을 내다 보니 비가 내린다.
이걸 봄비라 해야 하나 겨울비라 해야 하나?
입춘이 지났으니 봄비가 맞으리라~~
주말을 맞아 집에 온 아내가 남편도시락을 챙기고 있다.
된장국, 더덕구이, 메밀부침을 구어
보온 밥통과 찬 그릇에 정성껏 담는다.
나도 가만 앉았기 뭐하니~~
엊저녁에 장 봐온 파도 다듬고, 쌀 포대도 띁어서 쌀독에 붓는다.
2.
굳이 부부간의 정이 각별해서라기 보다~~
우리 나이 남자들 다 그렇지~ 집사람이 옆에 있으면 맘이 편하고 (물론 몸도 편하지만~)
한없이 느긋해지는게 정상인데~~
그 특권 포기하고 남들 쉬는 일요일에 집을 나서려니~~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집사람도 그걸 알리라~
그래서 그렇게 도시락에 정성을 드렸으리라.
엊저녁에 같이 장을 보며,
낮에 뭉텅찌게 먹으러 갔더니 칠천원 됐더라~는 말을 핑게 삼아
도시락을 싼 것이다~(같이 있지 못하는 시간을 대신할 요량으로)
3.
그렇게 비오는 일요일 아침~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온다. 세상이 다 쉬고 있는 듯 고요하다.
아니~~ 세상이 다 고요할 리 없지
제주 해상에선 해경대원들이 쓰린 가슴으로 동료들 흔적을 찾고 있을 것이고
리비아에선 카다피 몰아내려고 악다구니를 쓰고 있을텐데~
이미 출근길에 나선 터에 뭘 더 망설이겠는가?
임전무퇴의 기상으로 오늘 하루를 맞는거지
더덕냄새가 살짝 풍긴다.
그래~오늘은 슬프지 않은 일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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