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사람이야기

자식놈 쫒아내기

언덕위에 서서 2009. 3. 31. 11:55

1.

 큰 놈이 올해 대학을 졸업했다.

마지막 학기까지 몇 과목 학점을 못받고 계절학기 수업 듣는 모양이더만

어쨋든 졸업한다고 제 나름으론 가슴이 설레는 모양이다.

입학식때 입었던 줄무늬 양복과 와이셔츠를 꺼내 살펴보고 늘 신던 운동화 대신

구두도 챙겨 놓는다.

 

고생했다. 다른 아이들 처럼, 공부가 하기 싫어서 안한게 아니라

알아 들을 수가 없어서 못했던 터이니 그 고생을 인정한다.

그 동안 답답했던 엄마, 아빠, 교수님, 친구들의 심정도 인정해 주길 바란다.

 

졸업식날

대전 가 있는 동생녀석까지 올라와 우~~ 몰려간다.

만나는 이들마다 고생했다가 인사인데..

정작 고생은 이제부터가 아닌가 싶다.

 

2.

저녁 때

큰놈을 거실에 앉혀 놓고 차근차근 따져 나간다.

한 달 방세 20만원, 한끼에 5천원x90끼=45만원, 고양이 먹이 2만원

인터넷 3만원, 전화비 3만원 등 합이 70여 만원인데

 

청소하고 엄마, 아빠 식사준비하고, 빨래 하고

쓰레기 버리고 일찍 일어나면

시간당 최저 임금 4천원을 적용해 30만원 쳐준다.

 

나머지 40만원은 매달 내도록 해라.

후~~~~~ 긴 한숨을 내쉰다.

한숨을 쉴게 아니라 그 돈을 벌기 위해 취업을 하도록 노력해라.

엄한 표정으로 몇 번씩 다짐을 받아 놓는다.

 

3.

요즘 낮엔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제 또래 대상 취업준비 프로그램에 나가는 모양인데

그걸 제외하곤 온 종일 컴퓨터에 붙어 있는게 일이다. 

그러다 아빠 퇴근 할 무렵이면 이래저래 스트레스 받고~~

 

스트레스~~

그거 인생 살아가는데 불수불가결한 요소란다.

 

동물의 왕국에 나오는 사자 가족 봐라.

새끼가 어릴 땐 애지중지 키우다, 갈기가 나기 시작하면

아빠 사자가 새끼를 쫒아 내는 거 봤지.

너도 그 때가 된 거 란다. 그러니 아빠로부터의 스트레스는 당연한 거지.

 

 아빠가 지겨워져서 얼른 독립할 각오를 하기 바란다.

엄마 아빠는 그 나이에 이미 독립했단다. 못 할 게 뭐가 있니?

매일 비슷한 잔소리를 반복한다.

 

그런데  이즈음  녀석에게서 변화가 감지되는데~~

전에는 휴~~ 아니면 어쩌고 저쩌고 지 논리를 들이 댔는데

이제는  다 아는 얘기라는 듯 고개도 안 돌리고  답변도 하질 않는다.

 

어라? 이거~~~~~ 제대로 나가고 있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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