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2006. 8.1)

작전이 길어지니 이곳저곳에 신세를 지며
그런대로 낮동안 앉아 있을 장소며, 기상예보 확인할 인터넷이며
먹고, 자는 것까지 자리가 잡혀간다.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저쪽 세상(수해난 인제말고)에서는
변함없는 세상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작은놈은 방학을해서 어디론가 여행을 떠났고,
집사람은 1학기 수시 모집에 돌입했고~


큰 놈만 동그만이 혼자 남아있을 처지가 될 뻔했는데~

다행이다. 지난번에 등록한 요리학원에 꾸준히 다니고 있었다.

4번짼가에, 필기시험에 붙었다. 그 성취감이라니~~(한식조리사 자격시험)
그 애가 진심에서 우러나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을 본 것이
아마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손이 굼떠 칼질하는 모습이 늘 불안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자기가 좋아하는 일식요리사가 될 때까지 계속할 작정인 모양인데~

어제는 엄마와 치과에 가서 이를 한대 빼고 왔다는데, 앞으로 3대를 더 빼야 한단다.
그것도 본인이 원해서 시작한 사업이다.

하는 짓과 언어표현이 어눌해서 그렇지,
큰 덩치에 한없이 착하고 순진한 이 녀석을 보고,
주변에서 "너, 이가 못 생겼구나~~ 교정 좀 하지 그러니~~"
했던 것이 주효한 것 같다.(요리학원 동기인 지 엄마뻘인 한 아줌마께서)

치과의자에 앉아 " 으, 긴장된다~~" 하며 얼굴이 하얗게 변하면서도
잘 견뎌내더란다. 앞으로 3번도 다 잘 견뎌내겠지.
(사실, 이녀석의 이빨은 2중, 3중으로 겹쳐있어 이미지에 대단한 결점이다.
어려서부터 씹어 먹는 음식을 싫어해 턱이 발달하지 못해서란다)

이제 고민하던 군문제도 해결이 됐고~
(이 아이가 ADHD 라고 발달장애, 과다행동증세로 나와 아내의 가슴에
육중한 무게로 남아 있는지 오래다)

어눌한 표현력이며, 사고의 범위가 나날이 향상되는 듯해
마음이 홀가분하다 못해 은근히 기대가 커진다.
오늘은 저 애 입에서 무슨 새 표현이 튀어 나올 것인가 하고~~~

이 심정 이해할 부모가 우리 산방에도 있으려나?

내친 김에 한가지 기대를 더 걸어본다.
"굽은 나무가 숲을 지킨다"는데~~ 못난 아들이 끝내 효도할 것이란 기대를~~
이 녀석 , 정말 천사같은 녀석~~~.